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박소연의 세상 밖으로!
박소연 씨는 2011년 11월 남한에 도착한 햇내기 입니다. 무산 출신으로 선전대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30대 중반의 여성인데요. 하나원 교육을 끝내고 본격적으로 남한 생활을 시작한지 이제 근 일 년...
<세상 밖으로> 이 시간에는 남한 정착 7년차, 자강도 출신 탈북 기자 문성휘 씨와 함께 박소연 씨의 남한 적응기를 하나하나 따라 가봅니다.
INS - 매일 와서 애기 소리를 해요. 지금 현재 산모는 산후조리원에 갔다고... 애를 낳으면 집에 가만히, 뜨듯한 구들에 머릿수건 쓰고 있어야지 어딜 가냐고요? 그 산후 조리원이라는 게 뭐에요?
소연 씨의 직장 동료 부인이 해산을 했습니다. 첫 애라는데 소연 씨가 보기엔 유난도 이렇게 유난할 수가 없답니다. 그런데 소연 씨의 말투에 약간의 부러움이 느껴지네요. 남쪽에서 아이 한번 낳아봤으면 좋겠답니다.
<탈북자 박소연의 세상 밖으로> 남쪽의 해산 얘기 한번 들어보시겠습니까?
진행자 : 안녕하세요. 날씨가 많이 추워졌습니다.
문성휘 : 그러게요. 저 아무래도 감기 예방접종해야할 것 같네요.
진행자 : 감기 예방 접종이 아니라 독감 예방 접종이죠? 독한 감기요... 소연 씨도 아드님과 함께 병원 가서 맞으세요.
박소연 : 이 정도 추위는 뭐... 추위도 아닙니다. (웃음)
진행자 : 북쪽에서 오신 분들에겐 진짜 그렇죠. (웃음) 오늘 이 얘기를 하자니까 문 기자가 절대 반대를 하셨는데요...
문성휘 : 아니, 남자가 해산을 안 해봤는데 해산 얘기를 어떻게 해요!
박소연 : 그래도, 이 기자님과 저는 할 얘기가 많아요. 다수결입니다.
문성휘 : 여하튼간 산으로 가든 들로 가든 한번 해보죠. (웃음)
진행자 : 최근에 소연 씨 직장 선배가 아빠가 됐답니다. 그래서 남북의 애기 낳는 문화가 많이 비교되는 모양이에요.
박소연 : 네, 3일 전에 해산을 했어요. 직접 가보진 못했지만 선물도 하고 그랬는데 그분이 매일 와서 애기 소리를 해요. 지금 현재 산모는 산후조리원에 갔다고 하는데 아니, 애를 낳으면 집에 가만히, 뜨듯한 구들에 머릿수건 쓰고 있어야지 어딜 가냐고요... 여기는 산후 조리원이라는 게 뭐에요? 돈도 많이 든다고 하던데요.
문성휘 : 아, 아이를 해산한 뒤에 몸조리를 하러 가는 곳이에요. 그러니까 산후관리를 전문적으로 해주는 곳이죠. 근데 저는 들어가 본 적이 없어서 돈이 얼마나 드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웃음)
박소연 : 어... 그 날 앉아서 얘기하는 거 들어보니까 거기에 전문 마사지 해주는 사람이 있어서 젖몸살, 등근육도 풀어주고 산모 물리치료도 해주고 그런데요. 2주간 입원하는데 거의 2천 달러 넘게 든다고요.
문성휘 : 에이... 그렇지 않을 거예요? 소연 씨도 아이를 낳으세요. 수급자들은 국가에서 지원을 해줍니다. 그러니까 저소득층은 아이 날 때도 얼마 돈을 안 내요. 그리고 요즘 출산율이 낮아서 아이 낳으면 지원이 많지 않습니까?
진행자 : 아니, 그런 지원 때문에 갑자기 애를 낳을 순 없잖아요. (웃음) 문 기자님, 혼자 사는 여성한테 아이를 낳으라니요... (웃음)
박소연 : 아니, 근데 진짜 솔직히 말하는데 한번 낳아보고 싶어요. 여자들은 출산을 하고 나면 아이를 다시는 안 놓겠다고 열두 번 맹세를 해요. 근데 한국에 와서 그 선배가 아이가 나오기 전에 동영상을 보여줬는데 아이가 뱃속에서 숨을 쉬고... 막 그런 게 동영상으로 나오는데 처음 봤어요.
진행자 : 초음파 찍은 것 보셨군요?
박소연 : 북한에도 초음파 있어요. 저도 우리 아들을 낳던 11년 전에도 초음파를 했어요. 아이가 배 안에서 예정일이 지났는데도 안 나오는 거예요. 산원에서 쌍태음이 나온다며(쌍둥인 것 같다며) 도병원에 가서 초음파를 찍고 오래요. 무산군에선 초음파가 없었거든요. 그래 갔더니 배에다 무슨 선뜻선뜻한 약 같은 걸 바르고 쓱쓱 문질러요. 화면에 진짜 아이가 보이더라고요. 단순히 양수가 많은 거라고 하기에 아들인지, 딸인지 물었더니 잘 모르겠더라고...
