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저녁 시간 산책을 하다보면 "아! 시원하다" 라는 말을 자주하게 되는데요. 열대야로 잠 못 이루던 지난밤들을 생각하면 이 바람소리가 이렇게 반가울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변하는 자연, 계절은 참 신기하죠!
자연만큼 우리에게 주어진 커다란 선물이 없다고 지금 불어오는 바람이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신선한 바람을 느끼며 오늘 <청춘만세> 시작합니다.
최근 남쪽에선 우유 값이 오른다고 해서 찬반 논란이 한창입니다. 우유를 마시는 건 주로 아이들이기 때문에 부모들이 우유가격에 만감한 거죠. 남북청년들이 함께하는 인권모임 '나우'의 이정민, 김강남 씨와 함께 우유에 대한 얘기 나눠봅니다.
진행자 : 안녕하세요. 오늘 우유 빛깔! 정민 씨, 강남 씨와 함께 합니다. (웃음)
이정민, 김강남: 안녕하세요.
진행자 : 제가 유유 빛깔이라고 말씀드렸는데 남쪽에서는 칭찬이에요. 아시죠?
이정민 : 네. 그럼요. 연예인들에게도 '우유 빛깔'이라는 말을 앞에 넣더라고요. 저는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었어요. (웃음)
진행자 : 그만큼 피부가 뽀얗고 좋다는 말이죠.
진행자 : 두 분은 우유 좋아하세요?
이정민 : 저는 우유가 체질적으로 안 받아요. 대신 두유를 먹습니다.
김강남 : 저는 북에서부터 우유를 많이 먹었습니다.
이정민 : 북한에서 우유를 먹었다고? 소젖을? 그건 염소젖이지...
진행자 : 염소젖은 산양우유라고 해서 남쪽에서는 무척 비싸게 팔고 귀한 건데...
북에서는 소젖을 짜서 만든 우유를 쉽게 볼 수 없으시죠? 남쪽에서는 주로 소젖 우유를 마십니다. 강남 씨는 자신이 북에서 마시던 우유와 남쪽 시중에서 많이 파는 우유가 다르다는 사실을 오늘에야 알았네요.
진행자 : 어때요? 지금 비교해보면 맛이 달라요?
김강남 : 지금 생각해보면 맛이 다른 것 같아요. 북한에서는 염소 한두 마리씩 개인 소유로 둘 수 있어요. 저녁이면 젖을 짜서 식량에 보태는 거죠. 저희 집에는 없었는데 옆집에 염소가 있었거든요. 냉장고가 없어서 바로바로 먹어야 해요. 그래서 남으면 우리 집에 가져다 줬었습니다.
진행자 : 정말 신선한 산양 우유를 마셨던 거네요.
이정민 : 또 북한은 사료를 안줘요. 순전히 풀만 먹여서 키워요. 그 염소도 나중에는 너무 쥐어짜니까 젖이 안 나왔고 나중에는 배고프니까 염소를 잡아먹고... 그랬던 기억이 납니다.
진행자 : 그런데 이번에 우유 값이 오른다는 말에 많이들 걱정했습니다.
최근 남쪽의 우유업체들이 잇따라 가격을 인상하고 있습니다. 지난달부터 도입된 '원유가격 연동제' 때문인데요. 원유가격 연동제란 우유를 만드는데 들어가는 원유 가격을 결정할 때 실제 생산비에다 물가 인상율까지 적용해 가격을 정하는 제돕니다. 이에 따라 지난달 원유가격이 리터 당 834원에서 940원으로 12.7% 올랐고 남한의 대표적인 유제품 업체인 서울 우유가 우유 값을 1리터당 220원, 약 0.2달러 올렸습니다. 서울 우유에 이어 우유 업체들은 줄줄이 가격인상을 준비하는 분위깁니다.
이정민 : 우유 값이 오르면 농민들에게 좋은 거니까 괜찮지 않을까요?
진행자 : 그 분들에게는 큰 도움은 안 될 것 같은데요.
이정민 : 걱정이 되기는 하죠.
진행자 : 저는 빵 값이 같이 오를 것을 생각하니까 가슴이 철렁 하더라고요.
김강남 : 저는 그리 놀랍지 않습니다. 뉴스를 볼 때마다 물가가 오른다는 말을 들어서 이번에는 우유 값이 오르는구나... 생각했죠.
'원유가격 연동제'는 사료 값이나 환율에 따라 원유가격을 변동하는 제도여서 취지는 낙농가들을 위한 정부의 시책이지만 제조업체와 유통업체의 배만 불리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또 우유 값이 오른다는 소식에 소비자단체들도 반대의사를 밝혔는데요. 그래서 값을 올리고 싶은 우유 회사들도 눈치만 보는 상황입니다. 이렇게 남쪽에서는 우유 하나 값 올리는데도 다양한 목소리들이 나옵니다. 인상 폭이나 시기를 결정하는 일에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가 반영돼 물가 인상을 억제시키기도 합니다.
