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2) 배달이 많은 이유

서울-윤하정 xallsl@rfa.org
2017.12.07
drone_pizza_delivery_b 서울 광진구 그랜드 워커힐 서울 캠핑존에서 '피자힐' 염영일 조리장과 워커힐 대표 캐릭터 '아람이, 차람이, 가람이'가 드론 전문 업체 '드론스쿨'의 피자 배달 퍼포먼스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남한에서 생활하는 청년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청춘만세> 저는 진행자 윤하정입니다. 먼저 이 시간을 함께 꾸며갈 세 청년을 소개할게요.

클레이튼 : 안녕하세요, 미국 켄터키주에서 온 클레이튼입니다. 한국에 거주한 지 7년 됐고, 한국 회사에 다니고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강예은 : 안녕하세요, 강예은이라고 합니다. 러시아어를 전공하고 있는 학생입니다. 제가 살아갈 세상과 통일 한반도에 관심이 많은 사람으로 많은 이야기를 통해 서로 이해를 넓혀갔으면 좋겠습니다.

광성 : 안녕하세요, 서울에서 회사 다니고 있는 정광성입니다. 고향은 함경북도 회령시고, 남한에 온 지 11년 됐습니다. 북한 청취자 여러분을 위해 좋은 소식 전해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청춘 만세> 지난 시간부터 배달 문화에 대해 얘기 나누고 있습니다. 남한을 ‘배달 천국’이라고 부를 만큼 남한에서는 음식부터 각종 물건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것들을 배달해 주는데요.

특히 ‘택배’라고 무엇이든 상자 안에 포장해 두면 원하는 곳까지 배달해주는 일이 아주 일반적입니다. 어느 정도냐고요? 청년들의 이야기 함께 들어보시죠.

진행자 : 광성 군이 생각하기에 북한 장마당에서 파는 것은 남한에서 다 주문해서 배달받을 수 있다?

광성 : 당연하죠. 북한 장마당에 없는 것도 다 주문할 수 있어요.

진행자 : 먹는 것, 입는 것, 사용하는 것 등 안 되는 게 없다고 생각하시면 될 거예요. 남한에서는 택배가 1992년에 시작됐습니다. 그때는 상자 기준으로 천만 개 정도가 한 해에 배달됐는데 2016년에는 20억 개 상자가 배달됐다고 합니다. 평균적으로 전 국민이 41개의 상자를 배달한 셈이래요.

예은 : 저는 41개 넘는 것 같아요(웃음).

진행자 : 중국은 작년에 312억 개 상자가 배달됐대요(웃음), 인구가 많으니까. 이건 택배 기준이잖아요. 음식점에서 배달해주는 것까지 더하면 20억의 3~4배 수준일 것 같아요. 왜 이렇게 배달, 택배시장이 확대됐을까요?

예은 : 일단 교통이 발달해서라고 생각해요. 옛날에는 도로도 잘 닦이지 않았고 이동이 빠르지 않았잖아요. 그리고 편리하죠. 사람들이 워낙 바쁘게 사니까 직접 가서 보고 비교해서 물건을 사기보다는 인터넷에서 간편하게 주문하고 받아보는 게 아닐까.

광성 : 현대인들은 학교 다니고 직장 다니고 시간이 없는 것 같아요. 그리고 경쟁 업체가 많이 생겨서. 옆집도 하니까 나도 해야 할 것 같고, 안 하면 뒤처지고. 그러니까 더 활성화되는 것 같아요.

진행자 : 가격 경쟁력도 있죠. 예를 들어 내가 상점에 가서 직접 사는 것보다 인터넷으로 주문하고 배달받는 게 더 싸요. 똑같은 제품인데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더 싸니까.

클레이튼 :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택배, 배달이 더 증가했다고 생각해요.

