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2) 살아 돌아오라

서울-이현주, 문성휘, 박소연 xallsl@rfa.org
2013-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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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인들이 평양시내 공동주택건설현장에서 철구조물을 운반하고 있다.
박소연 씨는 2012년 11월 남한에 도착한 햇내기 입니다. 무산 출신으로 선전대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30대 중반의 여성인데요. 하나원 교육을 끝내고 본격적으로 남한 생활을 시작한지 이제 근 일 년...

<세상 밖으로> 이 시간에는 남한 정착 7년차, 자강도 출신 탈북 기자 문성휘 씨와 함께 박소연 씨의 남한 적응기를 하나하나 따라 가봅니다.

INS - 지키자와 싸우자... 이 차이 때문에 양쪽의 군대가 8년의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 얘기 시작합니다.

진행자 : 군인들 참 일 많이 합니다. 어려운 작업에 여러 국가에서 군인들을 투입하지만 북쪽은 유독 더 하죠?

문성휘 : 북한 군인들은 그저 집단 노동력이고 어디로 튀지 못하게 가둬 놓은 노동력이죠. 젊은 애들을 어디로 튀지 못하게 10년 묶어 놓고 그러다 장가갈 나이가 되면 어디로 잘 튀지 않잖아요? 그러니까 그 때 풀어주는 거죠. 그런데 북쪽에 그런 말이 있습니다. ‘군대 갔다 와야 사람이 된다’...

진행자 : 남쪽에도 ‘군대 갔다 와야 철든다’는 말이 있습니다.

문성휘 : 남쪽은 군대 갔다 오면 철은 들지 몰라도 사람은 못 됩니다. (웃음)

진행자 : 왜요? 2년 갖고 사람 못 되나요? (웃음)

문성휘 : 북쪽은 자력갱생을 하는 나라가 아닙니까? 그런 자력갱생의 방법을 인민군대에 가서 배웁니다. 인민군대를 갔다 오면 미장도 하고 집도 짓고... 사실 북한 이발사들은 인민군대 덕에 정말 밥 먹고 살기 진짜 힘듭니다.

진행자 : 다들 자기 머리를 이발할 수 있어요?

문성휘 : 바로 그거죠! 군대 갔다 오면 머리를 못 깎는 아이가 없습니다. 일당백의 만능 병사라지 않습니까? (웃음) 일당백 만능 병사, 싸우기도 잘 하고 일도 잘 하고 그리고 중요한 거 한 가지! 굶기도 잘 해야 한다는 거... 남한 군인들을 몰타를 만들어서 벽 앞에 세워 놔보세요?

진행자 : 군대에서 그런 걸 훈련 받아야 하는 건가요?

문성휘 : 그러면 하다못해 군대에서 머리 깎는 걸 배웠어야지요?

박소연 : (웃음) 못 말려...

진행자 : 제 동생은 군대 갔다 오고 나서 그건 참 잘 하더라고요. 삽질...

문성휘 : 북한은 고등중학교만 졸업하면 삽질 잘 해요. 중학교 졸업할 때까지 수영장 닦고 스케이트 장 닦고 아파트 공사장...

진행자 : 아니, 그건 노동인데요? 왜 아이들에게 노동을 시킵니까?

문성휘 : 저한테 묻지 마세요. 김정은 장군에게 물어보셔야죠...

박소연 : 그게 이제는 풍조가 됐어요. 학생들도 공부 끝나고 작업이 없는 날이 없습니다.

문성휘 : 북한은 소학교 때부터 일하지 않습니까? 기억이 생생한데요. 8-9살 때였는데 이만한 망치를 두 손으로 들고 차돌을 잘게 부셨습니다. 평양에 주체사상탑을 건설하는데 모든 인민들의 마음과 정성이 들어가야 한다고 아이들도 나가서 차돌을 부수었습니다.

진행자 : 그거 하면서 어떤 생각하셨는지 기억나세요?

박소연 : 응당하다...

문성휘 : 그쵸. 응당하다고 생각했죠.