문성휘 : 아니, 당장 나을 애를 남자앤지, 여자앤지 모르는 초음파가 무슨 초음파에요? (웃음)
박소연 : 그냥 아이가 하나라는 것만 확인했어도 11년 전에 북한에서 그만하면 괜찮은 거죠...
문성휘 : 아이고... 11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하나도 없습니다. (웃음)
진행자 : 북쪽은 도 병원까지 가야 초음파를 볼 수 있나보네요. 남쪽엔 요즘 초음파뿐이 아니라 입체 초음파라는 걸 봅니다. 뱃속의 아이가 입체적으로 보여요. 초음파는 그냥 평면으로 보이잖아요? 입체적으로 보이고 그리고 초음파를 찍고 나서 바로 동영상으로 내 스마트 폰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해줍니다. 아이 심장 소리도 들을 수 있고요.
문성휘 : 참 기가 막힌 게 제 뱃속에 든 아이가 여자다, 남자다 하는 건 둘째 치고 그 초음파 사진을 보관한데요. 그리고 아기들의 심장 박동 소리도 녹음해서 보관을 한답니다. 그걸 나중에 아이가 태어나서 어른이 되면 보여 준다나요?
박소연 : 그 얼마나 의미 있습니까?
문성휘 : 아... 끔찍해. 전 절대 보고 싶지 않습니다.
박소연 : 저는 그게 진짜 큰 의미를 담고 있다고 봐요. 너무 좋아 보여요. 아이에게도 엄마가 너를 이렇게 뱃속에서 키웠고 진통을 겪으며 낳았다고 얘기해줄 수 있잖아요.
진행자 : 저도 보관을 하고 있는데요. 제가 특별히 보관을 하려고 했던 건 아니고요. 병원에서 준 걸 버릴 수 없잖아요? (웃음) 어쨌든 문 기자 말씀도 무슨 뜻인지는 알겠습니다. 남한의 요즘 엄마들이 유난스러운 면이 있죠... 초음파 찍은 것도 보관도 하고 2주에 2천 달러나 하는 산후 조리원, 아무리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사람들이 산후 조리를 해준다지만 비싼 건 사실이고요.
박소연 : 아니, 우리는 애를 낳아도 그냥 집에서 하는데요... 저도 제왕절개 했지만 일주일 있다 퇴원해서 집에서 조리했어요. 언제 한번은 선배가 뭘 가뜩 사갔고 왔어요. 애를 낳게 되면 헛배 찰까봐 복대도 하고 아내가 그런데요, 애 젖을 주는데 머리를 받치고 있었더니 손목이 시리다고 손목 보호대라는 것도 샀더라고요. 우리는 애도 낳아서 4키로 5백이었거든요. 날짜가 지나서 나와서 엄청 컸어요. 그래도 제 아들의 머리가 무겁지 않았다고요. 아, 진짜... 근데 그 선배는 남한 분인데, 그걸 응당한 것으로 생각하더라고요. 부인이 조리원에서 이거 해 달라, 저거 해 달라 그래도 그걸 다 받아줘요, 그래서 제가 속으로 그랬어요. 내가 한국에서 아를 낳으면 본때를 보여준다...
진행자 : 어떤 본때를 보여주시려고요? (웃음)
박소연 : 아니, 내 아이 머리가 왜 무거워요? 그리고 젖이 불고 그러면 겨드랑이 옆까지 온통 아프지만 세숫수건을 뜨거운 물에 담가 짜서 올려놓고 풀어주고 아이가 먹으면 괜찮아 진다고요. 왜 그걸 전문 안마사를 써서 돈을 매겨서 푼대요. 근데 그걸 응당하다고 생각하더라고요. 나는 그렇게 안 하겠다... 북한식으로 제대로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얘깁니다.
문성휘 : 아니, 진짜 소연 씨 애 낳는 걸 보고 싶다... 본때를 보여주세요. 유모차? 이런 것도 없이 애기 포대기를 둘러매고. 포대기가 한국에 있긴 있나요?
진행자 : 그럼요. 저도 쓰는데요.
문성휘 : 그런데 저는 아이를 업고 다니는 걸 못 봤어요. 다 유모차로... 그리고 그 유모차도 요즘 오죽이나 비싸요?
박소연 : 그것도 다 아빠들이 밀어요. 그리고 아빠 들이 아이를 다 안고 다니고요.
진행자 : 그것도 보기 싫으십니까?
박소연 : 아뇨, 그건 너무 보기 좋습니다. (웃음) 10명 중 9명은 아빠들이 유모차를 밀거나 안고 가는데요. 그건 정말 보기 좋습니다.
진행자 : 사실 지금 소연 씨가 말하는 북한식이라는 게 옛날식, 전통식이잖아요? 우리들도 다 그렇게 컸고요. 근데 보면 북쪽에서 오신 분들이 본때를 보이면 두 가집니다. 북한식으로 하시던지 아니면 더 유난하게 하던지... (웃음)
문성휘 : 아! 맞아요. 진짜 남한 사람들보다 더 유난하게 준비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박소연 : 말도 안 돼요...
