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박소연의 세상 밖으로!
무산 출신 박소연 씨는 2011년 11월, 남한에 도착해 올해 남한 생활 5년 차를 맞고 있습니다. 2012년 아들을 데려와 혼자서 키우는 열혈 '워킹맘' 그러니까 일하는 엄마입니다.
<세상 밖으로> 이 시간엔 남한 정착 10년차, 자강도 출신 탈북 기자 문성휘 씨와 함께 박소연 씨의 남한 적응기를 하나하나 따라 가봅니다.
INS - 병원에 갔더니 바로 치아 사진을 찍어서 보여주는데 이빨이 아래까지 까맣게 썩은 게 보이더라고요. 의사가 빨리 뽑아야 한대요. 지금 뽑자고요... 지금이요? 놀랬더니 5분이면 뽑는 답니다...
유교에서는 사람이 살아가는 데 '오복', 다섯 가지 복이 있다고 얘기합니다. 그 다섯 가지는 수명, 부, 강녕, 유호덕, 고종명인데요. 부는 재산, 강녕은 육체적 건강, 유호덕은 덕이 있는 것, 고종명은 고통 없는 평안한 죽음을 맞는 걸 말합니다.
치아 그러니까 이빨 복은 오복 중에 없네요. 우린 분명히 그렇게 배웠는데요!
아프기로 치면 이빨 아픈 것이 최고라서 이런 얘기를 했던 것 같습니다.
<탈북자 박소연의 세상 밖으로> 치과 얘기 이어갑니다.
박소연 : 북쪽은 배급을 준 쌀에 시커멓고 허연 차돌이 가뜩 들어있어요. 그러니 쌀을 아무리 일어도 비슷합니다. 아버지가 밥 먹다 부드득 하면 저희는 심장이 쪼그라들죠... 아버지가 가끔 그 밥을 어머니한테 던지셨어요... 그리고 너희 엄마 때문에 이빨이 성한 것이 없다고 화를 내기도 하고. 지금도 기억나는 것이 아버지가 내가 탈북하기 직전에 틀니를 하셨어요. 보철사가 비누 같은 걸 녹여서 입을 벌리라고 하더니 그 뜨거운 걸 입 안에 밀어 넣더라고요. 아버지가 바빠서 막 손을 흔들었는데... 요즘 여기 텔레비전 보니까 나이 80에도 치아 보험을 가입할 수 있다, 임플라트 된다는 광고가 나오는데요. 저는 그때마다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납니다...
문성휘 : 그렇죠... 근데 정말 북한의 쌀이 북한 사람들 이빨 못쓰게 하는 주범입니다. 진짜 3일에 한번 씩은 돌을 씹는다니까요. 어머니는 분명 잘 일었다고 하시는데.... 남쪽은 진짜 쌀에 돌이 없어요!
진행자 : 옛날엔 많았죠. 요즘은 기계로 탈곡하니까 돌이 거의 들어갈 일이 없는 것 같습니다.
문성휘 : 북한은 지금도 엄청 많이 나옵니다.
박소연 : 지금은 시장 장사꾼들이 일부러 쌀에 돌을 넣기도 해요. 무게를 속이려고. 시장에 나가면 하얀 차돌도 팝니다. (웃음)
문성휘 : 어려서는 돌이 나올 때마다 엄마에게 화를 냈는데 커서 내가 밥을 할 때가 많아서 이해가 됐습니다. 어머니는 장마당에 나가고 누이는 학교에 가면 나밖에 밥 할 사람이 없었어요. 북한도 어쩔 수 없어요... 남자들도 밥 하고 주로 집을 지키는 어린애들이 밥을 하는데요. 그래서 내가 쌀을 일어서 밥을 했을 때는 애초에 말을 해요. '돌을 주의해!' (웃음)
진행자 : 오늘은 내가 했으니 분명 돌이 나올 거라는 얘기네요. (웃음)
문성휘 : 그렇죠. 자꾸 그렇게 하다보니까 돌이 나온다고 투정도 못 합니다. (웃음)
박소연 : 저희 아들도 이빨 검사를 했는데 치과 의사가 왜 이렇게 치아가 안 좋냐 물어보더랍니다. 10살 이전에 한국에 온 아이인데요... 제가 생각하기엔 어릴 때 그 딱딱한 사탕을 막 깨먹어 그런 것 같습니다. 북한에선 사탕, 과자 사줄 돈이 없으니까요. 돈 생기면 사탕 500 그램짜리 한 봉지를 사줬어요. 아들아이는... 사탕은 빨아 먹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냥 한 자리에서 한 봉지를 다 이빨로 아그작 깨서 먹었어요. (웃음) 정말 오랜만에 먹으니까 그렇게 되는 겁니다. 지금도 치과를 다니고 있고요...아! 그리고 문 기자님, 제가 남쪽에 와서 정말 놀랐던 것이 있습니다.
진행자 : 뭘 말씀하려는지 짐작이 갑니다! (웃음)
박소연 : 아니, 왜 아가씨들이 이빨에 개사슬 같은 것을 끼고 다니나요??? 한 두 명이 아닙니다. 저는 정말 깜짝 놀랐어요.
