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2) 드라마 속 남한, 실제 모습은?

서울-윤하정 xallsl@rfa.org
2016.04.28
park_haejin_b 배우 박해진이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SK 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데뷔 10주년 팬미팅에서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남한에서 생활하는 청년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청춘 만세> 저는 진행자 윤하정입니다. 먼저 이 시간을 함께 꾸며갈 세 청년을 소개할게요.

클레이튼 : 안녕하십니까. 미국에서 온 클레이튼인데 남한에 온 지 6년 됐습니다. 지금 한국 회사 다니고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예은 : 안녕하세요. 저는 강예은이고, 서울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살고 있는 백수입니다(웃음).

은주 : 안녕하세요. 저는 김은주이고, 고향은 함경북도 은덕입니다. 고난의 행군 시기에 탈북해서 2006년에 대한민국에 왔습니다. 4년제 대학을 졸업했고, 중국어에 관심이 많아서 중국어 통번역 대학원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난 시간부터 아시아권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남한의 드라마나 대중가요, 이런 문화현상인 ‘한류’에 대해 얘기 나누고 있는데요. 남한의 대중문화는 왜 인기일까요? 그리고 실제 남한의 모습과는 얼마나 비슷하고 또 다를까요?

<청춘 만세> 세 청년과 함께 계속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진행자 : 한국 드라마나 노래가 왜 그렇게 인기일까요?

은주 : 현실에서는 할 수 없는 걸 드라마에서는 이룰 수 있잖아요. 대리만족이 아닐까 싶고요. 드라마에 보면 재벌들이 많이 나오고 잘 생긴 사람들이 많이 나오잖아요. 그런 걸 보면서 환상이나 꿈을 꿀 것 같아요. 비록 나와는 동떨어진 얘기지만 ‘저렇게 살면 좋겠다, 저 모습 참 예쁘다’ 생각하지 않을까요.

진행자 : 아무래도 텔레비전의 주 시청자는 남성보다는 여성들이 많다 보니까 드라마 작가들은 80% 이상이 여자예요. 여자들의 환상을 실현해주는 얘기를 많이 만들죠. 그래서 여자들이 더 좋아하는 것 같고.

예은 : 게다가 요즘 한국이 뷰티, 그러니까 미용이나 옷 쪽이 발전해서 아무래도 드라마를 보면 지금 문화 전반을 알 수 있잖아요. 한국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그런 부분에 끌려서도 보지 않을까 싶어요.

클레이튼 : 처음에는 한국을 더 깊게 이해하려고 한국 드라마 보려고 했는데 막상 보니까...

진행자 : 사실 그건 어디나 마찬가지일 거예요. 우리가 미국 드라마 보고 미국에 간다고 해서 똑같은 게 아니듯이. 북한도 마찬가지 아니겠어요? 북한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은주 : 아우, 더더욱 믿을 수 없죠. 그리고 북한은 채널이 하나고 돈도 많지 않아서 영화도 잘 못 만들어요.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게 한정적이고 지루해요. 그래서 중국이나 남한 작품을 더 좋아하게 되지 않았나. 한국에 온 북한 친구 중에 실제로 한국 드라마를 보고 한국행을 결심했다는 친구도 있어요. 한국 드라마가 남한의 모습을 반영하긴 했지만 현실과는 괴리가 있는 게 사실인데 북한에 있는 친구들은 남한에 와 본 적도 없고 뉴스나 이런 객관적인 걸 접하지도 못하니까 드라마나 영화 속의 한국의 모습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그런 것들이 안타깝죠.

클레이튼 : 재밌는 얘기가 있는데, 예전에 어학당에서 유럽에서 온 친구를 만나게 됐어요. 그 친구가 유럽에서 한국 드라마 보고 한국에 살고 싶어서 왔는데 막상 한국에 와서는 드라마와 현실이 다르니까 몇 개월 만에 자기 나라로 돌아갔습니다. 한국 드라마 보시게 되면 너무 다 믿지 마세요(웃음).

예은 : 그렇게 다르지는 않아요!

진행자 : 그렇죠, 잘 생긴 남자도 많고 돈 많은 남자도 많아요.

클레이튼 : 드라마 보면 어마어마한 저택 나오고, 비싼 수입차 나오고.

예은 : 그런데 사실 그렇게 사는 사람들이 많아요. 많은데 제가 못 누릴 뿐이에요(웃음).