진행자 : 그렇죠, 예은 씨가 말한 것처럼 교통이 발달해서 예를 들어 부산에서 서울까지 일주일 걸린다면 사람들이 이용을 안 할 거예요. 그런데 하루, 늦어도 이틀 안에는 오거든요. 교통, 차편이 가능하니까 배달이 늘고 있고 요즘 배달이 더 많아진 이유는 클레이튼이 말한 것처럼 인터넷으로 못 사는 게 없다 보니까 배달이 점점 많아지죠. 뭔가를 주문하고 배달받는 일이 너무 일반적이니까 생활하면서 달라진 면도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아파트에는 택배보관실이 따로 있는 곳도 있죠. 택배를 많은 사람들이 주문하는데 다들 학교 가고 회사 나가면 제시간에 못 받잖아요. 그러니까 택배보관실에 두면 사람들이 시간될 때 찾아가는 거예요.

광성 : 집주변 편의점이라는 상점에서도 택배를 맡기고 찾아가요. 편의점이 택배 회사가 아닌데도 작은 우체국 역할을 해요.

진행자 : 광성 군이 택배회사에서 시간제로 일을 했다고 했잖아요. 과거에는 없던 직업이에요. 1990년대 이전에는 택배 기사라는 직업이 없었어요.

예은 : 맞아요, 예전에는 택배보다는 우체국을 이용했는데 요즘은 택배를 더 많이 이용해요.

클레이튼 : 그런데 상점이 점점 없어지는 것 같아요. 미국은 대형 인터넷 시장이 생기면서 일반 업체가 경쟁하기 어려워요. 일단 가격이 싸니까. 그래서 일반 매장이 점점 무너지는 거죠.

예은 : 휴대전화도 매장에 직접 가지 않고 인터넷으로 주문해서 받거든요. 한국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진행자 : 달라진 점을 얘기하면서 단점까지 얘기할 수 있겠네요.

예은 : 쓰레기도 문제예요. 아무래도 택배는 포장지가 많이 들잖아요. 상자나 비닐 등이니까 재생해서 사용해도 비용이 들고.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에서도 큰 문제라고 하더라고요.

진행자 : 택배는 상자에 넣어야 되는데, 만약 김치라면 포장해야겠죠. 우편으로 보내려면 비닐 등으로 포장하는데 터질 수 있으니까 2~3번 포장하고, 상자에 넣고, 겉에 테이프라고 접착제로 붙여야 해요.

중국에서 지난해 택배가 312억 상자 이용됐다고 했잖아요. 겉에 붙이는 테이프 길이만 169억8500만 미터를 썼대요. 지구를 425바퀴 돌 수 있는 길이래요. 중국에서만 한 해에. 남한도 마찬가지겠죠. 옷 하나, 화장품 하나만 사도 상자에 배달되니까.

예은 : 저도 택배를 많이 시키니까 이 상자나 쓰레기가 너무 아깝더라고요. 아파트 분리수거 하는 데 가보면 상자가 어마어마해요. 그래서 이게 미래에 해결해야 할 과제가 아닐까 싶어요.

진행자 : 아까 광성 군이 홈쇼핑이라고 텔레비전을 통해 물건을 많이 산다고 했는데 마음에 안 드는 건 어떻게 해요?

광성 : 반품이라고 다시 돌려보내요. 정 마음에 안 들면 아예 취소해서 돈을 돌려받고 크기가 안 맞으면 다른 걸로 교환해요. 택배가 또 오는 거죠.

진행자 : 물건 사는 것 중에 어느 정도나 반품하는 것 같아요?

광성 : 저는 아직 반품은 안 해봤어요.

예은 : 저는 크기가 잘 안 맞아서 교환하는 경우가 있어서 20%는 교환하거나 반품해요. 사실 홈쇼핑에서는 과장광고를 좀 하는데, 요즘은 주문하면 체험분이 있어요. 써보고 마음에 안 들면 돌려보내라고 하거든요. 그래서 지금은 좀 믿음이 가는데 예전에 어떤 업체들은 전화도 안 받고 반품도 안 돼서 돈 내고 버리는 셈이었죠. 택배로 받는 것도 위험부담이 있어요.

