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3) 평화를 빕니다

서울-이현주, 문성휘, 박소연 xallsl@rfa.org
2014.07.15
buddha_birthday_305 불기 2558년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설악산 신흥사에서 열린 법요식에서 동자승 단기출가 체험에 참가한 한 어린이가 합장한 채 불교의식을 따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탈북자 박소연의 세상 밖으로!

무산 출신 박소연 씨는 2011년 11월, 남한에 도착해 올해 남한 생활 3년 차를 맞고 있습니다. 2012년 아들을 데려와 혼자서 키우는 열혈 ‘워킹맘’ 그러니까 일하는 엄마입니다.

<세상 밖으로> 이 시간엔 남한 정착 8년차, 자강도 출신 탈북 기자 문성휘 씨와 함께 박소연 씨의 남한 적응기를 하나하나 따라 가봅니다.

INS - 하나원에 오니까 일요일이면 종교를 가고 싶은데 가라고 합니다. 강제는 아니고 자기가 가고 싶은데 가면 되는데요. 처음에 간 곳은 기독교였는데 음악 소리가 너무 요란하더라고요. 그래서 그 다음 주엔 심심풀이로 천주교도 한번 가봤습니다. 아니, 신부님이 엄청 잘 생기셨더라고요. (웃음)

그래서 소연 씨는 천주교 신자가 되기로 했답니다. 물론 이게 소연 씨가 종교를 천주교로 선택한 이유의 전부는 아니죠. 문 기자는 개신교 신자입니다. 그를 교회로 이끈 건 마른 낙지였다는데요. 성경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그 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창대하리라... 북쪽에선 마약이라 불리는 종교, 이 두 사람이 선택한 종교는 정말 마약과 같은 건인지, 오늘 <탈북자 박소연의 세상 밖으로> 우리의 종교 얘기, 세 번째 시간입니다.

진행자 : 남쪽에서 종교가 몇 개나 될까요? 생각해보면 대표적인 기독교, 불교 뿐 아니라 천도교, 이슬람, 그리스 정교 또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신흥 종교까지 수 없이 많은 종교가 있어요. 서로 종교에 대해서 좋은 말도 하지만 약간의 서로 견제하는 것도 있고요. 특히 같은 하나님을 믿는데도 개신교와 천주교는 약간의 알력 같은 것도 느껴집니다.

박소연 : 제가 한번 누구 아는 사람 집에 갔는데 그 분이 묵주 반지를 끼셨더라고요. 아... 천주교 다니세요. 그러면서 그 분이 너무 좋아하면서 자매님... 반가워요, 그러세요. 우리처럼 혈혈단신으로 온 사람에겐 그 말이 그렇게 좋습니다. 같이 일하는 선배는 오랜 개신교 신자인데요. 정말 좋은 뜻으로 운영하는 교회가 많은데 이단교가 개신교를 판다는 걸 속상해 합니다. 근데 천주교는 그런 게 없어요.

문성휘 : 그니까 객관적으로 보면 다 장단점이 있어요. 천주교는 중앙 집권적인 종교가 아닙니까? 중앙청에 교황, 각 나라마다 추기경이 있고 그 밑에 교회가 있지만 기독교는 중앙이라는 것이 없고 각기 자기 절로 만들어 지다보다니까 이자 말마따나 이단이 생길 수 있어요. 종교의 교리를 제멋대로 해석해서 나쁘게 결과가 나오는 종교도 있습니다. 대신 저는 천주교는 행사가 복잡해요. 기도를 할 때도 어떻게 하라... 개신교에서 보면 허례허식이라고 하는 게 많죠. 개신교는 단순화 돼서 좋고요. 불교는 산으로 올라가야 하고... (웃음)

진행자 : 땅에도 있습니다. (웃음) 큰 절이나 산에 있죠... 각 종교마다 여러 가지 장단점이 있고 특성도 있죠. 저 개인적인 느낌을 말씀드리면 천주교는 얌전하고 조용합니다. 우리 종교 믿어라 하는 선교, 전도 잘 안 해요. 천주교 다니고 싶어서 가도 신경 잘 안 써요. 그냥 왔나보다... 그런데 기독교는 굉장히 활발하고 적극적입니다.

문성휘 : 선교 활동에 적극적이죠.

