달력(3) 공휴일엔 뭘 하나요?

서울-윤하정 xallsl@rfa.org
2017.02.02
nk_new_year_b 북한의 설날 풍경.
사진-연합뉴스 제공

남한에서 생활하는 청년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청춘만세> 저는 진행자 윤하정입니다.

먼저 이 시간을 함께 꾸며갈 세 청년을 소개할게요.

클레이튼 : 안녕하세요, 미국 켄터키 주에서 온 클레이튼입니다. 한국에 거주한 지 7년 됐고, 한국 회사에 다니고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강예은 : 안녕하세요, 강예은이고 합니다. 러시아어를 전공하고 있는 학생입니다. 제가 살아갈 세상과 통일 한반도에 관심이 많은 사람으로 많은 이야기를 통해 서로 이해를 넓혀갔으면 좋겠습니다.

광성 : 안녕하세요, 서울에서 회사 다니고 있는 정광성입니다. 고향은 함경북도 회령시고, 남한에 온 지 11년 됐습니다. 북한 청취자 여러분을 위해 좋은 소식 전해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청춘 만세> 달력에 대해 얘기 나누고 있는데요. 새해 달력이 생기면 가장 먼저 하는 일 중의 하나가 한 해의 공휴일을 살펴보는 게 아닐까 합니다. 남북한과 미국의 독특한 공휴일은 어떤 것이고, 사람들은 그 공휴일에 어떻게 보낼까요?

그리고 다양한 달력이 있고 직접 제작할 수도 있는 남한에서 우리 청년들이 북한에 만들어 보내고 싶은 달력은 어떤 것일까요?

지금부터 함께 들어보시죠.

진행자 : 달력을 보면서 하는 것 중의 하나가 올해의 공휴일을 확인하는 건데, 남한은 어떤가요?

예은 : 남한의 올해 공휴일은 68일이에요. 특히 10월이 절정인데요. 추석 등이 있어서 길게는 열흘을 쉴 수 있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벌써부터 여행을 계획하고 있어요.

진행자 : 이걸 징검다리 휴일이라고 하는데, 화요일이나 목요일에 휴일이 있으면 월요일이나 금요일에 휴가를 내서 토일월화, 목금토일을 쉬는 거죠. 이런 징검다리 휴일이 올해 많다고 해요.

북한은 어떤가요?

광성 : 북한은 작년까지 68일이었는데 올해 71일로 늘었어요.

진행자 : 남한보다 더 기네요. 물론 남한에서는 토요일도 쉽니다만. 미국은 어떤가요?

클레이튼 : 미국은 생각보다 짧아요. 토, 일요일 빼고 딱 열흘이더라고요.

진행자 : 일요일까지 넣으면 남한과 비슷할 것 같은데요? 토요일과 일요일 빼고 각 나라에서 가장 특이한 휴일이 있을까요?

클레이튼 : 미국에는 ‘콜럼버스의 날’ 있는데, 콜럼버스는 15세기에 미국 대륙을 발견한 사람이에요.

진행자 : 인도를 가려다 미국을 발견했죠. ‘미국이 발견됐다!’며 그날 쉬는 거예요?

클레이튼 : 네, 그리고 ‘대통령의 날’ 있어요. 북한에서는 김일성이나 김정일 생일에 쉬는데 미국에서는 모든 대통령을 기념하는 거예요. 그리고 흑인운동가였던 마틴 루터 킹을 기념하는 날도 쉬어요. 전쟁 때 숨진 ‘전몰장병 추모일’도 있고, ‘재향 군인의 날’도 쉽니다.

진행자 : 그리고 성탄절 같은 미국의 명절에 쉴 테고. 국가적인 특징을 살려서 휴일을 정했네요. 남한은 어떤가요?

예은 : 독립선언서를 발표한 3월 1일 ‘삼일절’에 쉬고요. 5월 5일 ‘어린이날’이 있고, 5월에 음력으로 ‘석가탄신일’도 휴일이에요. 헌법을 만든 ‘제헌절’도 휴일이고.

광성 : 북한에서도 제헌절에 쉬어요.

예은 : 그리고 단군이 고조선을 건국한 10월 3일 ‘개천절’, 10월 9일 ‘한글날’도 쉬고요.

진행자 : 북한은 북한만의 특징을 살린 휴일이 정말 많죠?

광성 : 많죠. 일단 2월 16일 김정일 생일이라서 가장 큰 명절 중의 하나고, 요즘은 정월대보름도 휴일로 표시됐더라고요. 4월에는 청명도 있고, 가장 큰 명절인 태양절, 김일성 생일이 있어요. 6.25 전쟁도 기념하고, 7.27에는 전승기념일이라고 쉬어요. 9.9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창건일, 10.10은 조선노동당 창건일이라고 휴일이에요.

예은 : 달력의 변천사를 보면 권력의 이동도 알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어떤 기념일이 없어졌다 생기기도 하고. 김정은 생일은 이번에도 공휴일로 지정되지 않았다고 들었어요.

광성 : 저도 신기한데 예전에 김정일은 취임하고 바로 공휴일이 됐거든요.

진행자 : 지금까지 말한 이른바 빨간날, 법정 공휴일에는 국가적으로 어떤 행사를 하더라도 개인은 쉰단 말이죠. 그래서 아까 말한 것처럼 여행을 하거나 나름의 계획을 세우는데 북한에서는 법정 공휴일에 어떻게 보내나요?

광성 : 일단 태양절이나 광명성절에는 사람들이 광장으로 몰려 나가요. 축하행사도 많고.