진행자 : 빈부의 차가 있는 거죠, 자본주의 국가니까. 남한의 평범한 회사원이 인도네시아에 여행을 갔는데 한국에서 왔다고 했더니 ‘너는 한국에서 왔을 리가 없다. 한국 남자가 이렇게 뚱뚱할 리가 없다.’고 했대요. 드라마는 현실과 다른 게 많잖아요. 특히 북한 분들은 드라마만 보면서 ‘남한이 이렇게 생겼을 것이다’ 생각할 수 있는데, 여러분이 생각했을 때는 뭐가 가장 다른 것 같아요?

예은 : 사실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은데 드라마에서 보여주는 것들은 미화되는 것들이 많잖아요. 어두운 부분만 보여주면 사람들이 재미없어 하고, 그래서 행복한 결말을 맺고 주인공이 아무리 가난해도 나중에는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고.

클레이튼 : 그리고 한국 사람들이 외모지상주의 좀 심하잖아요. 대부분 겉모습으로 평가하니까 주인공들이 비싼 옷 입고, 수입차 타고. 사치스럽고, 항상 여자 친구를 위해 싸우고. 하지만 현실이 그렇지만은 않잖아요.

예은 : 한국 드라마를 보면 못생긴 여자 주인공이 나와도 극중에서 역할은 못생겼지만 사실 예쁘거든요(웃음).

진행자 : 예전에는 어렸을 때 사람들이 꿈을 물으면 대통령이 많았는데, 요즘은 연예인이라고 말한대요. 어떻게 보면 부와 명예를 누릴 수 있는 직업이다 보니까 경쟁이 치열하고, 그러다 보니까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연기도 잘하면서 잘생긴 사람을 뽑는 거죠. 우리가 드라마에서 남자 주인공이 잘생기면 더 몰입이 되잖아요. 그래서 남한에서는 꽃미남이라고 남자들도 잘 생겼고, 여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요. 그러다 보니까 텔레비전에 나오는 모든 사람들, 배우든 가수든 다 잘 생기고 예쁘긴 해요. 일반인들은 그냥 일반인처럼 생겼어요(웃음).

은주 : 그런데 남남북녀라고 하잖아요. 남한의 남성이 잘생겼고, 북한의 여성이 예쁘다는 뜻인데 남한에 와서 이 말을 알게 됐는데 안 맞는 거예요. 제 고향이 북한인데도 남자도 여자도 남한이 나은 것 같아요. 하나원이라고 탈북한 사람들이 남한 정착 전에 교육받는 곳이 있는데 딱 보면 ‘북한에서 왔네!’ 그렇게 느껴져요. 왜냐면 고생하면서 살았고 남한에서처럼 화장품이 풍부하지 않아서 피부가 좋지 않아요. 어떻게 보면 고생한 티가 얼굴에 묻어나요. 그런데 그 사람들이 남한에서 몇 년 살다보면 변해요. 외모도 변하고, 피부 색깔도 변해서 ‘남한화’돼요.

진행자 : 탈북한 분들 얘기 중에 ‘남한은 드라마에서처럼 다 잘 사는 줄 알았다!’ 참 많잖아요. 드라마를 보면 형편이 어려워도 옷은 매일 바꿔 입긴 합니다(웃음).

은주 : 다락방인데 북한 사람 입장에서 봤을 때는 좋거든요.

예은 : 사실 다락방도 원래 다락방이 아니라 예쁘게 꾸며놨거든요.

진행자 : 왜 그런지 설명을 해드려야 북한 분들이 이해하실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예은 : 그래야 볼 맛이 나지 않을까요? 그리고 광고효과 때문에 배우들이 쓰는 화장품이나 옷, 가구를 보고 사기도 하거든요.

진행자 : 예전 드라마는 그렇게까지 화려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서민들의 생활이 잘 녹아있었는데, 요즘 드라마에는 항상 사장이나 대표가 등장하지 않나요? 저택이 나오거나. 그게 간접광고의 영향 때문일 텐데, 영화 쪽에서 먼저 시작했다고 해요. 영화를 찍으려면 돈이 필요한데 돈이 덜 모이니까 대신 장소나 안에 들어가는 텔레비전이나 자동차 등을 협찬 받았고 이게 드라마로 번진 거죠. 텔레비전에서 드라마나 어떤 프로그램이 끝나면 중간에 광고가 많이 나오잖아요. 그 광고비용이 굉장히 비싸거든요. 그래서 돈 많은 대기업 위주로 광고를 하게 되는데 드라마 속에 물품을 제공하는 건 그것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자기네 제품을 홍보할 수 있는 거죠. 예를 들어 주인공이 드라마에서 책을 읽는다면 요즘은 책 제목이 노출됩니다. 그렇게 광고를 하는 거죠. 옷이며 신발이며 자동차. 주인공이 가난하면 그런 것들을 홍보하기 힘드니까 주인공을 부자로 만들어놓고 어마어마한 광고물량을 넣는 거예요.

