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복 중에 으뜸은 (1)

서울-이현주, 문성휘, 박소연 xallsl@rfa.org
2016.08.30
WorldOutsideEdit.jpg 치아의 날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제1회 서울시민 구강보건의 날'을 찾은 어린이들이 치과검진 이동차량에서 무료 구강검진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탈북자 박소연의 세상 밖으로!

무산 출신 박소연 씨는 2011년 11월, 남한에 도착해 올해 남한 생활 5년 차를 맞고 있습니다. 2012년 아들을 데려와 혼자서 키우는 열혈 ‘워킹맘’ 그러니까 일하는 엄마입니다.

<세상 밖으로> 이 시간엔 남한 정착 10년차, 자강도 출신 탈북 기자 문성휘 씨와 함께 박소연 씨의 남한 적응기를 하나하나 따라 가봅니다.

INS - 병원에 갔더니 바로 치아 사진을 찍어서 보여주는데 이빨이 아래까지 까맣게 썩은 게 보이더라고요.의사가 빨리 뽑아야 한대요. 지금 뽑자고요... 지금이요? 놀랬더니 5분이면 뽑는 답니다...

유교에서는 사람이 살아가는 데 ‘오복’, 다섯 가지 복이 있다고 얘기합니다. 그 다섯 가지는 수명, 부, 강녕, 유호덕, 고종명인데요. 부는 재산, 강녕은 육체적 건강, 유호덕은 덕이 있는 것, 고종명은 고통 없는 평안한 죽음을 맞는 걸 말합니다.

치아 그러니까 이빨 복은 오복 중에 없네요. 우린 분명히 그렇게 배웠는데요!

아프기로 치면 이빨 아픈 것이 최고라서 이런 얘기를 했던 것 같습니다.

<탈북자 박소연의 세상 밖으로> 오늘 소연 씨가 치과에 다녀왔답니다.

진행자 : 안녕하세요.

박소연, 문성휘 : 안녕하세요.

진행자 : 방금 방송 시작하면서 소연 씨가 가방을 열었는데 신기한 물건이 하나 보였습니다. 손에 들고 다니는 선풍기!

박소연 : 아! 맞아요. 손바닥만한 크기의 한 손에 들고 다니는 선풍기입니다. 이게 남조선 돈으로 만원이니까 북한 돈으로 7만원... 큰일이네요. 제가 입쌀 15킬로를 쥐고 다닌 셈입니다!

진행자 : 남쪽에서는 10 달러는 밥 두끼인데요 뭘. 값 비싼 물건은 아닙니다.

박소연 : 그렇긴 하지만 북쪽에선 정말 큰돈이죠. 그리고 아직 쌀 가격으로 모든 걸 계산하는 버릇이 남아있는 걸 보면 저는 아직 북한 아줌마입니다. (웃음)

문성휘 : 처음에 저 물건을 봤을 때 저는 선풍기 날개가 외장 배터리 또는 휴대폰에 연결해서 사용하는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까 자체 충전이 되네요.

박소연 : 처음에는 그렇게 나왔는데 선풍기 때문에 휴대 전화 배터리가 너무 빨리 없어져 못 쓰겠더라고요. 조금 있으니까 어떤 머리 좋은 사람들이 이렇게 들고 다니는 선풍기를 또 만들어 파네요. 선풍기를 들고 다니면서 쓴다는 게 말이 되나요? 코드도 꼽지 않고...

진행자 : 저는 이런 물건 볼 때마다 참 세상 좋아 졌다는 생각이 드는데 소연 씨도 오늘 세상 좋아졌다 계속 그러시네요. 뭘 하고 오셨기에...

박소연 : 방송을 하기 2시간 전에 치과에 가서 이빨을 뽑고 왔습니다. (웃음)

문성휘 : 이빨을 뽑았는데 왜 이렇게 멀쩡해요?

박소연 : 마취를 한 사람이 어떻게 정신이 이렇게 멀쩡할 수 있을까요? 제가 눈을 뜨고 이빨을 뽑았습니다...

진행자 : 국소 마취를 하니까요. 잇몸에 한 마취는 1-2시간이면 풀리잖아요?

박소연 : 마취가 깨서 머리가 아프다는 것도 못 느끼겠습니다. 사람이 기분 관계인 것 같아요. 겁이 나서 그렇지 아프지는 않았습니다. 이빨은 어제 밤부터 쏘았습니다. 남쪽에선 치통이라고 하는데 북쪽에서는 쏜다고 표현해요. 오른쪽 귀 아래까지 쏘는데 정통편 같은 진통제까지 먹고 참다가 오늘에서야 치과에 갔습니다. 병원에 갔더니 바로 치아 사진을 찍어서 보여주는데 이빨이 아래까지 까맣게 썩은 게 보이더라고요. 의사가 빨리 뽑아야 한대요. 지금 뽑자고요... 지금이요? 놀랬더니 5분이면 뽑는 답니다. 저녁에 방송을 해야 하는데... 아! 괜찮다고 5분이면 뽑는다고. 그래서 뽑았어요. 뽑은 이빨도 보여줬는데 부서지지도 않았더라요.

