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에서 생활하는 청년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청춘만세> 저는 진행자 윤하정입니다. 먼저 이 시간을 함께 꾸며갈 세 청년을 소개할게요.
클레이튼 : 안녕하세요, 미국 켄터키주에서 온 클레이튼입니다. 한국에 거주한 지 7년 됐고, 한국 회사에 다니고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강예은 : 안녕하세요, 강예은이라고 합니다. 러시아어를 전공하고 있는 학생입니다. 제가 살아갈 세상과 통일 한반도에 관심이 많은 사람으로 많은 이야기를 통해 서로 이해를 넓혀갔으면 좋겠습니다.
광성 : 안녕하세요, 서울에서 회사 다니고 있는 정광성입니다. 고향은 함경북도 회령시고, 남한에 온 지 11년 됐습니다. 북한 청취자 여러분을 위해 좋은 소식 전해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남한은 9월 말부터 토요일, 일요일, 추석 연휴, 10월 9일 한글날까지 길게는 열흘간의 휴일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명절을 맞아 고향에 오가는 사람들, 긴 연휴를 이용해 해외로 여행 떠난 사람들로 '민족 대이동'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이동하고 있는데요. 이때 꼭 필요한 게 비행기, 기차, 버스, 자동차 등 각종 교통수단이죠. <청춘 만세> 지난 시간부터 교통에 대해 얘기 나누고 있는데요. 청년들의 얘기 계속해서 들어보시죠.
진행자 : 광성 군이 18살 때까지 북한에 있었는데 어떤 교통수단을 이용해 봤나요?
광성 : 일단 자전거가 많죠. 기차는 한 번 밖에 못 타봤어요. 이동할 수가 없으니까.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면 다른 도시에 사는 친척 집에라도 갈 텐데 불가능하니까.
진행자 : 기차는 회령에서 탄 거예요?
광성 : 아니요, 강원도에서. 중학교 때 저희 학급이 모범 학급으로 뽑혀서 송도원야영소에 갔는데 갈 때는 차를 타고 올 때는 기차를 탔어요. 그런데 전기가 안 들어와서 기차 안에 하루 정도 머물렀어요.
진행자 : 회령에 지하철은 없을 테고, 남한에서도 광역도시라고 큰 도시에만 지하철이 있으니까. 시내버스나 택시는 있어요?
광성 : 제가 있을 때까지만 해도 택시는 없었고요. 회령에 호텔이 하나 있는데, 외국인 대상으로 운영하는 택시는 있다고 들었어요. 시내버스는 아예 없어요. 시내는 그냥 보통 걸어 다니거나 자전거로.
진행자 : 회령 끝에서 끝이 어느 정도 거리인데 걸어 다녀요?
광성 : 40리 이상이라서 좀 걷기 힘들기는 한데, 대부분 이동 반경은 정해져 있고 좀 멀리 갈 거면 자전거를 타는 거죠.
진행자 : 예은 씨와 광성 씨는 나이가 한 살 차이니까 예은 씨는 2007년 전에 어떤 교통수단을 이용해 봤나요?
예은 : 저는 지금과 비슷해요. 지하철, 버스, 택시. 그때 제가 중학생이었으니까 혼자 그런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했던 것 같아요.
진행자 : 제가 어렸을 때를 떠올려 보면 저는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 살았는데 택시, 시내버스, 비행기, 배 다 타봤거든요. 지방이고, 2007년보다 훨씬 전인데도 다 이용해 봤어요.
광성 군이 2007년 전에 북한에 있었잖아요, 10년 전이니까. 사실 1997년에서 2007년 10년보다는 2007년에서 2017년 10년 사이 훨씬 많은 발전이 있었을 거예요. 2000년 전에는 스마트폰도 없었으니까.
광성 : 최근에 북한에서 온 친구들에게 물어보면 그때와 많이 달라지지는 않았대요. 북한에는 교통수단이라는 게 거의 없으니까.
예은 : 자차, 자기 자동차도 없는 거잖아요.
광성 : 승용차는 꿈도 못 꾸죠.
진행자 : 클레이튼은 어때요? 미국이라는 특수성이 있겠지만.
