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패딩 열풍


2018.01.17
long_padding_b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출근길 시민들이 롱패딩에 털모자를 쓰고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남한은 롱패딩 전성시대

-축구장 등 경기장에서 많이 보던 벤치파카가 롱패딩으로 유행

-초겨울 강추위면 패딩 옷 잘 팔린다

-평창올림픽기념으로 출시된 롱패딩도 유행 가속화에 한 몫

-가격 저렴화와 남녀 구분 없는 편함, 연예인들이 많이 입어 더 유행

-겉옷이 두꺼워지자 안에 입는 옷은 가볍고 짧아져..

(Title Music)

이장균 : 안녕하세요, 김헌식 교수의 열린 문화여행 진행에 이장균입니다. 평창 올림픽이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그 열기가 점차 더해지고 있는데요, 특히 북한의 참가로 그 동안 얼어붙었던 남북관계가 다시 풀리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그런 기대도 높아가고 있습니다.

평창이 유난히 추운 지역이어서 상당히 긴 시간의 개막식 참여를 걱정하시는 분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 그 한파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두툼한 옷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만 올 겨울 한국에서 유행하는 대표적인 것이 롱패딩이 아닐까 싶습니다.

한국은 롱패딩 열풍

그래서 오늘 주제는 롱패딩이 될 것 같은데요, 오늘도 문화평론가이신 동아방송예술대학교 김헌식 교수님 모시고 말씀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김헌식 : 네, 안녕하세요.

이장균 : 제가 잠시 옷 얘기를 했습니다만 올 겨울에 이 롱패딩 인기가 굉장하다면서요? 어느 정도입니까?

김헌식 : 네, 그렇습니다. 이미 중•고등학생들 사이에서는 롱패딩이 교복이나 다름없다고 할 정도입니다. 특히 최근 10대~20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롱패딩은 일반 롱코트 길이의 기존 롱패딩보다 10~20cm 더 길어져 종아리 중간까지 덮습니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사회간접망서비스에서는 길고 거추장스러워 보이는 검은색 롱패딩을 입고 급식을 기다리는 학생들의 사진과 함께 “김밥 한 줄이 서 있는 거 같다”, “펭귄들 같다”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옵니다. 10대 중고생을 중심으로 시작된 롱패딩의 인기는 지금 중 장년을 넘어 전 연령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장균 : 전에도 점퍼, 그러니까 잠바는 나왔던 거 같아요. 깃털이나 솜 같은 것을 채워 넣어서 누빈 옷 아니겠습니까? 두툼해서 보온성이 뛰어난 옷입니다만 실제로 저희 동료 기자 한 분이 얼마 전에 서울에 휴가를 갔다가 돌아 오면서 이 롱패딩을 입고 왔어요.

그래서 전부다 관심 있게 보고 얘기도 나누고 했습니다만 정작 본인은 마치 이불을 둘둘 말아서 걸치고 다니는 그런 느낌이라고 하더군요. 어떻게 보면 그렇게 멋지게 보이지는 않는 것 같은데 너무 길어서.. 그런데도 크게 유행을 하고 있군요. 이 롱패딩에 관해서 간략히 설명을 좀 해주시죠.

축구장 등 경기장에서 많이 보던 벤치파카가 롱패딩으로 유행

김헌식 : ‘롱패딩’의 원래 이름은 ‘벤치파카’입니다. 롱패딩, 롱다운점퍼, 혹은 롱다운재킷 등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리는데요, 스포츠 선수들이 벤치에서 휴식을 취할 때 체온 유지를 위해 긴 기장으로 만들어 입고 벗기에 편한 디자인이 특징입니다.

이 옷은 운동선수에게 실용적이죠. 활동성은 떨어지지만, 얇은 유니폼 위에 입으면 체온을 유지하는 데 제격이기 때문입니다. 주로 축구나 농구 경기 중 벤치의 대기 선수가 교체될 때를 기다리며 입습니다. 그래서 '벤치 파카'라고 부릅니다.

초겨울 강추위면 패딩 옷 잘 팔린다

이장균 : 보통 11월이 추워야 ‘패딩’이 잘 팔린다고 하더군요, 그러니까 초겨울에 강하게 추우면 겨울 내내 패딩이 잘 팔린다는 얘기가 되겠죠?

김헌식 : 그렇습니다, 초겨울에 춥게 되면 패딩이 잘 팔린다고 하는데요, 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6년 11월에 비해 지난해 겨울이 약 일주일 가량 일찍 찾아오면서 11월 패딩 매출은 평균 20% 이상 늘었다고 합니다. 여기에 롱패딩 열풍이 이어지면서 업계의 겨울장사는 훈풍을 탔습니다.

