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파면(3) 어떤 지도자를 원하나요?

서울-윤하정 xallsl@rfa.org
2017.03.30
park_GH_warrant_b 뇌물수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남한에서 생활하는 청년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청춘만세> 저는 진행자 윤하정입니다. 먼저 이 시간을 함께 꾸며갈 세 청년을 소개할게요.

클레 이튼 : 안녕하세요, 미국 켄터키 주에서 온 클레 이튼입니다. 한국에 거주한 지 7년 됐고, 한국 회사에 다니고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강예은 : 안녕하세요, 강예은이라고 합니다. 러시아어를 전공하고 있는 학생입니다. 제가 살아갈 세상과 통일 한반도에 관심이 많은 사람으로 많은 이야기를 통해 서로 이해를 넓혀갔으면 좋겠습니다.

광성 : 안녕하세요, 서울에서 회사 다니고 있는 정광성입니다. 고향은 함경북도 회령시고, 남한에 온 지 11년 됐습니다. 북한 청취자 여러분을 위해 좋은 소식 전해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insert. 대한민국 헌법재판소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 내용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권한을 행사해야 함은 물론 공무수행은 투명하게 공개하여 국민의 평가를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피청구인은 최서원의 국정개입 사실을 철저하게 숨겼고 그에 관한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이를 부인하며 오히려 의혹 제기를 비난했습니다.

결국 피청구인의 위헌, 위법 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 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배 행위라고 보아야 합니다. 이에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선고합니다.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지난 3월 10일 남한의 박근혜 대통령이 파면됐습니다. 직권남용, 공무상 비밀누설 등의 이유로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심판을 청구했고, 헌법재판소가 법에 따라 심판한 뒤 조금 전 들으신 것처럼 탄핵, 그러니까 대통령 해임이라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대통령의 권한을 상실한 박근혜 전 대통령은 현재 검찰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남한에서는 새로운 대통령을 뽑기 위한 선거가 오는 5월 9일 이뤄지는데요. 직접 내 손으로 뽑은 대통령을 다시 내 손으로 끌어내린 남한의 국민들은 요즘 이런저런 생각이 많을 겁니다.

<청춘 만세>, 대통령 파면과 관련해 얘기 나누고 있는데요. 우리 청년들은 어떤 지도자를 원하는지 계속해서 들어보시죠.

진행자 : 헌법재판소에서 선고하는 내용 자체가 생중계가 돼서 온 국민은 물론이고 전 세계가 모두 함께 봤는데 박 전 대통령과 관련해 여러 사안을 따져 물었어요. ‘이 사안은 여론은 안 좋지만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는 게 많았죠.

무조건 국민 여론이 안 좋다고 해서 대통령을 해임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법적으로 따진 거거든요. 그러니까 대한민국이 법치국가라는 점을 깨달을 수 있었던 순간이었어요.

클레이튼 : 그런 점은 자랑스러웠다고 생각해요. 아무리 엄청난 권력을 지닌 사람이라도 결국 법 앞에 평등해야죠. 남한에 있는 외국인들도 파면돼서 다행이라고, 잘 됐다고 한국 사람들과 같은 의견인 것 같아요.

진행자 : 다른 나라에서도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적든 크든 부정부패와 연관될 수 있는데 법적으로 처벌을 받는 경우가 많지 않아요. 사실 탄핵이라는 것 자체가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 공무원은 일반적인 수사나 조사를 할 수 없으니까 헌법재판소에서 법적으로 해결해 달라는 거잖아요. 지금까지 박 전 대통령은 자신의 비리나 잘못에 대해 전혀 인정을 하지 않았는데 법적으로 따졌더니 문제가 있어서 파면당한 거죠.

광성 :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취임식 때 선서를 하게 되는데 헌법을 준수하고 국민들의 뜻을 받들겠다는 내용이 있어요. 그러니까 대통령이 헌법 위에 존재하는 건 아니죠. 가장 준수해야 하는 사람인데.

진행자 : 대통령이 파면됐기 때문에 60일 안에 새로운 대통령을 뽑아야 하잖아요. 커다란 과제가 있는데, 아마 새로 대통령이 되는 사람도 ‘이제 옛날처럼 하면 안 되겠구나, 대한민국 국민 무섭구나, 언론에서 가만있지 않겠구나’를 체감하면서 대통령으로서 제대로 된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예은 : 그러니까 서로 견제하고 제어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해요. 사실 국민이 모두 정치에 참여할 수 없으니까 대리자를 뽑은 거잖아요. 국민이 계속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투표도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서 이런 사태가 벌어졌고, 특히 젊은 층은 정치에 무관심한데 이번 일을 통해서 너나 할 것 같이 텔레비전 시사 프로그램을 보는 등 정치에 관심을 보이고 있거든요. 그래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해요.

광성 : 국민들도 자각해야 하는 게 우리 손으로 뽑은 대통령을 파면했잖아요. 그러니까 앞으로는 누군가의 인기가 아니라 그 사람의 공약이나 행동을 보면서 잘 뽑아야 할 것 같아요.

