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키움 저축 (1)

서울-이현주, 문성휘, 박소연 xallsl@rfa.org
2014.06.10
bank_teller_305 서울의 한 시중은행 창구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탈북자 박소연의 세상 밖으로!

무산 출신 박소연 씨는 2011년 11월, 남한에 도착해 올해 남한 생활 3년 차를 맞고 있습니다. 2012년 아들을 데려와 혼자서 키우는 열혈 ‘워킹맘’ 그러니까 일하는 엄마입니다.

<세상 밖으로> 이 시간엔 남한 정착 8년차, 자강도 출신 탈북 기자 문성휘 씨와 함께 박소연 씨의 남한 적응기를 하나하나 따라 가봅니다.

INS - 아들을 데려 오려고 통장에 딱 60만원 남았고 빚도 5백만 원이나 지게 되니까 허무했습니다. 난 언제 빚을 다 물고 남들처럼 저금을 하나...

이런 걱정을 했지만 아들을 데려오고 나서 한 해, 두 해가 지나고... 이제 빚은 갚았답니다. 3월부터는 저금도 하고 있다는데요. <세상 밖으로> 오늘은 소연 씨 돈 모으는 얘기 좀 들어보겠습니다.

진행자 : 안녕하세요.

문성휘, 박소연 : 안녕하세요.

문성휘 : 아, 녹음하는 이 시간이 하필 졸음이 오는 시간입니다... (웃음) 날씨가 보통 아니고 거기에다 황사도 많이 오네요. 건강 주의하세요.

진행자 : 계절이 바뀌는 이런 때 환절기, 저처럼 감기 걸리지 않게 조심하셔야겠습니다. 요즘 신문, 방송에 부쩍 연금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오네요. 기초 노령 연금도 국회에서 통과 되고 은퇴 이후에 삶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 같습니다. 문 기자는 대비하고 계십니까?

문성휘 : 전혀요. 아파트 단지마다 경로당에서 봉사자들이 밥 해주지 지하철도 공짜지... 동사무소마다 무료 쌀독도 있죠. 이거면 되지 않아요? 노후 준비, 하나 어려울 게 없습니다.

진행자 : 나이 들어서 저희가 그걸 이용할 때 즈음엔 그게 다 없어지면 어떻게 하시려고요?

문성휘 : 설마요! 좋아지면 더 좋아지지 없어질 것이라고 생각 안 합니다. 조금 근심 나는 건 휴대 전화는 써야할 것 같고 또 두루 구경도 다니고 하려면 돈이 조금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하는 거죠.

진행자 : 그러려면 한 달 생활비가 얼마나 들까요?

문성휘 : 한... 80만 원 정도요?

박소연 : 저는 그 아래로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진행자 : 아프면 어쩌나요?

문성휘 : 그때는 국립 의료원 가면 공짜잖아요.

진행자 : 문 기자는 노후 준비를 또 너무 쉽게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소연 씨는 어떠세요?

박소연 : 저는 그렇게 생각 안 하죠. 남자하고 다르잖아요? 제가 얼추 40대니까 60살까지는 일한다고 생각하고 20년을 내다보고 있습니다. 솔직히 북한에선 노후 준비라는 걸 생각도 못했죠. 한국에 오게 되니까 환경에 따라가서 저도 노후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것이고요. 한국 분들이 저한테 말해주는 게 아들은 대학 졸업만 하면 지 앞가림은 할 것이다, 네가 20대, 30대에 온 것도 아니고 40대에 왔으니 자기 돈을 깔아야 하지 않겠느냐. 그래서 제 생각에는 20년 동안 어떻게든 2억을 벌어 놓으면 65세 이후부터 80세까지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진행자 : 2억이면 약 20만 달러 정도 됩니다. 그 정도 벌어 놓으면 노후에 생활비는 가능할 것 같다는 계산이시군요. 소연 씨는 열심히 타산하시네요.

박소연 : 그럼요. 타산해야죠. 그리고 저는 여적 타산하며 살았잖아요.

진행자 : 그에 비해 문 기자는 너무 타산 없지 않나...

문성휘 : 그러나 이렇게 등한하게 말하는 사람일수록 속으로 주판알을 튕기기 마련입니다. 이번에 집 사면서 대출을 받았습니다. 은행 대출을 집값의 절반 정도 받았는데요. 가만 생각해보니 소비를 하느니 은행 대출을 받아서 집을 사고 갚아 나가는 게 차라리 남는 장사인 것 같았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있으면 있는 대로 다 쓰게 되요...

진행자 : 아등바등하면서 아끼게 안 된다는 말씀이시죠?