문성휘 : 혜택이 있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오히려 북한에서 못 느꼈던 걸 남한에서 더 많이 느껴보고 싶어서 그러는 걸 수도 있고요. 저도 이걸 긍정적으로 봐야할지 비난을 해야 할 지 판단이 안 섭니다.
진행자 : 그래요. 사실 소연 씨도 여기서 아이를 낳고 싶다고 얘기했을 때는 부러운 면이 있으니까 그렇지 않겠어요?
박소연 : 나도 좀 저렇게 대우를 받으면서 낳고 싶다는 그런 생각인거죠.
진행자 : 그런 심정이니 여기서 아이를 낳을 때는 북쪽에서 못 해본 걸 다 해보고자 하고 그러다보면 더 유난하게 되고... 그런 것이겠죠.
문성휘 : 그런 면이 있죠. 그리고 북한도 아이 낳을 때는 유난합니다. 애를 낳으면 텔레비전도 보지 말라 눈이 못 쓰게 된다, 바람도 맞지 말라... 뭐 이런 미신 딱지가 임신을 해서부터 해산을 할 때까지 너무 많아요. 애를 임신한 다음엔 닭발이나 오리발을 먹으면 안 된다, 애 발이 이상하게 된다. 닭대가리 먹지 말라, 머리 나쁘다. 게를 먹지 말라, 게를 먹으면 아이 손이 조막손이 된다... 남한도 그런 게 있나요?
진행자 : 그럼요. 앞에 하신 얘기 저도 다 들었어요.
박소연 : 또 북한은 굴뚝이 많잖아요? 옛날 굴뚝을 패서 화목(땔감)으로 쓰면 아이가 해체(벙어리)가 된다고...
진행자 : 그건 일리가 있네요...
문성휘 : 잘 한다... 지금 미신을 설파하는 겁니까? (웃음)
박소연 : 풍습이지 그게 왜 미신입니까? (웃음)
진행자 : 지어는 3주(3.7일)까지 집에 아무도 오지 말라잖아요...
박소연 : 호박 먹지 말라 이빨이 다 무른다, 찬물에 손 담그지 말아라... 너무도 많죠. (웃음)
문성휘 : 애를 낳고도 뭐가 그렇지 많은지 새 옷을 입히지 말아라... 꼭 건강한 아이의 헌 옷을 물려서 입어라... 정말 별 얘기가 다 있죠.
진행자 : 소연 씨 아이 낳았을 때는 어땠나요?
박소연 : 저는 제왕절개 했어요. 근데 배를 째고 아이를 낳아도 진통을 와야 수술을 하거든요. 밤에 진통이 와서 병원엘 갔더니 선생님들이 나와야 수술을 한다고 아침까지 참으래요. 그때 다른 산모들이 입원실에 같이 있었는데 그 사람들은 모두 그 밤에 아이를 낳았고요. 전 밤새 진통을 하다 새벽녘에 깜빡 잠이 들었습니다. 근데 얼마나 잤는지 간호사가 절 깨워요. 일어났더니 다른 산모들 다 어디 갔냐고 물어요, 보니까 다 없어졌어요. 제가 분명히 봤거든요. 다들 아이를 끼고 누워 자는 걸요...
문성휘 : 아니, 왜 그랬죠?
박소연 : 선생님이랑 간호사들 밥을 해줘야하거든요... (웃음) 수고했다, 고맙다고 고기도 좀 삶아야하고 술도 좀 사야하고...
문성휘 : 아, 맞다. 저도 이제 기억이 나네요. 우리 어머니가 소랭이 가득 밥이랑 반찬을 해 이고서 병원에 가던 일이 기억나네요. (웃음) 생각해보면 도망 갈만 하죠. 그 돈이면 산모에게 고기를 좀 더 사 먹이지...
박소연 : 맞죠... (웃음) 그러니 분명 남편들이 꼬였을 겁니다. 내 그 돈으로 니 고기라도 더 먹인다, 가자가자... (웃음)
이건 진짜 남쪽에 요즘 유행하는 표현대로 하자면 '웃픈' 얘기입니다. 웃기면서도 슬픈 얘기의 줄임말입니다. 아이 낳은 산모 넷이 약속이나 한 것처럼 남편 손에 이끌려 몰래 야반도주를 하는 상황을 생각하니 처음엔 희극 영화의 한 장면 같이 웃겼는데 웃다보니 점점 서글픈 생각이 듭니다.
해산하는 얘기도 그렇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기쁜 일이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는 일이고 여자가 일생에 가장 행복한 순간도 바로 아이를 낳고 애 젖 물리는 때라는데... 글쎄요, 점점 얘기는 '웃픈' 얘기가 되가네요.
마냥 웃기엔 항상 뒤끝이 쓴, 지금 북쪽 사회와 탈북자들의 처지 때문이겠죠. 이 얘기는 다음 시간에 이어가겠습니다.
<탈북자 박소연의 세상 밖으로> 오늘 여기까집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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