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프라이데이를 맞으며

서울-노재완, 박소연 nohjw@rfa.org
2017.11.28
bf_shopping-620.jpg 17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에서 열린 '롯데 블랙페스타' 행사장을 찾은 시민들이 쇼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탈북자 박소연의 세상 밖으로! 이 시간 진행에 노재완입니다. 함경북도 무산 출신의 박소연 씨는 2011년 남한에 도착해 올해로 6년 차를 맞고 있습니다.

소연 씨는 남한에 도착한 이듬해 아들도 데려와 지금은 엄마로 또 직장인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세상 밖으로> 이 시간은 소연 씨가 북한을 떠나 남한이라는 세상에서 보고 겪은 경험담을 전해드립니다.

노재완: 안녕하세요?

박소연: 네, 안녕하세요.

노재완: 오늘은 기분이 좋으신 것 같은데요? 녹음실 들어오기 전부터 환해 보이던데요.

박소연: 제가 대답에 앞서 질문 하나 할게요. 여성들이 죽을 때까지 들어도 싫지 않는 말이 뭔지 아세요?

노재완: ‘예쁘다’는 말 아닐까요?

박소연: 네, 맞습니다. 흔히 ‘사랑한다’는 말을 좋아할 것 같은데 사실 여성들은 ‘예쁘다’는 말을 듣는 것을 더 좋아합니다. 제가 그 예쁨을 위해 화장품을 좀 샀습니다. 그래서 지금 마음이 붕 떠 있습니다.

노재완: 그런데 갑자기 왜 화장품을 많이 사셨어요?

박소연: 화장품이 여성들에겐 필수품이잖아요. 그런데 화장품이라는 게 가격이 아주 싼 건 아니거든요. 이번에 블랙프라이데이이를 맞아 1+1 할인행사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렴하게 화장품을 샀습니다.

노재완: 화장품을 절반 가격으로 산 셈이네요. 하나 가격에 2개를 샀으니까요. 요즘 블랙프라이데이라고 해서 물건 구매하는 분들이 참 많더라고요.

박소연: 저는 1년 전부터 이날을 기다렸습니다. 처음에 한국에서 와서는 이런 날이 있는지도 모르고 필요할 때마다 화장품을 사고 그랬는데 어느 날인가 블랙프라이데이라고 해서 물건을 아주 싸게 팔고.. 또 1개를 사면 1개를 더 주는 1+1 할인행사도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때부터 블랙프라이데이만 돌아오면 화장품을 사고 그랬습니다.

노재완: 소연 씨는 혹시 블랙프라이데이의 의미를 정확히 아십니까?

박소연: 블랙프라이데이는 우리말로 하면 검은 금요일이잖아요. 솔직히 저희 탈북자들은 외래어를 잘 몰라요. 그래서 인터넷을 통해 알아봤죠. 무슨 날이가 해서요.. 보니까 미국에서 유래됐고 이날 하루만 물건을 싸게 구입할 수 있어서 이날 물건 사는 사람들로 넘쳐난다는 정도만 알고 있습니다.

노재완: 네, 잘 아시네요. 미국의 명절인 추수감사절이 11월 넷째주 목요일에 있는데 바로 다음날이 블랙프라이데이입니다. 보통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행사가 이어지는데요. 블랙프라이데이에 붙은 블랙이라는 단어는 상품 할인으로 매출이 큰 폭으로 늘면서 회계장부의 적자가 흑자로 바뀐다는 데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박소연: 또 하나 배웠네요.. 여성들은 누구나 생일이나 기념일 등을 기다리는데요. 걔 중에는 이런 블랙 프라이데 같은 날도 가다립니다. 화장품 좋은 거 사려면 평소엔 너무 비싸 살 수 없거든요. 그래서 여성들은 이런 날을 기다려서 삽니다.

노재완: 남자들보다 여자들이 이런 데 더 민감한 것 같아요. 일반 가정에서도 남편이나 아이들 물건도 다 여성들이 사 잖아요. 결국 구매자는 여성들인 거죠.

