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계절(3) 책을 왜 안 읽나?

서울-윤하정 xallsl@rfa.org
2016.11.10
book_reading_children_b 청주시 상당구 공군사관학교 관사에 개관한 '작은 도서관'에서 어린이들이 책을 읽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남한에서 생활하는 청년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청춘 만세> 저는 진행자 윤하정입니다. 먼저 이 시간을 함께 꾸며갈 세 청년을 소개할게요.

클레이튼 : 안녕하십니까. 미국에서 온 클레이튼인데 남한에 온 지 6년 됐습니다. 지금 한국 회사 다니고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예은 : 안녕하세요. 저는 스물일곱 살이고, 남한에서 태어나 자란 강예은이라고 합니다. 러시아어를 전공했고, 북한과 통일에 관심이 있어 이렇게 함께 하게 됐습니다.

광성 : 안녕하세요, 정광성입니다. 저는 2006년까지 북한에서 살다 탈북해서 대학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했고, 북한전략센터라는 곳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독서의 계절’ 가을을 맞아 책과 관련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남한에는 국가에서 운영하는 공공도서관만 전국적으로 천 곳 가까이 있고, 학교도서관이나 곳곳에 자리한 서점에서도 남한은 물론 세계적인 작가들의 책을 구해서 볼 수 있는데요. 이렇게 책을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과 달리 책을 읽는 사람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우리 청년들은 책을 얼마나 자주 읽는지, 그리고 어렸을 때 어떤 위인전을 읽었는지 <청춘 만세> 지금부터 함께 들어보시죠.

진행자 : 여러분은 한 달에 책을 몇 권 정도 읽나요?

클레이튼 : 한 달 말고... 1년에 몇 권 읽죠(웃음).

광성 : 저도 1년에 3~4권 읽는 것 같아요.

예은 : 저는 그래도 한 달에 2권 이상은 읽어요. 지금 공부하는 중이라 도서관을 계속 가기 때문에 좋아하는 책도 빌려서 읽는데 요즘은 어려운 소설보다는 쉬운 소설, 수필 등을 주로 읽게 돼요.

진행자 : 저는 20대에 ‘1년에 100권 읽기’에 도전해본 적이 있거든요. 100권은 못 채우고 90권 가까이 읽었는데 90권을 읽으려면 일하는 시간, 사람 만나는 시간 외에 책만 읽어야 하더라고요. 저도 요즘은 한 달에 1~2권 정도 밖에 못 읽어요.

실제로 2013년 기준 OECD, 그러니까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의 독서율이 평균 76.5%래요. 그런데 남한이 74.4%로 평균보다 낮아요.

스웨덴이 85.7%, 영국, 미국은 81%예요. (남한에서)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은 잘 조성돼 있는데 책을 읽는 사람들은 점점 줄고 있는 게 안타깝죠.

예은 : 책을 읽으라고 권장은 하지만 그런 상황을 안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남한은 공부를 할 때 생각을 해서 글을 쓰도록 연습하기보다는 암기해서 객관식 문제로 푸는 방식으로 교육을 받다 보니까. 사실 진짜 공부를 하려면 여러 서적도 읽고 생각의 깊이를 키워야 하는데 그런 습관이 생기지 않은 것 같아요.

광성 : 이런 걸 보면 남북이 비슷해요, 주입식 교육. 좀 다른 의미의 주입식 교육이긴 하지만 북한도 암기를 잘 하거든요. 저도 어릴 때부터 암기를 많이 하도록 교육받았어요. 김일성, 김정일 혁명 활동도 그렇지만, 영어나 국어 등 모든 과목에서 암기를 했어요.

클레이튼 : 사람들이 책을 많이 안 읽는 이유는 게으르기 때문이에요. 저 같은 경우는 그래요. 대학 때는 과제 때문에 책을 많이 읽으라고 하니까 짜증이 났었고, 이제 학교는 안 다니지만 시간이 없으니까 퇴근하면 그냥 누워 있거나 친구들과 얘기 나누고 싶어요.