문성휘 : 그렇죠. 그래서 이거 안 되겠다, 재산이 될 것을 남겨야겠다 싶어서 대출을 받은 건데요. 대출을 다 갚으면 집이 제 재산으로 남게 될 거 아닙니까? 그리고 저는 꼬박꼬박 저축도 해왔습니다. 남한은 저금의 종류도 다양해요. 적금은 매달 일정액 내는 것이고 보험도 저축이 될 수 있죠. 저는 적금을 많이 이용했고 보험은 병원비가 나오는 실비 보험과 연로 보장 보험을 들어놓았습니다. 실은 이렇게 저축을 하다나니 돈은 번다고 버는데 없어서 쩔쩔 맬 때도 있었습니다만 그래도 늙으면 다 내 재산이니까요...

진행자 : 말씀은 쉽게 하셔도 굉장히 열심히 모으고 타산도 열심히 하셨군요. 소연 씨는 어떠십니까?

박소연 : 올해 3월부터 하고 있습니다. 제가 한국에 와서 햇수로 3년인데요. 온 첫 해에 안 해본 일이 없습니다. 근데 아들 데려오는데 1천 3백만 원 들었습니다.

진행자 : 초기에 번 돈은 다 쓰셨군요.

박소연 : 그렇죠. 처음에 통장에 돈이 6백-7백 쌓였을 때 너무 기분이 좋더라고요. 여기 혼자 굴러 들어와서 도움을 받을 누구도 없고 통장에 돈이 없으면 무서웠을 거예요. 그리고 그때는 보험도 모르고, 보험을 들 형편도 안 됐고요. 그러다가 아들을 데려 오면서 통장에 딱 60만원 남았고 빚도 5백만 원이나 지게 되니까 허무했습니다. 난 언제 빚을 다 물고 남들처럼 저금을 하나... 그런데 아들을 데려오고 한 해, 두 해 지나고 나니까 빚도 다 갚고요. 올해 3월에 처음으로 적금을 시작했네요. 근데 북한처럼 생각했습니다. 우린 저금소나 은행에 돈을 넣어놓아도 거기에 이자가 붙지 않잖아요? 그냥 돈을 쥐고 있으면 쓰니까 저금을 한 거죠. 통장이라는 게 있고 도장을 찍으면 돈을 내줬는데 이것도 80년대 말 소리입니다.

진행자 : 지금은 은행 이용하는 사람 없죠?

박소연 : 그렇죠. 여긴 은행에 돈을 맡기면 이자를 준다고 해서, 제가 유혹이 된 게 이자 때문이었고요. 인터넷을 검색을 했더니 제일 먼저 검색이 된 곳이 새마을 금고였는데 이자가 3.45 퍼센트라고 했습니다.

진행자 : 새마을 금고라는 일종의 은행인데요. 소연 씨가 맡긴 돈에 일 년에 3.45%의 이자를 준다는 얘기죠?

박소연 : 맞습니다. 처음은 단순하게 천만 원을 갖다가 저금하면 3십4만5천원이 나오겠구나... 생각했죠. 근데 들어가서 상담해 보니까 세금 빼면 2십3만5천 원이랍니다. 그러니까 생각이 달라졌어요. 내가 2십 3만원을 벌려고 이 큰돈을? 제게는 천만 원이 정말 무지하게 큰돈이었거든요.

진행자 : 만 달러인데, 큰돈이죠.

박소연 :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안 되겠더란 말이죠. 이게 다 일리가 있겠다... 그래서 예금하고 달마다 얼마씩 저금도 하기로 했습니다. 근데 제가 정말 화가 났던 건 왜 밖에는 3.45 퍼센트라고 써 붙여 놨냐는 거죠!

진행자 : 일종의 영업 방식인거죠. 그래야 사람들이 한 번 더 보니까요. 이자 소득은 돈이 돈을 벌어들이는 소득이기 때문에 세금이 높습니다.

문성휘 : 그렇죠. 불로 소득에 대해서는 세금이 높아요.

진행자 : 소연 씨는 온 지 5년이 안 됐기 때문에 생활 수급자죠? 그러니까 국가에서 어느 정도 보조를 해주고 배려도 받는데요. 그런 수급자들이 들 수 있는 통장이 따로 있지 않나요? 이자도 조금 높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박소연 : 있습니다. 저소득층들만 들 수 있는 희망 키움 통장이라는 것도 있더라고요. 시청에서 어느 날 전화가 왔는데 아들이 있느냐, 몇 살이냐, 월수입이 얼마냐 물어요. 희망 키움 통장이라는 게 있고 제가 그 대상자는 맞는데 그걸 할 수 있는지는 나중에 심사해서 알려주시겠다고 하면서 전화를 끊었습니다. 저는 기다리지 않았어요.