문성휘 : 우리 딸아이도 이제 1년 가까이 끼고 있는데 짧으면 10달이면 뗀다고 합니다. 이빨 교정 장치입니다. (웃음)
진행자 : 치아가 덧니로 나거나 비뚤어졌거나 했을 때 그 부분을 가지런히 해주는... 박소연 : 고정해주는?
진행자 : 교정 장치라고 해요. 치아 교정 장치.
박소연 : 안 불편한가요?
문성휘 : 불편하죠. 이빨 짬에 음식물이 들어가는 것도 조심해야하고 고기도 주의해서 먹어야 합니다.
박소연 : 그래서 그렇게 10개월 하고 나면 예뻐지나요?
문성휘 : 네, 교정된다고 합니다.
진행자 : 예뻐진다기보다 치아가 나란히 되고 그렇게 되면 충치가 생기는 일도 적어진다고 하더라고요. 젊은 친구들, 많이들합니다.
박소연 : 그리고 요즘 연예인들이 치아를 표백을 한다고...
문성휘 : 미백이라고 합니다.
박소연 : 죄송해요. 빨래 표백을 생각했네요. (웃음)
문성휘 : 저도 약을 사놓았는데 사용은 못 해봤습니다. 범랑질에 살짝 뭔가를 입혀 주는 형식인데요. 집에서도 할 수 있습니다.
박소연 : 문 기자는 남자 분이 왜....?
문성휘 : 우연히 인터넷에 찾아보다가 알았습니다.
박소연 : 우리 아가씨 때도 이빨이 유독 노란아이들이 있었어요. 통 강냉이 이빨이라고 막 놀렸는데 어떻게 했냐면 해금강 세수 비누 아시는가요? 그 비누를 칫솔에 묻혀서 그걸로 막 닦고 소금으로 닦고 마지막에 치약으로 닦았습니다. 그러면 한 주일 동안 누렇지 않았어요. 그런데 비누로 닦으면 입이 좀 이상하고 그렇죠... 보통 북한 사람들은 대초를 피워서 치아가 더 누렇고 어떤 남자들은 치아에 고드름처럼 문양이 있을 정도입니다.
문성휘 : 니코틴이 치아에 박힌 것인데 치아를 아무리 닦아도 벗겨지지 않습니다. 그냥 그대로 사는 거죠.
진행자 : 치아에 신경 쓸 틈이 없는 거 아닌가요?
박소연 : 그리고 의대에서도 가장 힘이 없는 학생들이 치과를 갑니다. 이건 남쪽과 정반대인 것 같은데요... 북한이라는 국가가 치과를 장려 안 하니까 그렇습니다. 생각해보면 북쪽에선 사람들이 건강에서 이빨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모르고 있습니다. 이빨이 쏘면 그냥 뽑으면 되고... 다 사는 게 바쁘기 때문인데요. 남쪽에 오니까 잘 알겠습니다. 치아의 중요성!
진행자 : 우리가 살면서 가장 처음 부딪히는 치아 문제는 유치 빼기가 아닐까 싶네요. 북쪽에서는 어떻게 하십니까?
박소연 : 다 실로 뽑아요.
문성휘 : 흔들릴 때까지 기다렸다가 문고리에 실을 걸던지, 자는 애 이빨에 실을 걸어 문고리에 붙잡아 놓던지 하죠. 뽑는 아이는 죽는다고 아우성이죠. (웃음)
박소연 : 그리고 이빨을 뽑은 것은 마당에 들고 나가서 차렷 자세로 지붕에 던집니다. 그래야 곱게 나온다고.
진행자 : 남쪽은 '까치야 헌니 줄게 새니 다오' 하면서 던집니다.
문성휘 : 그런 말을 안 했지만 이빨을 빼면 몽땅 다 지붕에 던졌던 것 기억이 납니다. (웃음)
진행자 : 이제 얘기를 마무리해야할 시간이네요. 젖니 뽑았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 다 커서 충치가 몇 개나 생기고 뽑기도 하고... 틀니를 할 때 즈음이면 우리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요?
문성휘 : 우리가 틀니를 할 때 즈음이면... 나는 틀니를 할 일은 없을 것 같아요. 다 임플란트 심어 넣게 되지 않겠어요?
박소연 : 나도 같은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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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제가 듣고 싶었던 답이 치과 치료의 미래는 아니었는데요. 문 기자가 상당히 기술적인 답을 해주셨네요.
이빨 치료 기술도 그렇지만 앞으로 10년, 20년 앞을 우리가 감히 어떻게 내다보겠습니까? 실로 유치를 뽑을 때만 해도 두 사람 다 남쪽에 와서 살게 될 것이라곤 상상도 못 했을 텐데요. 미래 내다볼 생각 말고 현재를 열심히 살아가야 하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틀니는 안 할 수 있도록, 충치를 예방할 수 있도록 남쪽에서 권하는 방법을 알려드리자면 3.3.3 하루 세 번, 밥 먹고 난 뒤 3분 안에, 3분 동안 치아를 닦는 것이 중요하답니다.
<세상 밖으로>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진행에 이현주였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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