진행자 : 종교에 대한 표현도 거침없어요. 활발하고 보기 좋을 때도 있지만 지나치면 피곤하기도 하죠. 불교는 참선의 종교? 그래서 나이대로 보자면 젊은 사람들은 교회에 많고 성당에 가면 중장년층,, 불교는 나이든 분들이 많습니다.

문성휘 : 그 말이 진짜 비슷해요.

박소연 : 진짜 공감합니다. (웃음)

문성휘 : 나도 늙으면 불교로 갈까? 그리고 개종이라는 게 있죠? 이슬람교에서 기독교로 넘어가겠다... 종교를 선택하는 건 본인이 자유롭게 할 수 있고 그렇다고 해서 법적으로 문제될 것은 없죠. 다만 여태 믿고 의지했던 사람들과 단절된다는 문제는 있겠죠.

진행자 : 교회 다니던 사람이 성당 다니면 어떻고 교회 다니는 사람이 절에 좀 가면 어떻습니까? 저는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이건 다 의견이 다르겠죠.

문성휘 : 그리고 중요한 점은 발전한 나라일수록 종교에 대한 관용이 있다는 거죠. 례하면 기독교 신자가 절에 가서 불교적인 인사를 하는 것도 그럴 수 있다, 허용된다는 거죠.

진행자 : 전 좋은 모습이 기독교의 가장 큰 축일인 크리스마스 날엔 스님이 명동 성당에서 노래를 하시고 부처님 오신 날엔 신부님이 강론하시거나...

문성휘 : 그게 관용이라는 거죠. 발전한 나라일수록 이런 관용이 있어요. 반대로 발전하지 못한 국가들일수록 관용이 없고요. 북한도 거기에 속하죠. 관용이라는 게 애시 당초 없습니다. 당의 유일사상 체계의 10대 원칙, 이단자를 처벌하는 법이 있잖아요? 거기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정치범 수용소에 간다던지, 공개처형을 한다던지... 대개 발전하지 못한 나라들이 그런 게 많아요. 한국도...

진행자 : 사실 한국도 발전한 나라라기보다는 발전하고 있는 나라라고 해야 맞죠. (웃음)

문성휘 : 그래도 북한에 비하면 중간 정도는 벗어나지 않았어요? 발전된 나라들에선 한 집안에 다 다른 종교를 가져도 이해하지 않아요? 발전하지 못한 국가일수록 그런 관용도 없고 예를 들어 기독교 신자가 불교에 가서 인사를 했다... 난리 나죠. 그래서 이 관용이 있냐, 없냐 하는 문제는 사회 발전의 차이로 느껴지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진행자 : 북쪽도 배려, 관용에 익숙하지 않은 사회죠. 이건 사실 남쪽도 마찬가지입니다... 관용과 배려의 문제에 대해서는 발전해야할 부분이 분명 있고 국민 개개인 반성해야할 부분이 많습니다.

문성휘 : 그러게 말이에요... 그리고 제가 북한이 관용을 베푸는 걸 한번 보고 깜짝 놀랐는데요. 한 3년 전 즈음에 떠들썩했는데요. 미국이나 유엔에서 행복지수를 계산하고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뭐 이런 순위를 매기지 않습니까? 북한이 소위 자기네 절로 행복 지수를 매긴 겁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이걸 조선 중앙 텔레비전으로 보도 하면서 굉장히 떠들었는데 북한이 그때 굉장한 관용을 베풀었어요. 1등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니라 중국이었습니다. (웃음) 그리고 2등이 공화국, 미국은 꼴등. 남한은 헤매도 없고(순위에도 없고)... 30-40개 나라를 순위를 매겼는데 저는 보고 많이 웃었습니다. 북한에도 이런 관용이 있구나...

진행자 : 그런데 북한 사람들이 남한이 어떻게 사는지는 잘 모르지만 중국이 자기네보다 잘 사는 건 너무 잘 알잖아요? 그래서 1등을 중국으로 놓은 거 아닐까요?

문성휘 : 뭐 그럴 수도 있지요. 그렇지만 이건 북한이 그렇게 욕하는 사대주의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관용이 있어야 사회가 더 넓어지고 발전되기 마련인데.... 교주 자체가 귀와 눈을 막았으니 북한이라는 사회가 발전이 없죠.