진행자 : 그게 뭔지는 아셨어요?

박소연 : 몰랐죠... 그게 나중에 알고 보니까 본인이 3년 동안 한 달에 십만 원 씩 적금을 하게 되면 정부에서 식구 수에 따라 30만원에서 40만원을 도와주는 거랍니다. 도와주는 액수는 식구 숫자에 따라서 달라지고요.

진행자 : 잠깐만요. 소연 씨가 십 만원 저금하면 나라에서도 그 세 배를 저금해준다는 말씀인가요?

박소연 : 네, 그래서 제가 왜 그렇게 주냐 물었더니 이렇게 도와줘서 전세금이나 집을 마련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 그러니까 내가 수입이 없고 집에서 놀면 대상이 안 된대요. 정부에서 도와줘서 집을 살 수 있는 능력이 있느냐를 보고 대상자를 고르는 것 같습니다.

진행자 : 그래서 대상자가 됐나요?

박소연 : 네, 됐습니다. 저희들, 이렇게 온지 얼마 안 된 저희들 같은 사람을 도와주면 이 땅에서 일어서기가 쉽죠. 계산해보니까 이 저금을 하면 3년 동안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돈이 1천 2백만 원이 되더라고요.

진행자 : 소연 씨가 내는 돈은 한 달에 10만 원씩이니까 3년 360만원이고요.

박소연 : 맞습니다.

진행자 : 더 넣을 수도 있나요?

박소연 : 아니요. 딱 십만 원만 넣을 수 있답니다.

문성휘 : 아이고... 배 아파라 소연 씨 돈 버는 꼴 어떻게 봐주니...

진행자 : 어머, 문 기자 무슨 말씀이세요. 알고 보면 제가 제일 배 아픕니다. 문 기자님은 이번에 집 사면서 돈 빌릴 때 저금리로 빌리지 않으셨어요?

문성휘 : 그렇죠.

진행자 : 사실 남한 사람들 입장에서 이런 혜택이 부러울 때가 있다니까요. 정말 좋겠다...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웃음)

박소연 : 저도 회사에서 옆에 앉은 선배한테 이 소리를 하니까 너무 부러워해요. 그래서 제가 그랬습니다. 그럼 북한에서 살다 오세요... (웃음) 내가 이 대답 밖에 할 게 없더라고요.

진행자 : 그건 좀 생각해봐야겠어요... 희망 키움 통장을 받기 위해 북쪽에? 이건 아니네요. (웃음) 그럼 적금이 다 만기돼서 타면 얼마나 나오는 건가요?

박소연 : 1천 5백6십만 원 정도 타고 거기서 세금 떼겠죠.

문성휘 : 제가 보니까 이런 통장이 아니더라도 탈북자들이 창업을 할 때 지원을 해주는 돈도 있습니다. 이것도 일종의 저축과 같은 거죠? 한 3천만 원까지 지원해주는데 사업이 성공하면 돌려받지 않아요. 성공 못하면 돌려 줘야 하는데 사실 돌려 못 주죠... 내가 알아보니까 탈북자들에게만 주는 게 아니라 창업하는 남한 사람들, 기초 생활 수급자들도 도와줍니다. 사실 국가는 많이 손해를 보는 거죠.

국가가 국민들에게 이익을 봐서 뭘 하겠습니까? 세금은 사실 이런 데 쓰라고 걷는 거죠...

지금 남쪽 은행의 평균 예, 적금 이자... 돈을 갖다 맡기면 은행에서 주는 이자가 3%가 안 되는데요. 탈북자 등 생활 수급자의 경우 국가에서 보조를 해서 7%까지 보장해줍니다. 열심히 일하고 모으면 나라에서 자립을 돕겠다는 의미인데 사실 남한 생활, 북쪽보다는 여러 면에서 여유가 있지만 만만치 않게 어렵습니다.

그러나 이런 어려움을 견디게 하는 게 이런 미래를 계획할 수 있게 하는 저금통장입니다. 액수가 적든 많든 그게 미래에 대한 꿈의 크기와 비례하는 건 아닌 것 같고요. 그저 미래를 대비하고 꿈 꿀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게 감사한 일일 때도 있다는 거, 청취자 여러분도 잘 느끼시죠?

나머지 얘기, 다음 시간에 이어갑니다. <탈북자 박소연의 세상 밖으로>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함께해주신 청취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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