클레이튼 : 미국에서는 승용차를 많이 타죠. 제가 알아봤는데 명절 때는 90% 정도가 승용차를 타고 이동한대요. 6%가 비행기, 4%는 버스나 기차. 저는 승용차 많이 타봤고, 비행기도 많이 타봤습니다. 그런데 다른 교통수단은 많이 못 타봤어요. 미국에서 기차는 한 번? 미국은 땅이 너무 넓어서 기차를 많이 안 탑니다. 주로 화물 이동하는 데 사용돼요. 동북쪽, 뉴욕-워싱턴 사이는 기차를 많이 이용하는데 다른 지역은 잘 이용하지 않습니다. 노선도 많지 않고. 택시는 당연히 타봤지만 너무 비싸서 안 타는 게 낫죠.
진행자 : 예은 씨 어렸을 때, 저 어렸을 때도 수준의 차이는 있지만 지금과 같은 교통수단이 다 갖춰졌다고 했는데 남한에서 지하철 1호선이 개통된 게 1974년이래요. 남한이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사람과 물자가 이동할 수 있는 통로가 생긴 거잖아요. 경부선 고속도로가 처음으로 1970년에 개통했고, KTX가 2004년에 개통됐고. 70년대부터 교통망이 구축돼서 전쟁을 겪은 어르신들이 아니라면 웬만하면 지금의 교통수단을 과거에도 이용한 거죠. 물론 지금 훨씬 발전했지만. 서울의 경우 그 1호선이 지금은 9호선까지 확대됐고, 각 도시를 연결하는 또 다른 이름의 노선들이 생겼으니까.
광성 : 북한에도 평양에 지하철이 있어요. 남한보다 먼저 생겼어요, 1973년. 남한보다 먼저 생겼는데 2호선에서 끊겼어요. 하루에 30~40만 명 정도가 이용한대요. 평양에 살던 친구들 얘기를 들어보면 지하철을 많이 이용하고, 무궤도전차, 궤도전차라는 게 있는데 지상으로 다니는 버스 비슷해요. 전기로 가는데 궤도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궤도전차, 무궤도전차라고 불러요.
진행자 : 북한에서는 이런저런 교통수단이 있다는 것도 모르실 수 있잖아요. 여러분이 남한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 이용해본 신기한, 재밌는 교통수단을 소개해 볼까요?
클레이튼 : 유럽에 갔을 때 런던에서 파리까지 고속열차를 탔어요. 미국에도 기차가 있지만 제가 어렸을 때는 타보지 못해서 매력적이었어요. 기차 타고 여행하는 꿈이 있었거든요.
예은 : 해저터널로 가는 거잖아요?
클레이튼 : 네.
진행자 : 영국이 섬인데, 두 시간이면 영국 런던에서 프랑스 파리까지 갈 수 있더라고요. 그 도버해협이 다른 지역에 비해 수심이 낮아서 바다 밑을 뚫은 거라고 해요. 저도 타면서 바다 속으로 가서 물고기를 볼 수 있나 했는데 온통 시커먼 터널이더라고요(웃음). 그런데 정말 신기했어요.
지금 남한이랑 일본, 중국도 해저터널 얘기가 나오기는 하거든요. 하지만 비용이 너무 많이 들기도 하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것인가에 대한 지적들이 나오는데. 앞서 얘기한 해저터널은 영국에서 프랑스, 벨기에까지 가잖아요. 수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국가 간에 많은 교류도 생겼다고 해요.
예은 : 저는 신기했던 게 남한 기차에는 침대칸이 없잖아요.
진행자 : 예전에는 있었어요, 저도 타보지는 않았지만(웃음).
예은 : 러시아는 대부분 침대칸으로 되어 있어요. 시베리아 횡단열차라고 해서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모스크바까지 한 번도 안 서고 달려도 7일 정도 걸리거든요. 저도 타봤는데 괜찮더라고요.
진행자 : 저는 가장 특이했던 교통수단 가운데 하나가 저가항공. 특히 유럽은 대륙이라서 기차로도 잘 연결돼 있지만 예를 들어 영국에서 독일 갈 때도 잘만 하면 100달러 정도에 왕복이 가능하니까 덕분에 관광산업도 발달하고 편하게 이용하더라고요. 그런 저가항공이 신기했는데 남한에도 도입돼서 많이 이용하고 있죠.
광성 군은 승용차가 가장 신기하지 않았어요?