진행자 : 저는 앞에 하신 말씀 중에서 그 말이 가슴이 아프네요. 적과 원수가 있어야 살아남는 사회다... 저는 사실은 어떤 종교를 가졌다고 얘기하기 좀 그래요. 남쪽에선 이런 걸 사이비라고 하는데... (웃음) 이단 종교를 사이비 종교 이렇게 부르기도 하는데 저는 사이비가 맞습니다. 천주교 신자이기도 했다가 가끔 절에도 가서 절도 잘 합니다. (웃음) 저는 다니면서 이 두 개의 종교가 크게 틀리지 않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문성휘 : 보면 비슷하죠.

진행자 : 종교도 사회도 알고 보면 비슷하고 통하는 게 있는...

문성휘 : 그렇죠. 북한 사람이나 남한 사람이나 이 세상에 있는 사람은 다 눈, 코, 입이 있는 것처럼 밥 먹고 일하고 휴식하고 다만 방법상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어떤 사회나 비슷한 사회가 있죠. 북한이 자기네가 위대하고 자기네는 다른 국가들과 다 다르다고 다른 곳은 다 썩어 빠진 자본주의 사회라고 아무리 선전을 해도 북한이라는 사회라는 흐름은 자본주의랑 똑같습니다. 오히려 북한은 방식을 잘 못 선택해 더 힘들게 만들어 놓은 실패한 사회가 아닙니까? 그런 의미에서 종교도 비슷해요. 저도 기독교를 다니지만 기독교적인 인연이니 다른 종교를 배척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해요.

진행자 : 마지막으로 사이비 신자로써 제가 거기서 제일 좋아하는 말이 있는데요. 성당에선 미사가 끝나면 맨 끝에 서로 평화를 빕니다... 이렇게 인사를 합니다. 앞, 뒤, 옆에 있는 사람, 눈이 마주치는 모든 사람에게 평화를 빌어주는데요... 평화를 빕니다... 저는 이 말이 참 좋더라고요. 그 말을 해주고 나도 들으면 일주일동안 볶였던 마음이 가라앉는 듯합니다. 그래서 끝으로, 청취자 여러분들과 문 기자, 소연 씨에게 평화를 빌어드리고 싶습니다. 평화를 빕니다.

박소연 : 저도 평화를 빕니다...

문성휘 : 저는 평화도 그렇지만 종교에도 또 남한 사회에 널리 퍼져 있는 말이 있잖아요? 사랑합니다... 아, 북한에선 연애할 때도 이 말 하기가 그렇게 어색해서 못하는데 여기 와서는 많이 듣기도 하고 또 하기도 하니까 사랑한다는 말... 이게 단순히 연인들끼리 사랑인 게 아니라 인간에 대한 사랑, 인간 세상에 대한, 인간이 창조한 모든 것에 대한 사랑이 아닙니까? 사랑합니다... 이 말을 해드리고 싶어요.

진행자 : 저는 사랑한다는 말이 문 기자 얼굴보고는 안 나오네... (웃음)

문성휘 : 어우... 안 해도 되고요! 남북과 온 세상에 평화가 깃들이기를...

진행자 : 소연 씨도 한마디 해야죠.

박소연 : 아까 이 기자님이 사이비 신자라고 하셨는데 아무래도 저도 언젠가 그게 될 것 같아요. 옆에 선배의 남자친구가 교회 오빠더라고요. 선배들이 교회가면 멋있는 오빠들이 많다고 해서 부푼 가슴을 안고 성당에 갔더니 정말 중간층 아니면 할아버지, 할머니... 그래서 저도 결혼을 하려면 교회에 가서 교회 오빠를 만나야 하지 않나...(웃음)

소연 씨가 참... 이런 걸 빨리 배웁니다. (웃음) 꽤 많은 숫자의 여성들이 첫사랑이 교회 오빠입니다. 동네에 있는 작은 교회가 많고 어렸을 때는 한번 쯤 교회에 가보니까 이런 경우가 많은 거죠.

종교를 이런 이유로 갖는 건 좀 너무 가벼워 보이나요? 사실 인류의 평화와 안녕보다는 자신과 가족들의 복, 건강을 위해 기도하는 사람이 더 많죠. 그렇지만 이런 모든 것을 다 포용하는 것도 또 종교입니다. 나를 위해 믿은 종교지만 그 속에서 얻는 개인의 위로와 평안은 사회를 또 그렇게 만들고 있고요.

여러분께 모든 종교를 망라한 사랑과 평화를 전하며, 오늘 <세상 밖으로> 마칩니다. 지금까지 이 시간 진행에 이현주였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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