기상청 연평균 기온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16년 11월 24일에 최저기온 영하 6.2도를 기록했고 2017년 11월 19일에 영하 6.6도로 최저기온을 기록했습니다. 이전 해 겨울에 비해 이르고, 더 추워진 날씨로 이런 패딩 관련 제품 판매가 크게 늘어난 것이죠.

이장균 : 그러니까 초겨울에 날씨가 부쩍 추우면 아이쿠 큰 일 났네, 따뜻한 옷 하나 단단히 준비해야겠다 이런 심리 상태가 되는 거겠죠.

김헌식 : 네, 맞습니다.

(music / program ID)

이장균 : 보통 패딩 하면 점퍼, 잠바 형식의 옷은 예전에도 많이 봤는데 이렇게 긴 롱패딩으로 갑자기 옮겨 간 것은 아까 말씀하신 대로 축구경기장 같은 데서 봤던 영향도 있고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습니단 특별히 다른 이유도 있나요?

가격 저렴화와 남녀 구분 없는 편함, 연예인들이 많이 입어 더 유행

김헌식 : 전문가들은 롱패딩의 인기를 패션계에 부는 스포티즘(Sportism) 그러니까 스포츠를 소재로 삼아 일상복을 만들려고 하는 사고방식 과 젠더리스(Genderless) 즉 성별의 구분 없는 옷의 형태가 유행하는 영향으로 보고 있습니다. 또 40-50만원 하던 이전의 가격 보다 20-30만원대의 기획상품이 나오면서 가격대가 낮아진 것도 롱패딩 열풍을 부추겼습니다

이장균 : 그렇군요. 요즘에는 연예인들이 많이 입는 거 같은데 이를 청소년들이 따라 하는 것도 영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만..

김헌식 : 그렇습니다. 촬영대기 시간이 긴 배우들이나 무대에 오르기 전까지 기다려야 하는 가수들에게는, 얇은 의상 위에 입고 있다가 자기 차례에 얼른 벗을 수 있는 롱패딩이 유용하죠. 특히 일정이 바쁜 요즘의 인기 아이돌 그룹은 온종일 공연장~행사장~방송국을 옮겨 다닐 때 의상 위에 롱패딩을 걸칩니다.

이런 인기 연예인들을 방송국이나 공연장 앞에서 마주치면 손전화, 스마트폰이나 카메라로 동영상을 찍어 SNS, 사회간접망 서비스를 통해 자랑하게 되는 거죠. 이렇게 롱패딩의 유행도 인기가수들, 이 아이돌 전성시대와 궤를 같이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장균 : 네, 요즘은 업체에서 물건을 잘 만든다 또는 소비자들이 많이 필요로 한다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렇게 여러 가지 다른 요인들이 연관이 되는 군요. 홍보의 효과, 사회의 인기 층이 어떻게 유행을 선도 하는가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문화평론가 김헌식 교수와 함께하는 열린 문화여행 함께 하고 있습니다. 그 동안 이 프로그램을 몇 차례 진행하면서 얘기만 너무 오래 하는 것 같다는 말이 있어서 이제부터는 중간에 관련한 노래가 있으면 1절 정도 잠시 듣고 또 진행하는 게 어떨까 싶은데 어떠신지요?

김헌식 : 네, 좋습니다. 잠시 휴식 필요합니다.

이장균 : 네, 오늘 롱패딩 얘기를 계속 하다 보니 좀 추워지는 느낌이어서 따뜻한 분위기의 노래를 준비해 봤습니다. 북한주민 여러분도 좋아하시는 가수죠, 조용필의 ‘그 겨울의 찻집’ 입니다.

(음악 : 그 겨울의 찻집 / 조용필)

이장균 : 남한도 춥지만 북한 지역은 더 춥죠. 이 겨울 어떻게 지내시는지 걱정도 되고 염려도 됩니다만 좀 따뜻해지셨는지 모르겠습니다. 따뜻한 찻집의 분위기를 전해 드리기 위해서 조용필의 ‘그 겨울의 찻집’을 잠시 들어봤습니다.

오늘 이렇게 롱패딩 얘기를 하고 있는데요, 이렇게 유행 얘기를 하다 보면 북한주민 여러분께는 좀 미안한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유행보다도 우선 따뜻한 옷이 부족해서 따뜻하게 지내지 못하시는 분들도 많으실 텐데 저희가 좀 너무 사치스런 얘기를 하는 게 아닌가 조심스러워집니다.

다만 남한에서 이런 유행이 있다는 걸 전해 드리기 위해서 말씀 드리고 있습니다. 롱패딩이 왜 이렇게 유행하는지 그 배경을 살펴 봤습니다만 특별하게 또 올 겨울에 특별히 롱패딩이 잘 팔리는 것은 특별한 호재가 있었다는데...아마 평창올림픽 때문이라죠?

