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1)

서울-이현주, 문성휘, 박소연 xallsl@rfa.org
2017.02.28
training_greeting-620.jpg 서울 양천구 신정동 양천해누리타운에서 열린 '양천구 장애인 취업박람회'에서 부천혜림학교 전공과 학생들이 인사법 등을 배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탈북자 박소연의 세상 밖으로!

무산 출신 박소연 씨는 2011년 남한에 도착해 올해 남한 생활이 6년 차입니다. 도착한 다음해 아들도 데려와 지금은 엄마로 또 직장인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세상 밖으로> 이 시간은 소연 씨가 북한을 떠나 남한이라는 세상에서 보고 겪은 경험담을 전해드립니다. 남한의 신기한 세상만사를 얘기하다고 보면 떠오르는 고향의 추억들도 함께 나눠 봅니다.

INS - 선생님들이 지나다니며 만나면 꼭 인사를 그렇게 합니다. 식사 맛있게 하셨어요? 속으로 이밥인데 맛있게 먹지 않고... 별걸 다 물어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참 생소하고 낯설었어요.

개는 기쁘면 꼬리를 높이 들고 흔들지만 고양이는 화가 나거나 상대방을 위협할 때 꼬리를 높이 치켜듭니다. 개는 긁어달라고 배를 보이고 눕지만 고양이에는 항복의 뜻입니다. 이렇게 몸짓의 언어가 틀리면 서로 잘 지내기 어렵겠죠? 그래서 믿거나 말거나, 고양이와 개가 사이가 안 좋은 거라는데...

이 정도는 아니지만 남과 북도 그 표현과 말의 의미가 달라 오해가 생기도 합니다. 가까이는 인사법이 그렇다고 하네요. 오늘 <세상 밖으로> 소연 씨가 오해했던 그 사정을 들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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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 안녕하세요.

박소연, 문성휘 : 안녕하세요.

진행자 : 잘들 지내셨어요? 오래간만이에요.

박소연 : 북한말로 먼데간만입니다.

문성휘 : 나도 그 생각을 했네요. (웃음)

진행자 : 농담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진짜 만나서 그렇게 인사한다는 말입니까?

박소연 : 그럼요. 오래다, 멀다, 차이가 많다는 얘기를 이렇게 표현하는 겁니다. 오랜만에 만났다는 뜻이에요. 가까운 사람들끼리 하는 말입니다.

문성휘 : 한국도 70,80년대엔 이런 말 쓰지 않았나요?

진행자 : 아뇨, 저는 처음 들었습니다. 그런데 진짜 가까운 사이면 오랜만이야... 이런 인사는 잘 안 하지 않나요? 잘 지냈어? 뭐 이 정도죠...

박소연 : 북쪽에선 죽지 않고 살았냐? 이런 인사 많이 했어요. (웃음)

문성휘 : 성성하다 응?

진행자 : 무슨 뜻인가요?

문성휘 : 몸이 아무런 탈 없이 잘 지냈다... 이런 뜻이에요.

진행자 : 북쪽말도 들을수록 재밌습니다. (웃음)

박소연 : 남한식 표현으로는 좀 야한 얘기, 북쪽식으로 말하자면 상소리 비슷하게 니 위, 아래 다 잘 있냐? 이런 식으로 농을 치기도 하고요.

진행자 : 그래서 두 분 먼데간만에 잘 지내셨습니까?

문성휘 : 날씨가 많이 따뜻해 졌습니다. 몸이 죽 늘어나는 느낌이에요.

박소연 : 저는 여전히 잘 지내죠 뭐... 직장 다니고 집 거두고 밥 하고 아들래미 키우고. 근데 우리는 설날에도 만나면 반갑다고 인사하는 것이 야~ 니, 작년에 보고 처음본다! (웃음)

진행자 : 저희가 지금 인사를 나누면서 남북의 인사법에 대해 얘기를 하게 됐는데요. 같은 조선말인데 이렇게 표현도 좀 다릅니다. 또 인사를 받아들이는 법도 좀 다른 것 같습니다. 특히 탈북자분들... 식사하셨습니까? 식사 맛있게 하셨어요? 이런 남한 인사말을 굉장히 이상하다고 얘기합니다.

문성휘 : 굉장히 이상하죠. 밥 맛있게 드셨어요? 이렇게 인사를 합니다. 아니, 이런... 저 사람은 내가 밥을 먹었는지, 죽을 먹었는지 어떻게 알고 저런 얘기를 하나? 내가 밥만 먹고 사는 사람처럼.

박소연 : 식충이처럼.

문성휘 : 맞아요. 그 때는 그 인사가 진짜 이상했습니다.