진행자 : 요즘은 자기 치아를 살리는 편이라 웬만큼 썩지 않으면 치아를 뽑지 않던데 많이 상했나봅니다.

박소연 : 맨 끝에 사랑니라 없어도 되는 치아고 그냥 두면 계속 썩고 음식물이 고여서 냄새도 난다고 해서 뽑았습니다. 그런데 뽑아 놓은 이빨을 보니 어릴 때 실을 묶어 뽑던 그때 생각도 나더라고요. 선생님이 뽑아 놓은 본인 이빨을 가져 가겠냐 물어보는데 당장 싫다고 했습니다. (웃음) 그리고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와서 앉아서 녹음 중이네요. 문 기자님, 근데 우리 북한에 살 때 위에 이빨은 뇌와 가까워서 함부로 뽑으면 마비가 올 수 있다 이런 얘기 듣지 않았나요? 이번에 아팠던 이빨이 위쪽이라 걱정을 많이 했었습니다...

문성휘 : 그랬죠. 아! 그런 얘기는 뭐하러 해요... 저도 윗 이빨이 지금 아픕니다. (웃음)

진행자 : 남쪽은 사랑니 같은 경우 아랫니를 수술을 많이 하고 위쪽 이빨은 쉽게 뽑는 편입니다. 그런 얘기는 처음 들었어요. 그리고 남쪽은 이렇게 사랑니가 아닌 치아가 썩어서 못 쓰게 돼 뽑으면 그 자리에 임플란트라는 걸 합니다.

문성휘 : 이빨을 뽑고 난 뒤 그 자리에 이 뿌리를 해서 넣고 그 위에 이빨을 붙이는 건데요. 이뿌리를 잇몸에 인공적으로 심어 놓고 그 위에 이빨을 붙인다고 생각하면 쉽게 이해되실 겁니다.

박소연 : 문 기자는 어떠세요? 남쪽에서 치아 치료 받아보셨습니까?

진행자 : 남쪽에 온 탈북자 중에 치아 치료 안 받으신 분이 과연 있을까요?

박소연 : 없을 것 같긴 하네요. (웃음)

문성휘 : 탈북자들 워낙 어렸을 때부터 영양 관계도 있고 치과 치료를 받은 적도 없어서 이빨이 성한 사람들이 거의 없습니다.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들이 정착 교육을 받는 하나원이라는 교육 시설이 있는데 이곳에 치아 담당 의사 선생이 있습니다. 이 선생이 아마 제일 처음으로 탈북자들의 의료 문제에 대한 논문을 쓴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내용이 일반 세계의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보면 탈북자들은 놀라울 정도로 치아 상태가 좋지 않다, 북한에 먹는 음식이나 살아왔던 환경과 관련된 것 같다. 애초에 하나원에서 치아 치료를 해서 내보내야한다는 내용이었고 실제로 그렇게 시행됐습니다. 지금도 치아 치료를 하나원에서 많이 받고 나오는데요. 저희들 있을 때도 틀니랑 이런 것도 공짜로 해줬고 저도 치아를 땜질을 하고 나왔고 아직까지 잘 쓰고 있습니다.

박소연 : 저는 북한 있을 때 내 치아가 이렇게 나빴다는 걸 몰랐습니다. 옥수수 닦은 것이며 사탕이며 우리는 다 이빨로 아작아작 씹어 먹었는데 중국으로 거쳐 남한에 와서 하나원에서 들어갔더니 의사 선생이 왼쪽 이빨 3개가 다 썩어서 살릴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그때 하나원에서 사회에 나가면 이빨 하는 것이 비싸니 공짜일 때 실컷 하라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웃음) 그래서 다 하겠다고 해서 치아 3개를 다 뽑고 양쪽 이빨에 고리를 걸어 치아를 해 넣었습니다. 저는 북한에선 한 번도 사람이 오래 살고 건강하려면 이빨이 든든해야한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오늘 하루를 넘기면 다행이었으니까요. 이빨에 대해서는 남한에 와서 요즘에야 소중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네요...

앞에서 시작하면서 세상이 좋아졌다... 이런 얘기 했는데 청취자 여러분도 가끔 그런 생각하십니까? 불편하고 힘들었던 것이 편리해졌을 때 이럴 생각을 하게 되는데요. 어른들도 무서워 피했던 치과 치료... 요즘 세상은 참 좋아졌습니다. 아직도 저는 치과가 싫지만요...

남한에 들어오는 탈북자 3명 중 1명 꼴로 치아가 일부 상실된 상태라는 조사 결과가 있는데요. 탈북자의 73.8%가 40세 미만의 젊은 나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심각한 결과입니다.

다음 시간에 나머지 얘기 이어갑니다. <탈북자 박소연의 세상 밖으로> 진행에 이현주였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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