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스승 (2)

서울-이현주, 문성휘, 박소연 xallsl@rfa.org
2017-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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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을 앞둔 12일 오후 스승의날 발원교인 충남 논산시 강경읍 강경고등학교에서 제자들의 카네이션 선물에 선생님이 감사의 포옹을 하고 있다.
스승의 날을 앞둔 12일 오후 스승의날 발원교인 충남 논산시 강경읍 강경고등학교에서 제자들의 카네이션 선물에 선생님이 감사의 포옹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탈북자 박소연의 세상 밖으로!

무산 출신 박소연 씨는 2011년 남한에 도착해 올해 남한 생활이 6년 차입니다. 도착한 다음해 아들도 데려와 지금은 엄마로 또 직장인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세상 밖으로> 이 시간은 소연 씨가 북한을 떠나 남한이라는 세상에서 보고 겪은 경험담을 전해드립니다. 남한의 신기한 세상만사를 얘기하다고 보면 떠오르는 고향의 추억들도 함께 나눠 봅니다.

INS - 우리는 선생님이 오면 안녕하십니까! 아니면 준비! 이렇게 인사를 했었는데 남한 아이들은 복도에서 선생님과 스쳐 지나면서 안녕하세요, 선생님~ 말을 하며 지나갑니다.

남한의 5월 5일은 어린이날, 8일은 어버이날 그리고 15일은 스승의 날입니다. 학생과 부모들이 선물을 준비하고 기념행사도 하고 가슴에 카네이션 꽃도 달아주던 것이 스승의 날 풍경이었는데 요즘 스승의 날은 꽃 한송이 보내지 말라, 감사한 마음만 받겠다... 학교에서 아예 통지문을 보내왔네요.

<탈북자 박소연의 세상 밖으로> 남한 스승의 날을 지내면서 생각해보는 남북의 스승, 선생님들에게 대한 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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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휘 : 아니! 최고의 스승 김정은 동지가 딱 있는데 어떤 스승이 있겠습니까? 그 밑에서 스승이라고 하고서리 사람들이 모이면 그 사람은 목이 잘려나가죠. 그러니 스승의 날이라는 게 있을 수가 없죠.

진행자 : 그런 이유도 있을 수 있겠습니다. 어쨌든 북쪽에는 없고 남쪽에 있는 스승의 날이지만 남쪽에서도 스승의 의미는 많이 변했습니다. 옛날에는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말아라 그런 말도 했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박소연 : 옛날의 선생님은 훈장, 지금의 선생님은 친구 같습니다. 우리 아들도 남한에 와서 학교 다니는 것을 보면 그렇습니다. 아들아이 학교에 한번 간 일이 있었어요. 우리는 선생님이 오면 안녕하십니까! 아니면 준비! 이렇게 인사를 했었는데 남한 아이들은 복도에서 선생님과 스쳐 지나면서 안녕하세요, 선생님~ 말을 하며 지나갑니다. (웃음) 그런데 선생님들이 그걸 이상하게 보시는 것 같지 않아요. 북한 기준으로 한다면 이건 부도덕한 행위죠. 그런데 어떻게 보면 친구 같고 간격이 가까운 사람으로 선생님이 느껴지고요. 그런데도 엄마보다도 아들에게 큰 영향을 주는 사람입니다. 엄마가 백번을 말해도 안 듣던 걸 선생님 말 한 마디는 듣습니다. 스승의 날을 정한 것은 잘한 일 같습니다. 그만큼 가치가 있고 존재의 의미가 있는 분들이니까요.

진행자 : 친구 같은 선생님일지라도 선생님의 말 한 마디의 무게는 큰 것 같습니다. 엄마의 백마디 말보다... (웃음)

박소연 : 그렇지만 지금보면 북한 선생님들도 가부장적인 모습이 많이 사라지는 것 같습니다. 친구처럼 지내는 선생님이 있고요. 그런 선생님과 제자들이 끈끈했습니다. 틀은 차리지 않는데 선생님 생일 때는 돈 모다 손목시계도 해주고. 사실 사회주의 관점에서 봤을 때는 아주 문란한 현장이지만요. 속을 들여다보면 친근하고 끈끈하고. 선생님도 아이들에게 그냥 선생님으로가 아니라 선배로 속 깊은 충고도 해줍니다. 너 왜 공부 안 해, 대학 안 가고 돌격대 갈거냐... 진심으로 말해줄 때는 학생들도 그걸 받아들이고요. 저는 보기 좋았고 이제 북한도 많이 변했죠.

