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2)

서울-이현주, 문성휘, 박소연 xallsl@rfa.org
2017.03.14
etitquette_teaching_b 청주시 청주향교에서 유림이 어린이들에게 인사 예절을 가르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탈북자 박소연의 세상 밖으로!

무산 출신 박소연 씨는 2011년 남한에 도착해 올해 남한 생활이 6년 차입니다. 도착한 다음해 아들도 데려와 지금은 엄마로 또 직장인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세상 밖으로> 이 시간은 소연 씨가 북한을 떠나 남한이라는 세상에서 보고 겪은 경험담을 전해드립니다. 남한의 신기한 세상만사를 얘기하다고 보면 떠오르는 고향의 추억들도 함께 나눠 봅니다.

INS - 선생님들이 지나다니며 만나면 꼭 인사를 그렇게 합니다. 식사 맛있게 하셨어요? 속으로 이밥인데 맛있게 먹지 않고... 별걸 다 물어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참 생소하고 낯설었어요.

개는 기쁘면 꼬리를 높이 들고 흔들지만 고양이는 화가 나거나 상대방을 위협할 때 꼬리를 높이 치켜듭니다. 개는 긁어달라고 배를 보이고 눕지만 고양이에는 항복의 뜻입니다. 이렇게 몸짓의 언어가 틀리면 서로 잘 지내기 어렵겠죠? 그래서 믿거나 말거나, 고양이와 개가 사이가 안 좋은 거라는데...

이 정도는 아니지만 남과 북도 그 표현과 말의 의미가 달라 오해가 생기도 합니다. 가까이는 인사법이 그렇다고 하네요. 오늘 <세상 밖으로> 소연 씨가 오해했던 그 사정을 들어봅니다.

진행자 : 목례는 친한 사이에 하는 가벼운 인사이고 특히 여러 사람 앞에 섰을 때는 허리를 굽혀 인사는 것이 예의입니다.

문성휘 : 저도 이제는 익숙해져서 예의를 차리는 자리에서는 90도까지는 아니라도 허리를 약간 굽혀 인사를 하는데요. 북한에서는 아무리 높은 간부라고 해도 어버이 수령님이 아닌 이상은 그렇게 하면 굉장히 굴종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저 놈 아첨꾼이라고 욕합니다.

박소연 : 저는 이게 참... 남한에 와가서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데 종착역마다 출입문 앞이 붐비지 않습니까? 가운데 서 있다가 출입문 앞으로 나오려면... 북한에선 버스를 타고 내가 내릴 역이다 그러면 좀 비키오, 사람들은 힘으로 밀고 내립니다. 그런데 남한에서는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이러면서 사람들을 헤치고 나와요. 아니! 왜 죄송해요? 저 여자 참 죄질 일이 많기도 하네, 왜 죄송하다고해?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죄송하다고 하는 말이 사람들이 절로 움직이게 하더라고요.

문성휘 : 근데 이게 예절의 문제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도덕문제라고 해야 하나... 굉장히 시끄럽습니다. 우리는 북한에서 길을 찾으려고 할 때 우회전, 좌회전 이런 말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이쪽, 저쪽 목으로 가르쳐주고 기껏 손을 들어 저쪽 가보오. 여기 사람들은 여기는요, 113번 버스를 타고 세 정거장을 내리면 4호선이랑 5호선이 있는데 그 중에서 5호선을 타고 어디어디 역에서 내리세요. 그 앞이 극장이에요. 이렇게 알려줍니다.

박소연 : 너무 친절하네요.

문성휘 : 근데 그걸 다 외울 수도 없는데 이렇게 알려주니 너무 시끄러운 겁니다. 그냥 북한이 편해요. 대극장 가려면 어떻게 가야하오? 이러면 저쪽. 그러면 한참 가다가 또 물어보면 길 건너가오. 그쪽에 가서 또 물어보고. 저기!