진행자 : 클레이튼 한 달에 영화는 몇 편 봐요?

클레이튼 : 한두 편(웃음)?

예은 : 책을 대체할 수 있는 매체가 너무 많잖아요. 특히 영상, 생각을 하지 않고 볼 수 있고, 문자를 상상해야 하는 수고로움도 덜 수 있어서 영상매체를 많이 봐요. 저도 사실 시간을 투자하면 책을 더 많이 볼 수 있을 텐데 요즘은 책보다 그림으로 보는 게 훨씬 빠르고 좋더라고요. 컴퓨터나 휴대전화로 인터넷을 이용하게 되면서 글보다는 시각적인 영상 매체로 보는 게 편하니까 더 게을러지는 거예요.

진행자 : 원래 아이들도 책보다는 텔레비전을 좋아하죠. 저도 예전에는 1년에 100권 읽기 운동도 했는데 요즘은 왜 이렇게 안 읽나 생각을 해보면 방송 쪽에서 10년 넘게 일을 하는데, 매일 글을 읽고 써야 하니까 글자가 보기 싫어지는 거예요. 왜 정신노동자라고 하잖아요. 평소에 머리를 계속 써야 하니까 책을 읽으면서까지 머리 쓰기가 싫은 거죠. 그리고 영화는 두세 시간이면 한 편이 끝나는데 책은 2~3일을 들고 있어도 끝나지 않을 때가 많으니까 과제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요. 그래서 저는 드라마도 잘 안 보고, 예능이라고 하죠. 오락 프로그램 보고 피로를 푸는 식으로 바뀐 것 같아요.

예은 : 네, 단순한 걸 찾게 돼요.

진행자 : 그런데 광성 군은 남한에 온 지 10년 밖에 안 됐는데, 어떤 이유가 가장 큰 것 같아요? 어렸을 때는 책을 즐겨 읽었나요?

광성 : 그때는 동화책, 북한식으로 말하면 그림책을 많이 읽으려고 했는데 어릴 때부터 습관이 안 들어 있으니까 남한에 와서도 잘 안 읽는 것 같아요. 두 장만 넘기면 졸음이 오고. 좀 나아지기는 했지만, 또 요즘에는 일을 하니까 정신이 없어서. 지하철 타고 이동하는 출퇴근 시간을 이용하려고 노력은 하는데 출근 시간에는 잠이 덜 깨서 힘들고, 퇴근할 때는 너무 지치니까 힘들고. 억지로라도 읽으려고 노력은 해요.

진행자 : 책을 읽는 습관은 어릴 때부터 키워지는 경우가 많잖아요. 어렸을 때는 누구나 위인전이라는 걸 읽게 되는데, 북한에서는 당연히...

광성 : 김일성, 김정일...

진행자 : 다른 사람을 읽어본 기억은 없나요?

광성 : 저는 없어요.

예은 : 정말요?

광성 : 심지어 북한에서는 단군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단군릉을 멋있게 복원했으면서도 단군에 대한 얘기나 책 자체는 거의 없어요.

예은 : 우상이 될 만한 것들은 뿌리를 뽑아버리나 봐요.

진행자 : 어렸을 때는 몇 십 권에 달하는 위인전집을 다들 읽잖아요. 클레이튼도 읽었던 기억이 있나요?

클레이튼 : 저는 별로 없어요. 위인전집은 있었는데 역사책을 좋아해서 한 인물보다는 6.25전쟁이나 제2차 세계대전처럼 큰 그림 보는 걸 좋아했어요.

진행자 : 책장에 누가 있었는지는 기억해요?

클레이튼 : 윈스턴 처칠이라고 영국의 총리 있었고, 다른 사람은 잘 기억이 안 나요. 선물로 받았던 전집이라(웃음).