진행자 : 지난 시간에 소연 씨가 김영란 법에 대해서 얘기했는데요. 부폐방지 법안입니다. 서로 일정 금액 이상 비싼 선물, 밥 등 대가성 있는 것들을 주고받지 못 하고 하고 국가 공무원 뿐 아니라 선생님들도 그 대상이기 때문에 이 법이 제정된 이후 스승의 날 행사는 거의 없습니다만 저희 때만 해도 스승의 날 행사는 아주 중요했어요. 학급에서 학생들이 돈을 조금씩 내서 반대표가 시장에 가서 선물을 사오고 작은 행사를 준비해요. 그리고는 그날 선생님에게 선물 증정식을 한 뒤 첫사랑 얘기를 해달라 조르죠. 수업 좀 안 해볼까 해서...(웃음)

박소연 : 그런 걸 보면 한국은 다정해요. 저희는 학교 때 교사와 학생이 불구대천의 원수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사회주의라는 게 교원에게 배급, 노임을 이런 걸 제대로 안 주니 선생님들도 경제적으로 너무 힘들죠. 그래서 잘 사는 집 아이들에게는 평가서도 잘 써주고 다 좋지만 못 사는 집 아이들, 학교에서 내라는 것 잘 못 내는 아이들은 벌써 선생님이 왕따를 만듭니다. 그 애들은 정말 찬밥 신세였죠. 그 아이들도 자기네들이 똑똑하지 못 해서 밀리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인 문제로 그러니까 항상 분노가 가슴이 차 있습니다. 모여 앉으면 졸업 만해봐라, 저 선생 다리를 부러뜨리겠다... 이런 막 말을 하는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저희도 비슷한 일이 있었는데요. 제가 딱 고난의 행군 시기에 중학교를 다녔습니다. 저희 학급의 한 아이를 유별나게 선생님이 못 살게 굴었어요. 왜 그랬냐면 졸업을 앞두고 돈을 모아서 선생님에게 텔레비전이나 냉장고 같은 것을 해주는데 애네 엄마가 못 내겠다고 한 것 같아요. 걔네집이 워낙 못 살아서 꼬마계획도 못 하고 토끼가죽도 못 냈거든요. 부모도 학부모 총회 때 비판을 받고 그랬답니다. 그러던 와중에 선생님이 걔를 트집을 잡아 우리들 다 보는 앞에서 귀 쌈을 때렸고 그 일 있고 얼마 안 돼서 교실로 보안원이 와서 그 아이를 잡아갔습니다. 조용히 데려갔어요. 졸업 때까지 참지 못 하고 너무 화가 나니까 선생님 아파트로 가서 돌에 천을 감아 던졌답니다. 유리창을 깼다고 해요. 그 아이는 소녀 교양소에 보내졌습니다. 보편적으로 선생님과의 사이가 그렇게 좋지 못 해요.

진행자 : 선생님의 사정도 있겠지만 집이 가난한 것이 그 아이의 잘 못은 아니잖아요? 근데 그렇게까지 하나요...

박소연 : 그게 저희에게도 막 알릴 정도로 유별나게 미워하고 그랬어요. 그 선생님이...

문성휘 : 그런데 선생님들이 마음먹고 자기 마음에 안 들거나 부모의 관계 때문에 아이를 그렇게 하는 경우가 있는데 대부분 부모와의 관계 때문이죠. 한 몇 달 동안 계속 되기도 해요. 오늘 나머지 교실 청소를 다 해라 그러면 톱밥을 가져다 물에 적시어 그게 걸레로 다 쓸어내고 엄청 힘들죠. 그러지 않으면 변소 청소. 그러면 쟤 변소 청소야 이러면서 다른 학급 아이들도 우습게 여기죠. 그런 아이들은 대부분 선생과 직급이 비슷한 집 아이가 많습니다. 친척이라도 좀 직위가 높으면 그렇게 대놓고 못 하죠.

진행자 : 그리고 돈도 내겠죠...

문성휘 : 그렇죠. 그리고 선생도 자기가 감당할 수 있는 상대만 괴롭힙니다. 것도 몇 달 그러면 풀리는데요. 부모들이 워낙 눈치가 있으니까 애들한테 얘기를 들으면 주머니에게 뭘 싸갖고 가서는 우리 애를 잘 못 키우고 어쩌겠습니까, 우리가 그 때 일처리를 잘 못 했습니다... 어쩌겠습니까? 그러면 그 다음 날부터 확 바뀌죠.

박소연 : 그리고 그렇게 바뀌는 계기가 봄, 가을 등산입니다. 그때 벤또를 잘 싸줘야 아이에게 선생님이 한 마디라도 더 물어봅니다.

진행자 : 이런 상황에서 스승에 대한 존경이라는 게 있을 수 있을까요?

박소연 : 그 중에서도 좋은 스승이 있습니다. 지금 문 기자 나이또래 선생님 이었는데요. 등산을 갔는데 못 사는 아이들은 도시락 뚜껑을 열기를 부끄러워해요. 그 아이들이 동그랗게 모여서 밥을 먹고 있었어요. 선생님이 갑자기 자~ 보자, 너희들 어떻게 싸왔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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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선생님은 사정이 좀 괜찮은 아이들 집들에서 보낸 선생님 벤또를 동그랗게 모여 앉은 그 아이들에게 넌지시 건네줬다고 하는데요. 소연 씨는 아직 그 선생님의 이름을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들도 기억나는 이름 있을 것 같은데요. 그 힘든 세월 속, 그래도 다들 살아왔던 것은 이런 선생님도 계시기 때문이 아니었나... 짐작해봅니다.

선생님, 스승님, 부르고 싶은 그 이름... 다음 시간에 나머지 얘기 이어갑니다. 지금까지 <탈북자 박소연의 세상 밖으로> 박소연, 문성휘, 이현주였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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