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휴가(2) 달콤한 휴가

서울-윤하정 xallsl@rfa.org
2017-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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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서 피서객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서 피서객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남한에서 생활하는 청년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청춘만세> 저는 진행자 윤하정입니다. 먼저 이 시간을 함께 꾸며갈 세 청년을 소개할게요.

클레이튼 : 안녕하세요, 미국 켄터키 주에서 온 클레이튼입니다. 한국에 거주한 지 7년 됐고, 한국 회사에 다니고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강예은 : 안녕하세요, 강예은이라고 합니다. 러시아어를 전공하고 있는 학생입니다. 제가 살아갈 세상과 통일 한반도에 관심이 많은 사람으로 많은 이야기를 통해 서로 이해를 넓혀갔으면 좋겠습니다.

광성 : 안녕하세요, 서울에서 회사 다니고 있는 정광성입니다. 고향은 함경북도 회령시고, 남한에 온 지 11년 됐습니다. 북한 청취자 여러분을 위해 좋은 소식 전해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남한에서는 찜통더위가 이어지고 있는 요즘이 학생들의 방학, 직장인들의 휴가철이기도 합니다. <청춘 만세> 지난 시간부터 방학과 휴가에 대해 얘기 나누고 있는데요.

가장 기억에 남는 방학을 물었더니 우리 청년들은 모두 어디론가 떠났던 여행을 떠올렸어요. 특히 광성 군은 북한에서 송도원야영소에 갔던 방학을 잊을 수 없다고 했는데요. 이 얘기 마저 듣고, 직장인들의 달콤한 휴식 기간인 휴가에 대해서도 얘기 나눠보죠.

진행자 : 방학 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얘기해 볼까요?

광성 : 저는 북한에서 송도원국제소년단야영소라는 곳에 갔어요. 북한 학생들이 모두 꿈꾸는 곳이죠, 가고 싶어서. 강원도 원산에 있어요. 1년에 1개 시에서 1개 학급 정도나 갈 수 있는데 2003년도 방학에 저희 학급이 뽑혀서 가게 됐어요. 보름 정도 송도원야영소에 머물렀는데 그때 처음으로 엘리베이터(승강기), 에스컬레이터(계단 승강기) 등을 봤어요. 거기는 북한 학생들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오기 때문에 현대시설로 꾸며져 있거든요. 공산국가 학생들을 초청해서 ‘우리 이렇게 잘 살고 있다’고 보여주는 식이죠. 태어나서 그때까지 못 봤던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 침대... 양변기도 처음 봤어요. 우리가 남한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것들인데, 그때는 정말 좋았어요. 가기 전에 학습도 해요. 김일성, 김정일의 사랑과 배려로 송도원야영소를 간다고(웃음).

예은 : 가서 뭐해요?

광성 : 여러 학교에서 오는데 혁명 활동도 하고, 놀러 가기도 하고. 바로 옆이 김정일 별장이라서 금강산이 보일 정도로 경치가 정말 좋아요. 또 회령에는 바다가 없으니까 바다도 처음 봐서 계속 바닷가에서 놀고. 물론 남한에 와서는 방학 때 해외도 나가고 하지만 그때 기억이 아직도 잊히지 않아요.

진행자 : 광성 군은 그 외에 가족끼리 계곡이나 바다로 떠나본 적은 없어요?

광성 : 없어요. 어릴 때는 방학 때도 부모님이 바쁘셨고, 커서는 학교에 나가야 했고. 그리고 일단 시외를 벗어나지 못하니까. 시외로 가려면 당국에 가서 여행증명서를 받아야 하거든요. 그 과정도 상당히 어려워서 다른 지방에 친척들이 살았는데도 갈 엄두가 안 나는 거죠. 좀 커서 15~16살 때는 친구들하고 강변에 놀러가서 고기 잡아 어죽을 써먹기도 하고.

진행자 : 15살에 친구들이랑 강변에 가서 어죽을 써먹었다고요?

광성 : 남한에서 15살은 무척 어리잖아요. 북한에서는 17살에 학교를 졸업하니까 성숙한 거예요. 저도 남한에서 살면서 지금 생각해보면 15살이 정말 어리지만 북한에서는 어리지 않아요.

진행자 : 이제 우리는 방학을 보내고 싶어도 보낼 수 없는 나이가 됐고,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학원 다니던 그 방학마저 그리워지는데 대신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꿈같은 휴가라는 기간이 있잖아요. 북한에도 휴가가 있다고는 들었어요.