진행자 : 자원 낭비 차원에서 보자면 너무 쉽게 주문하고 쉽게 취소하니까. 사람들이 고민하지 않고 일단 산 다음에 마음에 안 들면 반품. 그러면 아까 말한 포장과 차편, 인력의 소비가 얼마나 많나 싶어요. 홈쇼핑에서 뭔가 샀다 취소한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예은 : 맞아요, 많아요.

진행자 : 클레이튼은 음식을 주로 주문한다고 했는데, 보통 몇 분 만에 배달 오나요?

클레이튼 : 대부분 30분 정도 걸리는 것 같아요.

진행자 : 30분이 넘어가면 어때요?

클레이튼 : 기분에 따라 달라요. 배고프지 않고 시간 많으면 괜찮은데 배고프고 약속 있으면 화나고, 전화해서 따지고 싶죠.

진행자 : 이것도 문제가 되고 있잖아요. 사실 음식을 만들어서 집까지 배달해주는 데 30분 만에 한다는 게 보통 일이 아닌데 대부분 업체들이 30분이나 1시간 넘기면 돈을 안 받는다거나 1개를 더 준다거나 경쟁하고 있죠. 그러다 보니까 배달해주는 사람들이 속도를 내더라고요.

광성 : 네, 교통법규도 위반하고 사고도 많이 나고.

클레이튼 : 오토바이 타는 배달원이 정말 미친 듯이 타더라고요. 위험해 보였어요.

진행자 : 북한에서도 배달이 늘어나고 있다고 들었거든요.

광성 : 제가 북한에 있을 때까지만 해도 배달이라는 게 거의 없었어요. 신문이나 우편 정도였는데, 지금은 시장이 발달하면서, 특히 휴대전화가 생기면서 배달문화가 생겼다고 해요. 남한처럼 공식적인 배달 업체가 있는 건 아니지만 자주 들르는 사람이나 평소에 친분이 있으면 시장에 전화해서 필요한 품목을 얘기하고 갖다 달라고 한대요. 물론 북한 전체는 아니고 큰 도시 위주 평양이나 신의주, 청진, 제가 살았던 회령에서도 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남한에서는 가스나 전기로 밥을 하고 난방을 하지만 북한에서는 나무나 석탄을 이용하니까 시장에도 나무나 석탄이 많거든요. 그런 분들에게 전화해서 어디로 가져다달라. 신기하고, 북한의 경제도 발전하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생각해요.

진행자 : 수단이 발달하면, 남한에서도 인터넷이 있기 전에는 전화로 주문을 했죠.

광성 : 그래서 휴대전화가 300~500달러 정도 하는데도 장사하는 사람들은 필요하니까 산다고 해요.

진행자 : 남북이 자유롭게 오갈 수는 없지만 택배로 뭔가 보낼 수 있다면 북한에 있는 가족이나 친구에게 무엇을 보내고 싶나요?

광성 : 치킨하고 피자. 평양에는 있다고는 하지만 비싸고, 다른 곳에는 아예 문화가 없어요. 치킨이 닭을 튀긴 건데 북한에서는 그냥 삼계탕으로 먹거든요.

클레이튼 : 저는 자유!

진행자 : 자유를 상자에 담아서(웃음)? 자유를 어떻게 보낼 수 있을지는 생각을 해봐야겠네요.

진행자 : 저는 쌀. 남한에서 쌀은 지난 20년간 물가상승률에 비해 가격이 거의 오르지 않았어요. 많이 생산돼서 남기도 하고. 북한 화장품이 안 좋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어요. 남한은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품질 좋은 것들이 많아서 중국인 여행객들도 많이 사거든요. 화장품도 간단하게 보낼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택배라는 걸 남북한에서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면 청취자 여러분은 남한의 어떤 것을 주문하고 싶은지, 아니면 북한의 무엇을 보내주고 싶은지 함께 생각해 보시면 좋겠네요. 다 함께 인사드리면서 마무리하겠습니다.

다 함께 :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십시오.

진행자 : <청춘 만세> 지금까지 진행에 윤하정이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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