진행자 : 태양절, 광명성절, 전승기념일, 조선노동당창건일 등 대부분 북한의 정치적인 것과 관련돼서 휴일이기는 하지만 쉬지는 못할 것 같은데요?

광성 : 쉴 수가 없어요. 나가서 행사도 하니까 오히려 더 힘들어요.

진행자 : 당일에 바로 할 수 있는 게 아닐 텐데, 며칠 전부터 준비를 해야 하잖아요.

광성 : 준비하죠. 그래서 더 피곤한 날? 꾸미고 장식하고 청소하고. 어릴 때 싫었던 건 꽃다발을 만들어야 하는데 2월, 4월에도 북한은 추워서 꽃이 안 피는데 4월 15일에 꽃이 있어야 하니까 산에 가서 피지 않은 진달래를 꺾어다가 집 물병에 꽂아두고 기다렸어요.

진행자 : 예전에 어떤 탈북자가 진달래를 꺾어다 아랫목에 놓는다고 하더라고요. 그걸 대표 몇 명만 하는 게 아니라 전체적으로 하는 거죠. ‘콜럼버스 날’이나 ‘대통령의 날’에 미국에서는 뭐하나요?

클레이튼 : 특별한 게 없고, ‘콜럼버스 날’은 사흘 정도 쉴 수 있으니까 어디 놀러가요. ‘전몰장병 추모일’도 5월 마지막이라서 대부분 바닷가로 놀러가요.

진행자 : 숨진 군인을 추모하기 위한 날인데 놀러가요(웃음)?

클레이튼 : 그러게요, 말이 안 되는 거죠. 군인 친구들이 많은데, 그 친구들이 ‘전몰장병 추모일’은 놀기 위해 만든 날이 아니라고 말해요.

진행자 : 국가적인 행사는 하죠?

클레이튼 : 별로...

진행자 : 하고 있는데 클레이튼이 모르는 거 아니에요(웃음)?

클레이튼 : 현충원 가서 돌아가신 군인 추모하는 분도 있고, 가끔 행진도 하는데 솔직히 일반 사람들은 대부분 놀러가요. ‘전몰장병 추모일’보다 ‘재향 군인의 날’ 국가적인 행사는 더 많은 것 같아요. 어떤 곳에서는 거기 사는 군인을 위해 퍼레이드, 행진하거나 군인들이 무료로 먹을 수 있는 식당도 있어요.

진행자 : 남한에서도 ‘국군의 날’에는 군인들에게 영화를 할인해주거나 상점에서 더 싸게 주는 게 있더라고요.

광성 : 북한에는 그런 거 없어요.

클레이튼 : 북한에서는 다 군대에 가야 하니까.

진행자 : 어쨌든 남한이나 미국은 공휴일에 국가적인 행사를 치르지만 일반인들은 보통 쉬는데 북한에서는 국가적인 행사에 모두가 동원되니까 휴일이 아니네요.

광성 : 더 힘들어요. 게다가 무척 경직된 행사이고.

진행자 : 남한에는 다양한 달력이 나온다고 했잖아요. 그게 어떻게 보면 사람들의 관심사가 많다 보니까 영화, 노래, 낚시 등 취미에 맞게 달력이 제작되는데 북한에서는 그런 개인적인 취미가 제한되다 보니 정부에 맞춰진 달력이 나오고 그것에 맞춰 모든 사람들이 움직이는 게 아닌가 싶어요.

광성 : 그렇죠, 달력을 찍어내는 주체가 국가이니까 그것에 맞춰 끌려가는 거죠.

진행자 : 달력만 봐도 많이 아쉽다는 생각이 드네요.

예은 : 남한은 새해가 되면 ‘올해 쉬는 날이 며칠이지?’부터 보는데 북한에서는 그런 것도 없겠어요.

광성 : 그렇죠, 예전에는 설날에는 떡이라도 해먹고 쉬었는데 요즘은 설날에도 불려 나가니까.

진행자 : 달력 하나에도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과 관심사, 그 나라의 문화가 많이 담겨 있네요. 만약 여러분이 달력을 만들어서 북한에 보낼 수 있다면 어떤 달력으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나요?

클레이튼 : 아까 얘기한 몸짱 소방관 달력이요. 북한 사람들이 깜짝 놀라겠죠.

진행자 :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서울의 명소도 좋겠죠. 남한의 드라마를 보면 자주 등장하는 곳이기도 하잖아요. 압구정동이나 홍대, 명동... 이런 곳의 모습을 담아서 제작하는 것도 재밌겠네요.

예은 : 저는 좋은 글귀가 적힌 달력이요. 사람에게 위로나 힘을 주는 글귀가 많잖아요.

광성 : 세계 유명한 여행지로 제작한 달력이요. 북한에 계신 분들이 ‘세상에 이런 곳이 있구나’ 할 만한 곳들을 골라서.

예은 : 인도네시아 발리 같은 휴양지 사진은 보기만 해도 평안하고 지상천국 같아요.

진행자 : 저희가 제작한 달력이 북한에 갈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언젠가는 그런 날이 오겠죠? 그리고 남한이든 세계의 다른 기관에서도 색다른 달력을 만들어서 북한에 보내는 운동을 해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어쨌든 대부분 70일 안팎의 공휴일을 가진 2017년을 새로운 달력과 함께 열어 가고 계실 텐데 공휴일이 하나씩 지나갈 때마다 아쉬움보다는 뿌듯함이 남도록 희망차고 알차게 한 해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다 함께 인사드릴게요.

다 함께 :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십시오.

진행자 : <청춘 만세> 지금까지 진행에 윤하정이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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