예은 : 그리고 프로그램과 프로그램 사이에 들어가는 광고는 ‘광고다!’ 생각하고 보는데, 드라마 속에서 예쁜 배우들이 쓰는 것들은 유심히 보게 되고 ‘나도 저걸 쓰면 저렇게 될까?’ 그런 환상을 품고 물건을 사게 돼요. 실제로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도 여자 주인공이 귀걸이를 하고 나오는데 그게 요즘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진행자 : 광고 금액 대비 효과가 굉장히 크다고 해요.

은주 : 북한에서는 맥주광고가 가끔 나오는데 일반 사람들은 광고의 개념을 잘 모를 것 같아요. 저도 중국에서 처음 광고를 봤는데, 드라마 사이에 너무 많이 나오는 거예요. 그런데 남한에 오니까 광고도 재밌어요. 광고도 멋있더라고요. 처음에는 광고를 보고 뭔가 살 생각을 못했는데 점점 신뢰가 가더라고요. 저 사람이 했으니까 왠지 좋을 것 같고.

클레이튼 : 미국도 마찬가지예요. 드라마 보면 최신 핸드폰이나 컴퓨터, 자동차 나와요. 일반 광고가 나올 때는 화장실 가거나 하는데 드라마 속에 나오면 무시할 수 없어요. 효과가 훨씬 높죠.

진행자 : 어쨌든 지금 국가별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한류는 파급력이 있는 문화현상입니다. 실질적으로도 중국이나 일본 등 아시아의 많은 사람들이 한류 때문에 남한을 찾기도 하고. 북한에도 남한 문화는 더 많이 유입이 될 거란 말이죠. 북한에서 한류 콘텐츠를 접하는 분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은주 : 북한에 계시는 분들은 눈이 있어도 볼 수 없고, 귀가 있어도 들을 수 없고, 입이 있어도 말할 수 없는 것 같아요. 본인이 원하는 것들을. 또 다른 면에서는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은 욕구가 생기잖아요. 그런 것들이 북한 젊은 층 사이에서 한국 문화에 대한 열풍을 이끌고 있지 않나 생각되는데, 일단 드라마 속에는 일반 사람보다는 잘 사는 사람 위주로 나온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아요. 그렇다고 대한민국이 드라마와 전혀 다른 모습을 갖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거든요. 드라마 속에서 남한을 충분히 알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드라마에 몰입해서 그 사람들의 삶이나 입고 있는 모든 것들을 내가 남한에 가면 그만큼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하면 차이가 있기 때문에 안 되고. 드라마는 어디까지나 만들어낸 것이고 그 속에서 남한을 볼 수 있다 정도만 생각해야죠.

예은 : 정서는 비슷하죠.

진행자 : 왜냐면 우리가 남한의 드라마나 노래를 보고 듣고 자랐으니까요.

은주 : 그리고 빨리 통일이 돼서 그 친구들이 원하는 것을 보고, 하고 싶은 말을 하고, 듣고 싶은 것을 들으면서 자유롭게 문화를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예은 : 저희가 지금 오랫동안 떨어져 있다 보니까 서로의 문화에 대해 잘 모르잖아요. 그래서 한류 열풍이 중국에 불고 있는 게 좋은 일 아닌가. 한국 드라마 많이 보시고 단편적으로나마 남한에 대해 더 많이 알아가셨으면 좋겠어요.

진행자 : 사실 남한 사람들도 다 알고 있습니다. 모든 게 드라마처럼 되지 않고, 모두 드라마에서처럼 예쁘고 잘 살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하루 일과를 마치고 꼭 드라마를 챙겨보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그걸 보면서 스트레스를 푼다고 해요. 그리고 남한의 걸그룹이나 보이밴드 보면 시원시원하게 노래 잘 하고 춤 잘 추고 그래서 보고 있으면 즐겁잖아요.

은주 : 남북한 합쳐도 일본보다 작고, 중국에 비하면 손톱만 하잖아요. 그렇게 작은 나라에서 아시아권을 중심으로 이렇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것 같아요.

진행자 : 어쨌든 드라마든 노래든 문화라는 것은 저녁에 편안하게 쉬면서 접할 수 있는 친구 같은 존재가 아닌가 싶어요. 북한에서도 남한의 그런 문화들이 알게 모르게 더 친숙하게 다가가지 않나 싶은데 편안하게 재밌게 보실 수 있었으면 좋겠고, ‘실제 보니까 다르네!’ 라고 말할 수 있도록 남한에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다 함께 인사드리면서 이 시간 마치겠습니다.

다 함께 :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

진행자 : 지금까지 진행에 윤하정이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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