박소연 : 저도요. 북한에서는 그런 인사가 없어요. 그리고 밥 먹었나? 물어봤는데 안 먹었다면? 그 사람 밥을 줄 수 있어요? 아예 그런 인사가 없습니다. 하나원에 가니까 선생님들이 지나다니며 만나면 꼭 인사를 그렇게 합니다. 식사 맛있게 하셨어요? 속으로 이밥인데 맛있게 먹지 않고... 별걸 다 물어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참 생소하고 낯설었어요.

진행자 : 저는 두 분이 그걸 생소하고 낯설게 느껴졌다는 게 더 이상하네요. (웃음) 어르신들은 이런 인사법이 사실 가난했기 때문에 생긴 것이라고 얘기들 하시더라고요. 식사를 하는 것, 끼니를 거르지 않고 먹는 게 중요했기 때문에.

문성휘 : 맞아요. 옛날 저희 선생님들이 말씀하는데 남쪽 사람들은 머리가 둔하다, 그리고 북쪽 사람들은 머리가 똑똑하다. 왜냐면 남쪽은 쌀농사를 많이 짓고 쌀이 흔하기 때문에 배부른 사람은 머리를 굴리기 싫어한다. 그리고 북쪽은 먹을 것이 부족하기 때문에 오늘은 뭘 먹어야할까, 오늘은 어딜 가서 무슨 풀을 뜯지? 이런 잔머리를 굴리게 된다는 거죠. 그래서 북한 사람들은 머리가 좋다 그랬죠. 그런데 여기 와서 보니까...

박소연 : 그건 우리 생각이었죠. (웃음)

문성휘 : 협잡치는 데는 빨리 빨리, 거짓말하는데는 우리가 아주 빨라요. 그건 아주 고단수고 그 외엔.... (웃음)

박소연 : 그리고 인사법이 놀랐던 것이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문제를 내서 제가 맞혔어요. 북한에서는 박수를 쳐주는데 선생님 저한테 오시더니 한 쪽 손을 제 쪽으로 내밀어요. 하이 파이브 하자는 것이었는데 저는 몰랐죠. 손을 둘이 허공으로 들어서 마주치는 것. 정답을 맞혀 좋다! 뭐 이런 의미랍니다.

진행자 : 하이파이브는 한쪽 손을 허공에 들고 서로 맞받아 치는 미국에서 온 인사법이라고 할 수 있는데 마음이 통했다? 이런 의미인 것 같습니다.

박소연 : 처음엔 쑥스러웠습니다.

문성휘 : 그거 말고도... 합심센터라고 탈북자들 처음 들어와서 조사를 받는 곳인데요. 여기서는 조사만 하는 것이 아니고 한국의 기초 상식도 알려주거든요. 그리고 교회, 절... 이런 종교 시설도 있습니다. 그걸 안내해주는 선생이 딱 들어와서 저희를 바라보고 서더니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는 겁니다.... 90도로 꺾어서! 목례 정도만 하면 되지 않아요? 허리를 굽히니까 이건 굴종한다는 거냐? 아부한다는 것이냐? 분간이 안 갔습니다.

진행자 : 목례는 친한 사이에 하는 가벼운 인사이고 특히 여러 사람 앞에 섰을 때는 허리를 굽혀 인사는 것이 예의입니다.

문성휘 : 저도 이제는 익숙해져서 예의를 차리는 자리에서는 90도까지는 아니라도 허리를 약간 굽혀 인사를 하는데요. 북한에서는 아무리 높은 간부라고 해도 어버이 수령님이 아닌 이상은 그렇게 하면 굉장히 굴종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저 놈 아첨꾼이라고 욕합니다.

박소연 : 저는 이게 참... 남한에 와가서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데 종착역마다 출입문 앞이 붐비지 않습니까? 가운데 서 있다가 출입문 앞으로 나오려면... 북한에선 버스를 타고 내가 내릴 역이다 그러면 좀 비키오, 사람들은 힘으로 밀고 내립니다. 그런데 남한에서는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이러면서 사람들을 헤치고 나와요. 아니! 왜 죄송해요? 저 여자 참 죄질 일이 많기도 하네, 왜 죄송하다고해?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죄송하다고 하는 말이 사람들이 절로 움직이게 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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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쪽 사람들 입장에서 남한 사람들은 너무 살살거리고 남쪽 사람들의 입장에서 북쪽 사람들은 너무 거칩니다. 가끔은 예의 없어 보이기도 하고 그게 직장 생활, 사회생활이 걸림돌이 되기도 하죠. 그렇지만 본심을 알면, 왜 그런지 알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소연 씨와 문 기자 그리고 저처럼 말입니다.

<박소연의 세상 밖으로> 다음 시간에 얘기 이어가겠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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