이정민 : 북한에서는 국가가 물가 안정 관리를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습니다. 어디에서는 10원 하던 물건이 다른 곳에서는 100원하고 몇 배를 붙이든 상관없는 거예요. 파는 사람 마음이죠. 그래서 여기서는 국가에서 물가를 안정시킨다고 하고 몇 원 올라도 시위하고 그러잖아요. 오히려 자본주의 국가에서 그런 것이 놀랍더라고요. 이번에 우유 값 같은 경우도 하나로 마트 때문에 인상이 덜 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런 것을 보면서 신기했습니다.
게다가 최근엔 컴퓨터 기능이 있는 휴대 전화, 스마트폰으로 그 자리에서 한 눈에 가격정보를 알아 볼 수 있어서 업체들은 자기들 마음대로 가격을 정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똑똑한 소비자들은 우유 하나를 마셔도 골라 마시고 따져보고 마시니까요. 그만큼 우유 업체도 많고 종류가 다양하다는 거겠죠.
진행자 : 남쪽에는 우유 종류가 참 많잖아요. 일단 딸기우유, 초코우유, 바나나 우유.. 그리고 우유에 칼슘이 많이 들어간 칼슘 우유, 머리가 좋아진다는 DHA우유, 저지방 우유...
이정민 : 저는 굳이 이렇게 먹어야할까 이런 생각했었는데 사람이 취향에 따라 다르니까 회사에서 홍보 전략을 쓰는 것 같아요.
진행자 : 마트에 가면 뭘 골라야할까 고민해본 적 없어요?
김강남 : 있어요. 여자 친구가 우유를 사달라고 해서 마트에 갔었는데 종류가 너무 많아서 그런 생각이 나더라고요. 조금 슬프더라고요. 불공평하다고 생각했어요. 북한에서는 우유가 한 가지 밖에 없었고 북에서 먹었던 우유가 남쪽에서 먹는 우유가 다르다는 것도 지금 알았어요. 그런데 여기 오니까 우유를 선택할 수 있잖아요. 북한에 있는 사람들도 우유를 선택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여자 친구에게 우유를 주면서 "넌 행복하다"라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진행자 : 북에서 온 분들은 소젖도 많이 안 마셔보고 유제품을 안 먹어봤잖아요. 남쪽에 오면 식성이 바뀐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이정민 : 처음에는 치즈 냄새가 너무 싫고 상한 것 같았습니다. 요구르트도 시큼한 냄새가 나서 처음에는 맛이 변한 건줄 알았어요. 이게 무슨 맛인가 했었는데 지금은 잘 먹고요. 피자에 들어간 쭉 늘어나는 치즈 모짜렐라 치즈도 좋아해요.
진행자 : 강남 씨는요?
김강남 : 네, 저는 많이 바뀌었습니다. 진짜 많이 바뀌었죠. 북한에서는 밥에 된장국을 주식으로 생각했는데 여기는 식당에 가도 여러 가지 음식을 선택할 수 있고 처음에는 스테이크 같은 고기를 못 먹었어요. 이건 비싼 거니까 먹어야 된다고 생각해서 억지로 먹기 시작했는데 그런대로 입맛에 맞더라고요. 올 해 들어서 정말 많이 바뀐 것 같습니다.
남쪽도 식습관이 바뀐 것은 그리 오래 되지 않았죠. 제가 어릴 때만 해도 우유를 싫어하는 어린이들이 꽤 많았습니다. 저 역시 우유를 무척 마시기 싫어했던 기억이 있는데요. 우유는 비타민과 칼슘, 단백질 등 무려 114가지의 영양소가 들어있는 완전식품의 대명사입니다. '하얀 보약' 이라 불리는 만큼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좋은 식품이라고 합니다.
진행자 : 우유를 많이 마셔야 합니다. 골다공증 예방도 해야 하고 다이어트에도 좋다고 합니다.
이정민 : 저는 속이 불편해서 우유 업계에서 속이 안 불편한 우유를 만들어줬으면 좋겠습니다. 저 같은 체질이 은근히 많을 것 같거든요.
진행자 : 그런 우유가 있다고 들은 것 같은데요...수소문 해보겠습니다.
김강남 : 저는 우유는 하야니까 음식 중에서 가장 깨끗한 음식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렇게 맑은 우유가 자꾸 인상되지 않았으면 좋겠고 우유와 더불어 저도 하얀 삶을 살겠습니다! (웃음)
진행자 : 두 분은 우유 많이 드시고 하얀 삶 사시고요. 저는 피부에 양보하겠습니다. (웃음) 오늘 감사합니다.
이정민, 김강남 : 수고하셨습니다.
INS - 우유CF
듣고 계신 소리는 '시스타'라는 유명 아이돌 그룹을 앞세운 남쪽 우유 광고 중 하나입니다. 우유를 마시면 예뻐지고 키도 크고 날씬해지고 튼튼해진다! '우유를 마시면 정말 이 언니들처럼 되는 거야?' 라는 생각이 저절로 드는 광고인데요. 광고 목적은 우유를 많이 마셔달라는 거죠... 남쪽에서는 초등학교 북쪽으로 하면 인민학교 급식에 우유가 빠지지 않습니다. 안 먹는 아이들도 많아서 남기도 하는데 이런 남긴 우유를 볼 때마다 고향 생각에 화가 난다는 분들도 많은데요. 우유 한잔 함께 할 날이 있겠죠...?
오늘 <청춘만세>는 여기 까집니다. 함께 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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