진행자 : 저는 나이팅게일, 세종대왕, 장영실, 이순신, 링컨, 그리스도, 미켈란젤로 등 한반도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위인들이 다 있었어요. 나이팅게일은 간호사이고, 미켈란젤로는 화가죠.

예은 : 저는 감명적으로 읽었던 게 헬렌 켈러였어요. 장애인으로 태어난 건 아니고, 세 살 때 시력과 청력을 잃어서 나중에는 말도 못하게 됐는데 설리번이라는 좋은 선생님을 만나서 치료하는 과정을 다루고 있어요. 결국 헬렌 켈러가 미국의 좋은 대학에 들어가서 인권운동을 하는 등 장애를 극복했다는 이야기인데 정말 감명 깊게 읽었어요.

남한의 가정이 대부분 비슷할 텐데 제가 어렸을 때는 부모님이 ‘너도 이런 훌륭한 사람이 돼라’하시며 위인전집을 사줘요. 동화책은 물론이고 백과사전도 있고, 저희 집은 어머니가 책을 많이 읽으라고 잡지도 구독해 주셨어요.

광성 : 부러워요. 저는 어릴 때 남한이 나쁘다고만 책으로 읽었는데. 어린이에게 그 위인처럼 꿈을 갖게 하고 생각을 넓혀주는 거잖아요.

진행자 : 혹시 요즘 위인전 본 적 있어요? 세대가 달라졌으니까 또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했을 거잖아요. 제가 지난 추석에 조카의 위인전집을 봤는데, 미국의 갑부 워런 버핏, 주식투자로 부자가 됐지만 본인은 근검절약하고 거액을 기부한다고 평가돼 있더라고요. 영국의 조앤 롤링이라는 작가도 있었습니다. ‘해리포터’라는 동화를 쓰고 영화로도 제작돼서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작가죠. 남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반기문, 누구죠?

예은 : 유엔 사무총장이에요. 우와, 이 사람들이 위인전에 있어요?

진행자 : 저도 깜짝 놀랐어요. 이렇게 새로운 사람들이 위인전집에 추가되는구나. 그래서 읽어봤어요(웃음).

북한도 새로 추가된 인물이 있지 않을까요?

광성 : 있죠, 김정은(웃음)? 일단은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김정숙까지. 그 아래 김정일의 할아버지 김형직이나 최현이나 김책처럼 김일성에게 충성했던 사람들. 위인은 아니지만 김일성을 위해 한 목숨 다 바친 전사들, 그 사람들 이름을 따서 시도 만들도 대학도 만들고. 그러니까 우리도 당과 수령을 위해 한 목숨을 다해야 한다(웃음).

진행자 : 왜 그렇게 웃으면서 얘기해요?

광성 : 지금 생각하면 어이가 없어요. 그런데 당시에는 저도 김일성, 제 때는 김정은이었죠. 김정은에게 내 목숨을 바쳐야겠다고 생각했죠.

진행자 : 결국은 김일성이라는 한 인물에서 가지를 친 사람들이네요.

자, 저희가 책을 많이 읽지는 않지만 어쨌든 남한에는, 세상에는 책이 무척 많습니다.

그리고 요즘 한글을 배우는 외국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남한 책들이 세계적으로 많이 번역되고 있잖아요. 한강 씨의 ‘채식주의자’나 신경숙 씨의 책들이 세계 여러 나라 글로 번역돼서 출판되고 있거든요. 우리가 책을 통해서 다른 나라의 문화를 알게 되는 것처럼 남한 책을 통해서 세계의 사람들도 남한의 문화를 알게 되지 않을까 싶은데 가까운 북한에는 남한 책이 가지 못한다는 게 아쉽습니다. 요즘에는 USB에 책을 담아서 북한에 보내기도 하니까요. 혹 접하게 되신다면 책을 통해서 드라마나 영화와는 또 다른 남한을 접해보시면 좋겠고요. 다 함께 인사드리면서 이 시간 마무리하겠습니다.

다 함께 :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십시오.

진행자 : 지금까지 진행에 윤하정이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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