진행자 : 저 초등학교, 북한식으로 소학교죠. 학교에 식물원을 만든다면서 아이들에게 밭일 시켰던 기억이 나네요. 운동장 옆에 만들어서 돌 고르기 같은 걸 시켰어요.

박소연 : 그런 거야 뭐...

진행자 : 대부분의 학생들이 선생님한테 물어봤어요. 왜 이걸 해야 하냐고...

문성휘 : 물어봐도 돼요?

진행자 : 물어봐야죠. 선생님이 너희가 키울 밭이니까 일종의 공부라고 설명을 하긴 해줬는데 저도 꽤 불만을 가졌던 기억이 납니다.

문성휘 : 그럼 안 하면 어떻게 되요?

진행자 : 저 학교 다닐 때만 해도 선생님한테 혼났죠. (웃음) 지금은 이런 일이 거의 없을 겁니다. 요즘은 큰일 나죠...

박소연 : 초등학교 때부터 자기의 권리라든가 이런 부분에 대한 인식이 있다는 얘기죠? 그러니까 군사 복무 2년 기한이 길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우리는 감히 누가 의문을 제기할 생각도 못하고 응당했으니 10년의 세월도 우리의 신성한 의무라며 감수하는 거죠.

문성휘 : 어렸을 때부터 ‘왜’라는 질문을 못하게 아예 길들여 놓는 거죠. ‘왜’는 없고 ‘예’만 있는 사회죠.

박소연 : 제가 지금 퍼뜩 생각나는데 97-98년 즈음이었는데 금강산 발전소를 한창 지을 때였습니다. 제가 머물던 친척 집에 주인 아바이가 밖에서 막 고아대는 거예요. 쫓아 나가봤더니 키가 한 미터 50 정도? 목이... 거짓말 안칠게요. 목이 너무 가늘어서 얼굴을 어떻게 지탱하는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리고 나이든 사람처럼 쭈글쭈글 했어요. 그런 애가 그 집에 부엌에서 밥을 채갔는데 아바이가 쫓아 나오니까 바빠서 외양간으로 들어갔습니다. 그 아이는 막대기로 막 맞으면서도 입에 그 밥 덩어리를 막 쑤셔 넣고 우걱우걱 씹어 먹었습니다. 지금 봤으면 나도 엄마니까 눈물 났겠는데 그때는 저도 처녀라서 그냥 웬 도둑놈이야 했습니다... 나중에 할아버지, 이왕 채간 걸 왜 그렇게까지 때렸냐고 물어보니 한두 번이 아니래요. 식장을 털린 게 한 두 번이 아니라고요.

문성휘 : 아마 그랬을 거예요. 저도 그런 생활을 해봤는데요. 옆에서 그런 걸 처음 보는 사람은 놀라지만... 그렇게 끔찍한 상황까지 간다는 게 참 무서운 거죠.

진행자 : 그 밥 도둑질한 그 사람이 군인인 거죠?

박소연 : 그렇죠. 공사에 동원된 군인이죠. 지금도 군인들은 그렇지만 그 때 그 아이도 삭발을 했었는데 뒷머리가 파랗더라고요.

문성휘 : 아마 이 기자도 그렇고 남한 사람들은 삭발한 뒤통수가 왜 파란지 모를 겁니다. 영양실조가 와서 그래요. 잘 먹어서 기름이 낀 사람들은 허옇죠... 그래서 신입 병사들이 줄을 서가는 모습이 처참하다는 얘기가 나오는 겁니다. 여름옷을 입으면 목이 길고 모자 쓴 뒤통수가 파랗습니다....

박소연 : 그때 금강산 발전소 짓는다고 열 미터 한 개씩 굴이 있는데 거기 군인들이 들어가는 걸 봤어요. 삽자루만 기다랗게 보이는 게 다들 허수아비 같았습니다. 제가 집에 돌아오고 다음 해인가? 국가에서 기록 영화를 만들었어요. ‘조국은 병사들을 잊지 않으리’ 였는데 금강산 발전소 건설에 관한 내용이었죠. 영화에선 굴에서 작업을 하다 물이 팍 터지니까 장교가 물을 막으면서 병사들에게 피하라 그러더라고요. 거짓말도 이런 새빨간 거짓말을.... 내가 아마 그 현장을 직접 못 봤다면 그걸 그대로 믿었을 겁니다. 그래도 겉으로 그 얘길 하지는 못 했습니다.