박소연: 네, 그렇죠.

노재완: 소연 씨는 특별히 선호하는 화장품이 있습니까?

박소연: 당연히 있죠. 중국 관광객들이 많이 좋아하는 브랜드죠. ‘설화수’인데요. 이 화장품은 제가 북한에 있을 때도 알고 있던 이름입니다. 김정은의 부인 리설주도 이 화장품을 즐겨 쓴다고 들었습니다. 실제로 북한 시장에서도 판매가 되고 있거든요.

노재완: 맞아요. 예전 한국 언론에서도 리설주가 이 화장품을 애용한다고 소개한 적이 있었습니다.

박소연: 그럼요.. 그런데 한국에 와서 북한에서 본 설화수 화장품을 사려고 매장에 갔다가 깜짝 놀랐어요.

노재완: 왜요?

박소연: 가격이 넘 비싸서요. 이렇게 비싼 물건이 어떻게 북한에 들어왔지 생각했습니다. 저는 이 화장품이 북한에 들어올 정도면 한국에서는 그리 비싸지 않을 거라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알고 보니 보통 화장품보다 2~3배 비싼 거예요. 설화수 가격에 놀라 다른 화장품을 찾았어요. 그래서 찾은 게 ‘미샤’ 화장품입니다. 가격도 설화수의 절반 가격도 안 되고 포장도 세련되고 판매원의 말을 들어보니 화장품은 자기 얼굴에 맞는 걸 쓰면 그게 가장 좋은 화장품이라고 말하더라고요.

노재완: 그래서 지금은 이 미샤 화장품을 애용하고 있군요?

박소연: 네, 저한테 잘 맞으니까요. 게다가 가격도 싸고.. 지금 생각해 보면 북한 시장에서 팔던 ‘설화수’ 화장품은 진품이 아니라 모조가 아니였을까 하는 의문이 생깁니다. 왜냐하면 북한에서 한국 화장품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자 한국산 제품을 상표만 붙혀 대량 생산하는 중국 기업이 있다는 소문도 많이 들었습니다.

노재완: 그럴 수도 있겠네요.

박소연: 중국에서는 가짜를 잘 만드니까 이것도 가능한 얘기라고 생각해요.

노재완: 화장품이 잘 맞지 않아 피부에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는데요. 소연 씨는 그런 적없으셨어요?

박소연: 저는 특별히 없었는데요. 피부가 원래 약하거나 민감한 사람들은 화장품 때문에고생하는 분들이 많죠. 탈북 전에도 시장에서 화장품 바르고 부작용이 나서 여드름이 난 친구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사실 남한 같은면 어떤 브랜드를 발라서 부작용이 나면 즉시 판매처에 항의하고 고소하고 법적 제재를 받게 된는데요. 하지만 북한은 자국에서 생산하는 화장품이 아니라 외국 산이기 때문에 항의 할 곳도 없습니다.

노재완: 블랙프라이데를 맞아 화장품도 싸게 사시고 소연 씨에겐 오늘 행복한 하루가 되시겠네요?

박소연: 화장품을 사오고 보니까 수북한 게 너무 좋은 거예요.

노재완: 이번에 사신 화장품들은 뭐예요?

박소연: 저는 이번에 기초화장품을 많이 샀어요. 살결물(스킨), 입술연지, 눈초리 올리개, 마스카라 등 다양하게 샀습니다. 이걸로 내년 블랙프라이데이까지 쓰려고요. 화장품을 사면서도 내가 탈북하지 않았더라면 이런 소소한 기쁨을 누렸을까 그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지금도 북한에 사는 청년들과 내 나이 또래의 중년 여성들이 남한 여성들처럼 자기 얼굴에 맞는 좋은 화장품을 쓰면 얼마나 좋을까 한편으로는 마음이 아팠습니다.

노재완: 북한 주민들을 생각하는 소연 씨의 마음이 정말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네, 오늘 <탈북자 박소연의 세상 밖으로>는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노재완 박소연이었습니다. 다음 이 시간에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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