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이 만 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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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전례 없는 폭우에 이어, 폭염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 아시아태평양 사무소에 따르면 최근 폭우로 북한에서는 33명이 사망하고, 13명이 실종되었으며, 이재민은 약 5만 명이 발생했다고 합니다.

재산피해도 잇따라 전국적으로 4천 가구가 집을 잃었고, 무너지거나 파손된 건물도 1만 1천 800여 채, 그리고 홍수와 산사태로 인해 1만 1천 500헥타르의 농경지가 물에 잠기고, 1천 100헥타르가 매몰됐다고 하네요.

또 140여 곳이 넘는 도로가 파손됐고, 20여개가 넘는 다리가 파괴됐고요. 보고서에 따르면 도시의 80%가 물에 잠긴 안주시를 비롯해 청천강 하류인 평안남북도가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고 합니다.

많은 지역에서 상하수도시설이 파손되거나 오염돼 안전한 식수 공급에도 큰 차질이 생겼다고 밝혔습니다. 유엔이 북한에 대한 접근성이 제한되고, 북한의 발표자체가 부족하니 아마도 실제 손해는 훨씬 더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른 나라들에서의 피해도 심각합니다. 상하이에서는 140년만의 가장 무더운 폭염으로 하루에 10명이 열사병으로 사망했다 네요. 9일간 38도가 넘는 이상고온이 지속되었습니다. 일본에서는 최근 적어도 85명이 폭염으로 사망했는데 대부분 65세가 넘는 고령이라고 합니다.

이 소식은 사실 더 충격적인데요, 선진국인 프랑스에서는 2003년에 폭염으로 고령노인들이 1만 명이상 사망했을 것이라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당시 프랑스 대통령 시라크는 이런 엄중한 상황에서도 3주간 휴가를 즐겨 여론의 집중포화를 받기도 했습니다.

폭우와 폭염소식 외에도 요즘 북한에서는 딸라, 중국 위안화 사용이 급증하고 있다죠. 간부들은 물론 주민들도 북한원화를 기피하고 외화선호현상이 심각하다고 합니다. 하긴 2009년 11월 화폐교환이후 몇 년 사이 북한원화의 가치가 수백 배 폭락했으니 누가 북한원화를 소유하겠다고 하겠습니까.

역사상 가장 심각했던 인플레는 세계 여러 지역에서도 발생했었는데요, 한때 독일에서는 빵 한 조각을 사는데 돈 한 달구지가 필요했다죠. 북한은 당장 이 정도는 아니겠지만 그래도 수년 내 화폐가치가 수백 배 하락하고, 인플레이션이 몇 천, 몇 만 프로이면 국가경제는 붕괴상태이고, 가계생계도 파산상황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딸라가 귀하고 외화가 소중하니 인민들은 이런 말도 만들었습니다. '그 사람, 인상이 만 딸라다.' 웃음이 참 예쁘고 인상이 좋은 사람의 모습을 만 딸라에 비유한 것입니다. '미 제국주의'는 가장 증오하면서도 미국의 딸라는 가장 좋아하니 참 아이러니하죠?

서울에는 '백만 불짜리 웃음'이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국민소득수준이 상당히 높으니 여기서는 100만 불 정도쯤 돼야 부러워하는 재산, 모습인 것 같습니다.

조선일보 기사에 따르면 현재 북한시중에 떠돌고 있는 외화 량이 20억 달러정도 된다네요.

2000년대 초 김정일은 국가에 외화가 회수되지 않고, 돈이 잘 돌지 않아 인민들의 손에 외화가 얼마나 있는지 조사하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당시에 대략적으로 추산한 량은 5억-6억불이었습니다. 그 때에 비해 중국위안화가 훨씬 더 많이 유통되고 있으니 아마도 20억불은 아니더라도 늘긴 좀 늘었겠죠.

외화를 많이 버는 사람들은 계속 늘고 있습니다. 벌써 10년 전에 잘나가는 무역일군들은 목표가 20만 달러 현금 확보였으니까 지금은 부자들이 더 많아졌을 겁니다. 불법담배장사로 처벌을 받은 사람들도 보통 집에 현금을 몇 만 불씩 보유하고 있었죠.

앞으로 북한주민들의 경제상황도 많이 나아져 '인상이 만 딸라'가 아니라 소득이 만 딸라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