문성휘 : 금강산 발전소 얘기는 너무 많지만 사실 주변 사람들이 다칠까봐 말 못하겠습니다. 그러나 정말 사람들이 너무 끔찍하게 많이 죽었어요. 부으면 바로 굳는 고강도 시멘트를 부을 때 사고로 사람 다리가 잘 못해서 빠졌다... 남쪽에선 그 정도면 적업 정지하고 다 부수고 난리가 났었을 겁니다. 북쪽에선 그냥 다리를 자릅니다. 그리고는 나중에 전사 영애 훈장 하나 주겠죠. 그냥 부모들의 한으로, 피 눈물로 남는 겁니다.

박소연 : 군대가 2년과 10년, 이 시간만 차이가 있는 게 아니에요. 문 기자님 말대로 북한은 군대에서 훈련을 시키는 게 아니라 그냥 밥도 제대로 못 주면서 가둬 놓고 일만 시키는 겁니다.

진행자 : 북쪽에서는 군대 갔다 온 얘기 재밌게 하는 사람이 없겠어요.

문성휘 : 아유, 그렇지 않아요. 다들 또 얼마나 신나서 얘기하는데요.

진행자 : 그것도 궁금하네요. 남쪽에서는 여성들이 군대 얘기를 싫어하는데요. 북쪽은 어떻습니까?

박소연 : 아버지는 진짜 군사복무 하셨던 얘기를 계속 하셨어요. 제가 이젠 아버지 초소가 어디 있었다는 것도 외웁니다. (웃음) 그런데 진짜 재미있게 추억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문성휘 : 우리 아버지 세대가 군복무를 한 얘기는 들을 것이 별로 없어요. 근데 우리 또래들이 군대 나갔다 온 얘기는 여자들도 다 좋아해요. 비참한 얘기는 빼놓고 어디가 도둑질을 하다가 쫓기던 얘기... 도둑질을 했는데 농장원이 나오니까 도리어 모여서 두들겨 줬더니 농장원이 막 울면서 더 가지라고 했다는 둥 신바람 나게 얘기합니다. 우리 때는 13년, 지금은 10년... 그 세월 동안 군사 복무를 하자니 무슨 얘긴들 없겠습니까?

박소연 : 그리고 여긴 군사 복무 시간에 여자친구들이 면회를 갈 수 있더라고요? 내가 그걸 보면서 아... 우리도 면회를 갈 수 있었으면 나도 첫사랑과 이어질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도 들더라고요. (웃음) 근데 군대 얘기가 나오니까 진짜 할 말이 많네요. 오늘 저녁까지 해도 다 못하겠어요.

진행자 : 남쪽은 3년만 갔다 와도 늙어서까지 계속 하는 게 군대 얘긴데요. 북한은 십년을 갔다 오니 오죽하시겠습니까?

문성휘 : 네네, 맞아요. (웃음)

진행자 : 이런 젊은 친구들이 군대에 안 가면 군대의 추억보다 훨씬 더 좋고 재밌는 추억 만들 수 있을 텐데요.

박소연 : 그렇죠. 도둑질 안 해도 되고요. 공부도 하고...

문성휘 : 저도 남북 간의 대치 상황 뭐 이런 정치적, 군사적인 이유를 떠나서 그냥 인간적으로 생각해도 10년은 너무 하지 않습니까? 인간적으로 좀 줄여줬으면 좋겠습니다.

인간적이라는 말과 군대, 군인이라는 말이 참 안 어울리기도 하는데요. 군인도 인간입니다. 우리 모두 다 인간으로 살 권리가 있지 않을까요?

<박소연의 세상 밖으로> 오늘 여기까집니다. 다음주 이 시간, 새로운 얘기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저는 이현주였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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