진행자 : 한국에서 그렇게 길 알려주면 사람들이 화낼 겁니다. 아마 이제는 문 기자도 그렇게 알려주면 화날걸요. (웃음)

문성휘 : 아마 지금에서 와서는 분명 그렇겠죠. 그러나 여기서 한 두 블록 가서 왼쪽으로 보면 간판이 보일 거예요... 이런 얘기 들으면 그냥 저쪽까지 가서 물어보라고 하면 될 것이지, 이런 생각이 절로 납니다.

진행자 : 남쪽 길이나 건물이 북쪽하고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해서 그런 것 아닐까요?

문성휘 : 복잡하니 간단하게 알려줘야죠!

진행자 : 문 기자님이 말씀하시고자 하는 바는 이거 아닙니까? 남한은 인사법도 길 알려주는 방법도 모두 복잡하다! 시끄럽니다!

문성휘 : 맞아요. 진짜 그렇습니다.

진행자 : 인사법은 제가 느끼기엔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 이 말을 하는 걸 힘들어 하시는 것 같습니다.

박소연 : 북한에서는 미안하다는 얘기는 자존심을 꺾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내 자존심을 꺾고 미안하다고 했는데 니 이러기야? 체면을 깎는다고 생각하고 여기 와서도 잘 못을 하고도 미안하다는 말을 안 하는 겁니다. 익숙이 안 된 것이죠...

문성휘 : 그리고 아엠쏘리, 영어로 미안합니다. 또는 죄송한데... 라는 말을 여기 사람들은 거의 입버릇처럼 붙이는데 저는 이게 화가 나더라고요.

진행자 : 내가 너의 시간을 뺏어서 미안한데... 또는 네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방해하서 미안한데... 이런 의미이죠.

박소연 : 그냥 툭툭치죠.

문성휘 : 이것 좀 받아, 이것 좀 봐죠 그러죠. 친구끼리는 더 말할 것도 없고요. 직장에서 그렇죠.

진행자 : 특히 직장에서 그런 식이면 남쪽에서는 예의 없다고 생각합니다. 격식이 없다는 게 아니라 그 정도는 예의 없다고 그러죠.

문성휘 : 맞아요. 그리고 아침에 담배를 피우며 직장에 출근하다 지배인을 만나면 머리를 까딱하죠. 천 명 정도 직원이 많은 큰 기업도 같은 건, 나 같은 건 모르니까 애초 인사를 안 해요. 나 같은 건 알지도 못하겠는데 뭘....

박소연 : 맞아요. (웃음) 동감입니다!

문성휘 : 책임 비서든 뭐든 알게 뭡니까. 그리고 얼굴을 알아도 아침에 담배를 피고 출근을 하다 만나면 고개만 끄떡하고 그날 다시 인사를 하는 법은 없습니다. 아침에 인사를 했는데 왜 또해요?

진행자 : 그래서 남한에서 직장 생활하기 힘드신 겁니다. (웃음)

박소연 : 문 기자님은 꽃이에요. 우리는 지배인이 저기서 온대, 다른 길로 돌아갔습니다. (웃음) 근데 북한도 옛날부터 이렇지는 않았습니다. 사회주의가 유지되고 배급을 줄 때는 지배인이나 간부들에게 깍듯이 인사하는 사례들이 많습니다. 그 공장에서 내 배급이 나오고 월급이 나오기 때문에. 우리 때는 간부 승용차만 와도 딱 인사를 했는데 학교에서도 그렇게 배와주고. 지금 애들은 진흙덩이 던집니다. 물론 장난이지만 그걸 보고 부모들도 아무런 말 하지 않죠. 왜냐면 간부들에 대한 인식이 나쁘니까, 간부들은 백성의 등을 쳐 먹는 사람들이라고...

북쪽은 직설적이고 거칠지만 솔직하고 남쪽은 부드럽고 예의 바르지만 탈북자들 표현을 따르면 속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남북 어느 쪽의 방식이 맞다 할 수 없지만... 오랜만에 만나서 왜 이렇게 폭삭 늙었어? 이런 인사보다는 더 예뻐졌어요... 이런 인사가 빈말이라도 좋지 않을까요? 청취자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나머지 얘기는 다음 시간에 이어가겠습니다. <탈북자 박소연의 세상 밖으로> 지금까지 박소연, 문성휘, 이현주였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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