광성 : 휴가라기보다는 시간을 받는다! 남한에서는 예를 들어 직장에 다니면 1년에 5일 연속 쉴 수 있잖아요. 북한에서는 그런 휴가가 따로 없어요. 저도 북한에서는 일을 안 해봐서 여러 사람에게 물어봤는데, 북한에서는 휴가라는 단어를 몰랐다고 해요. 무슨 일이 생기면 시간을 받아서 처리하는 거죠.

진행자 : 그럼 휴가라는 개념부터 설명을 드려야겠네요. 직장생활을 시작하면 보통 법적으로는 1년에 2~3주 정도의 휴가가 있고, 연차라고 일한 해가 늘수록 휴가 일수도 늘어서 한 달 정도 쉴 수가 있어요. 그런데 한 달 동안 쉬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고, 대부분 7~8월 무더위에 한 5일 정도 휴가를 내면 앞뒤 토요일, 일요일까지 해서 길게는 9일 정도를 쉬는 거죠. 여행도 가고, 평소에 못했던 것도 하고. 명절 때도 앞뒤로 하루 이틀 휴가를 내서 쉬기도 하고요. 어쨌든 법적으로는 한 달 정도의 유급휴가, 월급을 받으면서 쉬는 게 보장되는 거예요.

클레이튼은 잘 쉬고 있죠? 직장생활 2년 정도 했잖아요.

클레이튼 : 네, 이 회사에서는 1년에 15일 휴가인데 당연히 한꺼번에 쓸 수는 없어요. 5월 초에 계속 공휴일이 있어서 우리 회사는 일주일 정도 쉬었는데 그 다음 주 월요일에 휴가 쓰려고 했더니 이사님이 안 된다고. 미리 말씀드리고 문제없는데 왜 안 되느냐고 물었더니 너무 오래 쉬면 안 된다고. 약간 충격 받았어요(웃음).

진행자 : 너무 오래 쉬면 안 돼! 나눠서 쉬도록(웃음).

클레이튼 : 그거였어요(웃음). 미국에서도 한 2주 정도 휴가예요.

진행자 : 미국에서는 한꺼번에 2주 쉬죠?

클레이튼 : 네, 한국회사 다니면서 이제 익숙해졌어요. 며칠씩 나눠 쓰는 거요.

진행자 : 그리고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은 한 달 휴가를 몰아 쓰든 나눠 쓰든 다 쓰더라고요.

광성 : 남한도 무조건 써야 하는 구조죠.

진행자 : 법적으로는 그렇지만 실질적으로 한 달을 쉬기는 힘들어요.

광성 : 무조건 쓰라는 게 휴가를 안 쓴 만큼 회사에서 돈을 줘야 하니까.

진행자 : 보상금을 주는 회사도 있어요. 일의 특수성에 따라 예를 들어 각 회사의 홍보실이나 공보팀 같은 경우는 법적으로 보장돼 있더라도 휴가를 길게 쓰기는 힘들거든요. 그런가하면 제가 아는 사람들 중에는 2주 쉬는 사람들도 있더라고요. 예를 들어 은행원 같은 경우는 이 사람이 2주를 비운다고 해서 업무에 큰 차질이 생기는 게 아니니까.

광성 : 북한에서는 군인들도 휴가가 없대요. 군에서도 경조사 때 며칠 동안 시간을 받는 개념. 군대에서 집에 갈 때도 장교가 따라가요. 왜냐면 북한에서는 집과 군대가 굉장히 멀어요. 예를 들어 서울에서 태어났다면 부산쯤에 배치를 해요. 그러다 보니까 교통수단도 안 좋고, 탈영 등을 막기 위해서 장교가 따라간대요. 북한에서 장교 하다 오신 분한테 여쭤봤는데 일단 병사들에게는 휴가라는 말 자체가 없고 장교들도 사관학교 졸업하고 배치 전에 보름쯤이 공식적인 휴가라고 해요. 그 외에는 따로 휴가가 없대요.

진행자 : 남한에서는 군대에서도 휴가를 받거든요.

예은 : 네, 제 남동생이 군복무 중인데 외박이 있고 휴가가 있어요. 최근에 가장 길었던 건 9박10일 휴가였어요. 계속 군대에 안 들어가더라고요(웃음).

