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휴가(1) 각양각색의 방학

서울-윤하정 xallsl@rfa.org
2017-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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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을 맞은 학생들이 평양 문수물놀이장에서 폭염속 무더위를 식히려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방학을 맞은 학생들이 평양 문수물놀이장에서 폭염속 무더위를 식히려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남한에서 생활하는 청년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청춘만세> 저는 진행자 윤하정입니다. 먼저 이 시간을 함께 꾸며갈 세 청년을 소개할게요.

클레이튼 : 안녕하세요, 미국 켄터키 주에서 온 클레이튼입니다. 한국에 거주한 지 7년 됐고, 한국 회사에 다니고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강예은 : 안녕하세요, 강예은이라고 합니다. 러시아어를 전공하고 있는 학생입니다. 제가 살아갈 세상과 통일 한반도에 관심이 많은 사람으로 많은 이야기를 통해 서로 이해를 넓혀갔으면 좋겠습니다.

광성 : 안녕하세요, 서울에서 회사 다니고 있는 정광성입니다. 고향은 함경북도 회령시고, 남한에 온 지 11년 됐습니다. 북한 청취자 여러분을 위해 좋은 소식 전해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진행자 : 안녕하세요. 지금이 학생들에게는 방학 기간이고, 직장인들은 휴가를 내서 어딘가로 놀러 가기 좋은 시기잖아요. 우리 가운데는 예은 씨가 학생인데, 방학은 잘 즐기고 있나요?

예은 : 네, 정말 좋아요. 개학이 얼마 안 남았어요. 벌써 반이 지났으니까. 그래서 이 방학을 어떻게 알차게 보낼까 고민이 많습니다.

진행자 : 우리 모두 직장생활을 하니까 지금 돌이켜보면 대학 때 방학이...

클레이튼, 광성 : 최고죠, 너무 그리워요!

진행자 : 게다가 길잖아요.

예은 : 네, 두 달 정도 돼요. 제 친구들은 모두 회사에 다니니까 정말 부러워해요. 학생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라면서.

진행자 : 여러분은 대학 방학 때 뭐하고 지냈어요?

광성 : 저는 여행을 많이 다녔어요. 방학이 1년에 두 번이니까 한 번은 해외여행을 가거나 아니면 집에서 놀거나 친구들 만나거나.

클레이튼 : 저도 비슷해요. 청소년 시절에는 가족과 어딘가로 놀러 가거나 멀리 사는 친척 만나러 갔고. 대학 때는 사관학교 다녔으니까 방학 때도 훈련 받으러 갔어요. 처음에는 육군 되고 싶었는데 나중에는 해군 되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한번은 부모님이 ‘이번 여름에는 친척들과 함께 유럽 간다’고 했는데 제가 유럽 안 가고 해군 기초훈련 받고 싶다고 해서 난리가 난 적도 있어요(웃음).

진행자 : 유럽 여행가는 것보다 훈련을 더 받고 싶었던 거네요.

예은 : 저는 국내여행을 많이 다니긴 했지만, 대부분은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학비도 벌어야 하고, 일하는 경험도 쌓고 싶어서. 그리고 자격증이나 영어공부를 위해서 학원도 많이 다니고요.

광성 : 저는 학원에 돈을 내놓고 거의 안 갔어요(웃음).

진행자 : 친구들은 방학을 주로 어떻게 보냈던 것 같아요?

예은 : 취업 준비를 하는 친구들도 있었고, 여자들은 운동을 하고 살을 빼서 방학 끝나고 돌아올 때 사람이 바뀌어 있기도 해요(웃음).

광성 : 대학 초반에는 좀 노는 분위기였는데, 고학년이 될수록 인턴쉽이라고 회사에서 수습생활을 하는 등 취업준비를 하니까 요즘은 방학을 잘 즐기지 못하는 것 같아요.

예은 : 방학 때 봉사활동을 하기도 해요. 농활이라고 농촌생활을 체험해보기도 하고, 해외에 나가서 집짓는 봉사활동을 하기도 해요.

클레이튼 : 제가 한국에 처음 와서 방학숙제 보고 깜짝 놀았어요. 그때 유치원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방학 숙제가 어마어마한 거예요. 5~6살 어린이인데, 이게 무슨 방학인가!

진행자 : 미국에서는 숙제 없어요?

클레이튼 : 있긴 있는데 많지는 않아요. 예를 들어 방학 때 책 3권 정도 읽고 독후감 써야 하는데, 전체적으로 많지는 않아요.