예은 : 탄핵 과정에서 여러 청문회가 있었잖아요. 사건과 관련된 많은 증인들을 불러서 국회의원들이 심문했는데 사람들이 바빠서 그런 것에 관심이 별로 없었어요. 그런데 요즘은 휴대전화나 인터넷으로 상황을 생방송으로 보거나 녹화된 동영상을 볼 수 있어요. 그래서 원래 국회의원들이 국민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선거 때만 중요하게 생각했는데 지금은 지지율이 바로 보이니까 평소에도 국민들을 의식하는 거예요. 자신이 국민을 대표한다는, 그런 바뀐 태도가 많이 보였어요. 사실 몇 년 전만 해도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모르고, 국회의원들의 권한이 어마어마한데 국민이 아닌 자신의 기득권을 위해 썼거든요. 그런 것으로 인해 언론과 국민의 비난을 받았는데 지금은 상황이 바뀌면서 국민들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어요. 이런 부분도 하나씩 변하는 것 같아요.

진행자 : 그렇죠, 헌법재판소의 판결 과정도 생방송으로 진행됐잖아요. 인터넷이 발달하고, 스마트폰, 휴대전화로 바로바로 확인할 수 있는 세상이 되면서 모두가 감시자 아닌 감시자가 됐죠. 바로 견제할 수 있는.

대통령이면 한 나라의 대표잖아요. 가문에 길이 남을, 아무나 할 수 없는. 그런데 결국 공무원이죠. 국민을 위해 봉사해야 하는 고급 공무원. 나라마다 법이 달라서 어떤 나라에서 문제가 되는 일이 다른 나라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지도자로서 필요한 덕목은 비슷하지 않을까 싶어요. 여러분이 생각하는 지도자는 어떤 모습인가요?

예은 : 다수를 대표하는 사람이니까 어떤 특정 집단의 이익을 대표하지 않고 사회 전반을 끌어갈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또 지도자는 장기적인 목표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해요. 우리나라를 어떻게 이끌어 갈 것인지, 국민들에게 알려주고 소통하고. 사실 박근혜 전 대통령 임기 당시에 가장 많이 나온 얘기가 ‘불통’이었어요. 청와대 내에서도 소통이 안 됐고, 국민들과도 소통이 안 됐고, 지금도 소통이 안 되고 있어요. 그래서 차기 대통령은 국민의 소리에 좀 더 귀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진행자 : 광성 군은 북한과 남한, 참 다른 구조의 사회에서 생활하고 있는데 어떤 사람이 지도자라고 생각해요? 개념 자체가 바뀌었을 것 같아요.

광성 : 정 반대의 두 사회에서 살고 있는데, 저도 처음에는 북한에서의 생각이 많이 남아 있었어요. 지금도 어떤 면에서는 그런데, 저는 강력한 지도력이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안에 도덕성, 국민들과의 소통, 외교적인 힘이 필요한 것 같고요. 특히 이번 사건을 통해서 대통령에게는 도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겠구나 생각했어요. 소통 역시 이번에... 그러고 보니 이번에 느낀 게 많네요. 예은 씨 말처럼 목표를 제시하고, 안 될 수도 있죠. 하지만 국민들과의 소통을 통해 대안을 생각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다음으로 외교적으로 뚫고 나가서 대한민국의 국력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대통령이었으면 좋겠어요.

예은 : 저 한 가지 더 얘기할게요. 나라를 사랑해야 해요. 애국심이 필요해요.

진행자 : 애국심은 기반이 돼야겠죠. 오래 전부터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있는 미국에서 온 클레이튼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클레이튼 : 대통령의 권력은 대단하잖아요. 그래서 법을 어겨도 된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권력을 가진 만큼 더 잘해야 하고, 모든 사람을 위해 법대로 올바르게 행동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가진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잘못했으면 인정하고, 나라를 더 혼란스럽게 만들지 않고 물러날 수 있는 사람. 사실 쉽지 않죠. 오랫동안 정치인으로 생활했으니까 민망할 수 있는데, 나라를 생각해야죠. 특히 다른 나라가 우리나라를 어떻게 볼까. 실제로 박 전 대통령 사건으로 다른 나라들이 남한을 안 좋게 평가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소통도 중요해요. 국민들에게 어떤 대책이 필요한지, 나라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소통해야 해요.

진행자 : 여러분이 지금까지 말한 내용을 종합하면 참 멋있는 사람이네요(웃음). 그 테두리 안에서 말하는 걸 몸소 실천하는 사람, 대단한 일이 아니더라도. 그렇게 겉과 속이 같은 사람을 원하는 것 같은데. 이번 대선이 기대가 됩니다(웃음)!

예은 : 법 앞에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는 것, 어느 누구도 피해갈 수 없다는 건 아셨으면 좋겠어요.

광성 : 예은 씨 말처럼 법 앞에서, 인권이라는 것에서 인간은 누구나 평등한데 북한은 그렇지 않잖아요. 청취자들도 그런 점, 뭔가 잘못됐다는 걸 생각하시다 보면 북한이 잘못됐다는 점도 인식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진행자 : 네, 북한에서는 전혀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남한에서 벌어졌습니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부정부패로 파면됐다는 것은 국민으로서 자랑스럽지 못하지만 법 앞에서 모두가 평등하다는 말이 적용돼서, 그렇게 대통령을 파면할 수 있었다는 것에 대해서는 적어도 부끄럽지는 않습니다. 북한 주민들도 무슨 말인지 더 깊게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다 함께 인사드리면서 이 시간 마무리할게요.

다 함께 :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십시오.

진행자 : <청춘만세> 지금까지 진행에 윤하정이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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