진행자 : 보통 24개월 군 복무기간이라면 한 달 정도는 휴가예요. 그건 의무적인 휴가이고, 거기에 포상휴가라고 해서 장기자랑을 잘하거나 축구를 잘해도 휴가를 받더라고요. 육군은 21개월 복무하는데 결국 20개월만 군에 있다고 생각하면 되는 거죠.

우리 부모님 세대만 해도 휴가라는 게 숫자상으로 존재하고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점점 휴가를 제대로 사용하는 문화가 자리 잡아가고 있지 않나. 클레이튼처럼 휴가를 사용하겠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사람들도 많아지고(웃음), 휴가를 사용하도록 장려하는 회사도 많아지고.

그럼 올해는 여러분 휴가를 썼나요, 아니면 사용할 계획인가요?

클레이튼 : 저는 5월 첫째 주에 썼는데, 그때 남해안에 가서 자전거 마음껏 타고, 서울 오는 길에 전주에 들러서 친구들도 만났습니다. 한 일주일 사용했어요. 즐겁게 휴가를 보냈더니 사무실 돌아가고 싶지 않았어요(웃음). 다음 월요일에 월요병 너무 심했어요. 연말에는 성탄절에 미국 다녀올 겁니다. 성탄절에는 가족들이 함께 모이니까.

진행자 : 그러고 보면 클레이튼은 1년에 2주 정도는 휴가를 사용하네요.

클레이튼 : 네.

진행자 : 당당한 미국인(웃음).

광성 : 저는 계획 없이 여행을 떠나볼 계획이에요. 저도 남해안으로 가보려고요.

예은 : 그런데 지금 한창 휴가철이라서 준비를 하지 않으면 힘들 텐데요. 저희 가족도 숙소를 예매하려는데 없더라고요.

진행자 : 예은 씨는 방학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어떻게 보낼 생각이에요?

에은 : 저는 원대한 계획을 세웠는데 사실상 다 지키지는 못했어요. 지금은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고요. 그리고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갈 계획이에요. 거기서 시원하게 여름을 보낼 생각입니다.

진행자 : 북한에는 방학이나 휴가에 대한 개념이 없다 보니까 오늘 얘기를 나누면서도 많은 생각을 했을 것 같아요.

광성 : 일단 방학이나 휴가를 모른다, 당연하게 생각할 수 없다는 게 안타깝고. 가장 힘든 건 어린 친구들 같아요. 저도 해봤지만 여름방학에는 농사를 해야 하고, 겨울방학에는 땔감을 마련하려고 산에 가야 하고. 솔직히 그렇게 할 나이가 아닌데. 최근에는 어떠냐고 물어봤더니 달라진 게 하나도 없대요. 학생은 미성년자잖아요, 북한에서나 남한에서나. 그 미성년자를 대하는 태도가 다르니까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예은 : 방학식이 있잖아요. 방학식 전에 ‘이번 방학에는 뭘 할까, 학교를 안 가니까 늦잠을 자도 되겠다’ 같은 기대감이 있는데 그런 기대를 전혀 할 수 없다는 게 너무 안타깝고, 휴가도 없으니까 휴가 계획도 세울 수가 없잖아요. 마음이 아파요.

진행자 : 신문기사의 사진을 보면 방학식 맞은 아이들의 표정이 가장 해맑은데 말이죠(웃음). 우리는 이렇게 말하지만, 미국에서 온 클레이튼은 남한의 방학이나 휴가를 보면서 또 다른 생각을 하겠죠?

클레이튼 : 학생들은 불쌍한 것 같아요. 어렸을 때는 그냥 부담 없이, 아무 걱정 없이 즐겨야 하는데 남한 학생들은 너무 빨리 어른이 되는 거 아닌가. 한국 사람들이 ‘일할 때 일하고 놀 때 놀고’ 이런 생각을 많이 했으면 좋겠어요. 공부도 중요하지만 인생의 전부는 아니잖아요.

진행자 : 클레이튼 말이 맞네요. 놀 땐 놀고, 공부하거나 일할 때는 또 열심히. 이 개념이 남한뿐만 아니라 북한에도 자리를 잡았으면 좋겠습니다.

광성 : 휴가도 당연히 있어야 하지만, 청소년들 방학이라도 제대로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진행자 : 다 함께 기원하면서 이 시간 마무리하겠습니다.

다 함께 :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십시오.

진행자 : <청춘 만세> 지금까지 진행에 윤하정이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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