광성 : 일단 제가 면허를 딸 수 있다는 게 신기했어요.
진행자 : 지금 여기 있는 사람 중에 예은 씨만 없죠? 예은 씨가 특이한 경우예요, 다들 대학교 가면 운전면허 따니까(웃음).
클레이튼 : 저는 16살에 운전면허 땄습니다.
광성 : 북한에서는 운전을 상상도 못해요. 일단 차도 없지만 면허 따기가 힘들거든요. 그래서 남한에 와서 내가 직접 운전을 할 수 있다는 게 신기했어요.
진행자 : 사실 남한에서는 사회생활 시작하면 빚내서라도 자기 차를 사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그리고 언젠가는 각 가정에 자동차 한 대씩은 두고 내가 운전할 일이 생기니까 면허를 따지만 북한에서는 자기 차를 가진 사람이 거의 없잖아요.
광성 : 없죠. 저희 아버지는 운전사였는데 2년 정도 전문학교가 따로 있어요. 남한에서는 간단한 절차를 거치면 운전면허를 따는데 북한에서는 2년간 공부를 해야 해요. 남한에서는 운전만 하잖아요. 북한에서는 수리하는 방법도 배우거든요. 운전하다 차가 고장 나면 남한에서는 수리업체에 맡기는데, 북한에서는 직접 고쳐요.
진행자 : 남한에서 처음 미국 드라마 볼 때 10대, 미국 고등학생들이 자동차 운전하는 모습 보면 신기했거든요. 남한에서는 만18세부터 운전이 가능해서 대부분 대학 가서 면허를 따니까. 북한에서는 남한 사람들이 대부분 자동차를 갖고 운전하는 모습이 신기했을 것 같아요.
광성 : 신기하죠. 개인 자동차를 가지고 있는 것도 신기하고. 제가 남한에 오기 전에 친구 집에 방문한 어떤 분이 몰고 온 자동차를 탄 적이 있어요. 그때도 엄청 신기했어요. 저희 아버지는 트럭을 운전하셔서 승용차라는 걸 처음 타봤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제가 운전하는 차를 타니까 뿌듯하기도 하고. 뿌듯하다기보다는 신기하고, 뭔가 어른이 된 기분도 들고, 복잡한 감정이에요.
진행자 : 좀 자랑하고 싶은 마음도 있죠(웃음)? 보면 탈북민들이 다른 것들에 비해 운전면허를 굉장히 빨리 따고, 자동차도 사시더라고요.
광성 : 개인이 자동차를 갖고 있다는 건 북한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거든요. 개인 승용차는 성공 그 자체죠.
진행자 : 북한에서는 돈이 있어도 자동차를 못 사잖아요.
광성 : 그렇죠, 남한에서는 차를 사면 개인 번호판을 받잖아요. 북한에서는 사더라도 회사나 공장 같은 곳에 등록을 해야 해요. 그러니까 더더욱... 그래서 탈북한 친구들이나 주위 사람들 보면 자동차를 빨리 사요.
진행자 : 북한에서는 돈이 있어도 못 사는 자동차를 살 수 있고 내 차 운전해서 어디든 갈 수 있고, 이런 것에 대한 자긍심이 큰 것 같아요. 미국에는 운전면허 없는 사람 있어요(웃음)?
클레이튼 : 있긴 있는데, 만나보지 못했어요(웃음). 대도시에 살아도 대부분 승용차는 갖고 있고, 우리 고향 켄터키주는 대중교통 잘 안 돼 있어서 승용차가 없으면 생활하기 너무 어려워요. 미국 사람들은 어린 나이에 운전면허를 따는 편이에요. 제가 어렸을 때는 학교 다니는 것뿐만 아니라 축구, 테니스도 하고 친구들도 만나러 가니까 부모님이 계속 운전기사처럼 여기저기 데려다 주셨어요. 그래서 힘들다고 빨리 면허 따라고.
이렇게 각 나라의 사정에 따라 교통망이나 발달한 교통수단은 다르지만 어쨌든 사람과 물자의 교류는 더욱 활발해지고 있고 계속해서 더 빠르고 편리한 교통망이 갖춰지고 있는데요. 북한은 어떤가요? 이 얘기는 다음 시간에 계속 얘기해보죠. <청춘 만세> 오늘은 여기서 인사드립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윤하정이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