예은 : 남한은 방학숙제가 있어요. 일기 쓰기, 독후감, 만들기 등 과목별로 있었어요. 그런데 그걸 개학 직전에 해요, 가족들이 다 모여서(웃음).

진행자 : 그런가하면 저희가 어렸을 때만 해도 아빠는 일하시고, 엄마는 집에 계시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은 맞벌이라고 해서 다들 엄마, 아빠 모두 직장생활을 하니까 방학이 되면 아이들이 집에 있을 경우 식사도 해결할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학원을 비롯해 방학용 다양한 프로그램이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예은 : 네, 동네 기관이나 도서관, 박물관 등에서 많이 운영해요. 진행자 : 학교에서는 배우지 못하는 것들을 배우기도 하고, 아니면 해병대 캠프처럼 군대생활을 경험해 보거나 여행을 보내는 프로그램도 있더라고요.

예은 : 아이들도 한자나 컴퓨터 등을 배워서 관련 자격증을 일찍 따기도 해요.

진행자 : 미국은 어때요?

클레이튼 : 미국도 비슷해요. 이런저런 프로그램이 있는데 제가 어렸을 때는 운동 관련 프로그램이 가장 많았어요. 3박4일 일정으로 축구나 테니스를 배우기도 하고요. 5년 연속 여름캠프라고 해서 시골에서 지내면서 산악자전거 타거나 암벽등반, 수영 등을 했어요.

예은 : 종교단체에서도 다양한 행사를 해요. 불교에서는 템플스테이라고 절에서 지내면서 관련 문화를 체험해보고, 교회나 성당에서도 여름성경학교를 운영해요.

광성 : 북한도 방학기간은 남한과 거의 비슷한데, 여름에는 거의 쉬지를 못해요. 왜냐면 한창 농번기라서 일손이 부족하면 돕고, 명목상 돕는 것이기 강제로 노동을 하는 거죠. 하기 싫은데 강제로 끌려가서.

진행자 : 의무적으로?

광성 : 네. 방학에 수업은 안 하지만 학기 때와 비슷해요. 학기 때도 수업 끝나면 건설현장 같은 곳에 가서 일을 하거든요.

진행자 : 그럼 매일 나가는 거예요?

광성 : 네, 거의 매일. 인민학교 이후에는 방학 때 놀았던 기억이 없는 것 같아요.

진행자 : 광성 군은 고등학교 방학은 남한에서 보냈잖아요.

광성 : 남북을 다 경험해봤죠. 북한에서 5학년까지 다니고 남한에서 고등학교 1학년부터 다닌 거니까.

진행자 : 방학이 많이 달라서 처음에는 굉장히 당황했겠는데요?

광성 : 북한에서는 방학 때 공부를 시키는 것도 아니고 일만 시키니까. 매일은 아니지만 일주일에 3~4회는 일을 시켰는데, 남한에서는 아무것도 없어요. 대신 방학숙제를 해야 하고. 고등학교 때는 학교에 나가서 공부를 해야 하죠. 대학 입시 준비 때문에. 처음에는 신기했는데, 3학년 되니까 그것도 싫더라고요(웃음).

예은 : 남한에서는 학생의 본분이 공부를 하는 것이라고 해서...

광성 : 북한에서도 그래요. 김일성이 ‘학생의 본분은 공부입니다’라고 말을 했다고 해서 교실마다 걸려 있을 거예요. 북한에서도 학생의 본분은 공부라고 하면서 일을 더 많이 시키죠.

예은 : 힘들어서 어떻게 공부를 할 수 있을까요? 남한에서는 부모님이 열성적으로 공부를 시킬 경우 초등학교 때도 바쁘게 학원을 다니면서 공부하고, 중학교 때부터는 좋은 대학에 가겠다 하는 친구들은 아마 학원에서 살 거예요. 고등학교에 가면 거의 방학이 없어요. 매일 학교에 가야 하고.

진행자 : 그렇죠, 방학은 방학인데 공부하러 학교에는 나가야 해요.

광성 : 예은 씨가 힘들어서 공부를 어떻게 하느냐고 물었는데 공부를 안 시키는 거죠. 공부를 해서 대학에 갈 친구들은 따로 있어요. 그런 친구들은 일을 안 시켜요. 그 친구들이 대학에 가서 나중에 국가의 간부가 되는 등 이바지 할 것이다. 반면 일반 학교 학생들은 오히려 공부를 하면 다른 생각을 하고 불만을 품을 수 있으니까 일을 시키는 거죠.