평창올림픽기념으로 출시된 롱패딩도 유행 가속화에 한 몫

김헌식 : 그렇습니다. 평창올림픽 기념 롱패딩을 시작으로 국내에 롱패딩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지난 연말 기념으로 출시된 평창 롱패딩이 전 연령대에 입 소문을 타면서 전국민적 패딩으로 관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따뜻하게 입을 수도 있고 또 입고 다니면 평창올림픽 홍보 효과도 있어 보급이 된 건데 이게 엄청난 인기를 끌게 된 겁니다.

왜냐 하면 가격을 좀 더 저렴하게 했기 때문에 부담 없이 입을 수 있는 측면도 있는데요, 지난해 11월 22일 1000여장의 추가 물량이 풀린 상황에서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몰렸습니다.

이를 구매하기 위해 일부 소비자들은 밤새 줄을 서며 대기하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습니다. 일부 고객은 오전 9시부터 나눠주는 순번표를 받기 위해 전날 저녁 7시부터 밤새 줄을 섰습니다.

이렇게 품절 대란이 일어난 매장 앞에는 자녀와 지인에게 평창 롱패딩을 사주려는 40•50대의 모습들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이장균 : 대개 세계적인 명품업체들이 한정판 혹은 일정량의 시제품을 살짝 내놓고 대중들의 관심을 크게 끌어서 선전효과를 톡톡히 보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만 일종의 그런 효과가 있었겠네요.

김헌식 : 네, 말씀 드린 대로 가격이 다른 롱패딩 제품보다 저렴했고 무엇보다도 소재가 거위 털이 많이 들어가서 품질도 좋았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또 한 조사에서 10대와 20대에게 물어봤더니 이들은 롱패딩을 구매하는 이유로 “보온성이 뛰어나다 혹은 편리하다 는 점을 꼽았습니다. 또 없으면 유행에 뒤처지는 느낌이 들어서 또는 좋아하는 연예인이 광고모델이라서 라도 답을 했습니다.

어쨌든 실용성과 사회적 유행이 많은 작용을 했고 특히 평창올림픽 롱패딩 때문에 전체적으로 롱패딩 가격의 거품이 빠지고 있어 소비자들에게도 좋은 사례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이장균 : 일거양득이라는 말대로 평창올림픽 홍보도 되고 또 일반 대중에게는 싼 값으로 보급되는 좋은 효과가 있군요.

(music / program ID)

이장균 : 롱패딩이 이렇게 올 겨울 전국을 강타할 만큼 큰 유행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만 그러다 보면 다른 의류, 패션.. 다른 의류의 유행에도 영향을 끼치겠죠?

겉옷이 두꺼워지자 안에 입는 옷은 가볍고 짧아져..

김헌식 : 네, 롱패딩이 두툼한 옷이기 때문에 안에다 두꺼운 옷을 입으면 안됩니다. 자칫 더 뚱뚱해 보이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각선미를 살려줘야 하기 때문에 안에 입는 옷은 짧은 치마, 미니스커트나 짧은 원피스, 짧은 바지 같은 짧은 옷들이 많이 팔린다고 합니다.

또 레깅스처럼 다리에 짝 달라붙는 그런 옷들이 더 많이 판매되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부츠. 발목을 덮은 긴 구두도 더 짧아진다고 하죠. 롱패딩에 어차피 가려지니까 긴 게 필요 없기 때문이죠. 그래서 발목을 살짝 덮는 짧은 부츠가 두 배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고 합니다.

그래서 겉으로는 롱패딩으로 감싸고 안에는 얇게 혹은 짧은 것으로 입고 신는 형태로 달라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장균 : 겉 옷이 두터워지니까 안에 입는 옷은 얇아지고 짧아지는 반비례 현상이 나타나고 있군요. 아마 여자분들은 두툼한 옷을 입었다가 실내에 들어가서 벗었을 때 짧은 치마 같은 것으로 완전히 반전의 모습을 보이는 효과도 노리는 것 같네요. 재미 있습니다.

김헌식 : 그렇습니다.

(program title music)

이장균 : 오늘은 한국, 남한에서 전국을 강타하고 있는 롱패딩의 유행과 관련해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습니다. 아까도 잠시 말씀을 드렸습니다만 옷보다도 당장 먹는 게 중요한 먹는 게 중요한 북한 실정에서 롱패딩이라는 얘기가 여러분에게는 좀 낯설게 들리셨을지 모르겠습니다.

북한에서도 겨울에 남한처럼 유행에 맞춰서 옷을 사 입기도 하고 모두가 함께 입을 수 있는 그런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고요, 올해 유난히 추울 것으로 예상되는 남은 겨울 여러분 좀 따뜻하게 보내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열린 문화여행 오늘도 동아방송예술대학교 김헌식 교수님 모시고 말씀 나눴습니다. 교수님 감사합니다.

김헌식 :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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