진행자 : 그러니까 학생이면서 하나의 노동집단이네요.

클레이튼 : 얘기 듣고 보니 제가 미국에서 태어난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어요(웃음). 개념이 다른 것 같아요. 미국에서 방학은 재충전, 다음 학기 공부할 수 있도록 쉬는 거라고 생각해요.

진행자 : 광성 군은 17살 정도까지는 어떻게 보면 방학에 대한 개념이 없었던 거잖아요. 남한에 와서 고등학교, 대학교 때 넘쳐나는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하나... 좀 혼란스러웠을 것 같은데요?

광성 : 고등학교 1학년 때는 힘들었어요. 제가 2006년에 남한에 와서 2007년에 입학했으니까 남한에 온 지 1년도 안 돼서 방학을 맞이한 거예요. 그러다 보니까 친한 학교 친구도 없고, 동네 친구도 없어서 할 일이 없었죠. 탈북할 때 함께 온 친구들은 대부분 서울에 있었고, 저는 대구에 있다 보니까 여건이 되면 서울 가서 그 친구들 만나고 그랬어요.

진행자 : 좀 아쉽지는 않아요? 방학에 대해 잘 알았으면...

광성 : 그렇죠, 즐겁게 보냈을 텐데. 부모님도 일 끝내고 오시면 제가 계속 집에서 텔레비전만 보고 있으니까 많이 속상해 하셨어요. 나가기라도 하라고. 그런데 뭘 알아야 나가죠(웃음). 그때는 도와주는 사람도 별로 없었고. 지금 생각하면 무척 아쉬워요.

진행자 : 방학 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얘기해 볼까요?

예은 : 저는 중학교 가기 전 겨울방학 때 최초로 해외여행을 갔어요, 캄보디아와 태국. 교회에서 갔는데, 가기 전까지 관련 문화를 배웠어요. 그 여행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진행자 : 저는 어렸을 때 아빠랑 단 둘이 일주일 정도 여행을 한 적이 있거든요. 기차 타고, 아빠 고향에 가서 유관순 열사 기념관에도 가고. 저는 지방에 살았으니까 그러면 서울이 인기 관광지잖아요. 그래서 서울에 와서 여기저기 둘러보고, 언니가 다니는 대학교에도 가보고. 그 여행이 편하지는 않았는데 왠지 모르게 기억에 남아요(웃음).

클레이튼은 어때요?

클레이튼 : 저도 길고 고생 많았던 여행이었는데, 해병대 기초훈련 받으러 갔을 때. 나이 아무리 많이 먹어도 기억날 것 같아요. 그리고 일반적인 여행으로는 모든 친척들과 프랑스에 갔던 기억이 나요. 집 한 채를 빌리고 18명이 함께 머물면서 여기저기 여행했어요. 정말 좋았어요.

광성 : 저는 북한에서 송도원국제소년단야영소라는 곳에 갔어요. 북한 학생들이 모두 꿈꾸는 곳이죠, 가고 싶어서. 강원도 원산에 있어요. 1년에 1개 시에서 1개 학급 정도나 갈 수 있는데 2003년도 방학에 저희 학급이 뽑혀서 가게 됐어요. 회령에서 강원도로 가려면 차편이 좋지 않아요. 그런데 마침 거기까지 가는 차가 있어서 3일 동안 갔던 것 같아요.

진행자 : 3일 동안 이동을 했다고요?

예은 : 5시간 정도면 이동할 수 있는 거리 아니에요?

광성 : 그렇죠, 그런데 길이 안 좋고 교통편이 안 좋다 보니까 도중에 연료가 떨어져서 길에 서기도 하고. 아무튼 어렵게 가서 보름 정도 송도원야영소에 머물렀어요. 그때 처음으로 엘리베이터(승강기), 에스컬레이터(계단 승강기) 등을 봤어요.

북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꿈꾼다는 송도원야영소, 청취자 여러분도 가보셨나요? 광성 군은 당시 기억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꽤 흥분한 것 같은데요. 송도원야영소에서 보냈던 방학, 자세한 얘기는 다음 시간에 계속 이어가겠습니다.

<청춘 만세> 오늘은 여기서 인사드릴게요. 지금까지 진행에 윤하정이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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