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종단철도 꿈이 아닌 현실?

서울-노재완 nohjw@rfa.org
2015.01.21
uni_train_305 경의선 동해선 남북철도연결구간 열차 시험운행일인 2007년 5월 17일 개성을 다녀온 경의선 열차가 남측 최북단 역인 도라산역으로 돌아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MC: 안녕하세요. <통일로 가는길>의 노재완입니다. 한국 정부가 올해 8.15 광복절을 전후해 서울에서 신의주와 나진을 잇는 한반도 종단철도의 시범운행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북한과 협의하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먼저 발표한 것이라 현실화될지는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상상만 해도 신 나지 않습니까. 남쪽에서 기차를 타고 평양, 원산, 신의주 등을 간다.. 정말 꿈만 같은 일입니다. 오늘 <통일로 가는길>에서는 한반도 종단철도 시범운행에 대해서 알아봅니다.

기차를 타고 남쪽의 도라산역에서 군사분계선을 통과해 북쪽 봉동역까지 가는데 얼마의 시간이 걸릴까요? 쉬지 않고 달린다면 불과 5분도 채 걸리지 않습니다.

옥성석 개성공단기업협회 부회장: 남북 철도 연결식이 이뤄지고 열차가 운행됐는데요. 당시 하루에 1회 운행됐습니다. 제가 차를 몰고 가는데 우연히 열차와 나란히 간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는 정말 남북 간의 화해가 느껴졌죠.

끊어진 철길을 잇는 데는 분단의 세월만큼이나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남북 간 철도 연결은 지난 2007년 개성공업지구가 조성되면서 이뤄졌는데요. 하지만 2008년 이명박 정부 들어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1년여 만에 열차 운행이 중단됐습니다. 멈춰버린 경의선 철도는 문이 닫힌 채 7년 가까이 이어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쩌면 올해 8.15 광복절을 전후해 다시 열리게 될지도 모릅니다. 남한의 통일부가 지난 19일 대통령 신년 업무보고를 통해 남북 간의 철도를 연결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통일부가 밝힌 철도 시범운행은 서울에서 출발해 경의선 노선을 따라 평양을 거쳐 신의주에 도착하는 노선과 평산에서 고원, 길주를 지나 나진까지 가는 2개 노선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통일부는 북한이 시범 운행에 호응해 성사된다면 서울과 평양에서 남북 공동 문화행사를 열 방침이며, 시기는 올해 광복절 즈음에 추진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습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 한반도 종단 및 대륙철도 시범운행도 추진하고자 합니다. 북한이 우리와의 협력에 호응해 온다면 이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실현으로 이어질 수도 있겠습니다. 이 사업은 국토부, 외교부를 비롯한 유관기관과 함께 준비하겠습니다.

통일부는 시범운행인 만큼 문화예술계 인사들을 열차에 태워 이동한 뒤, 서울과 평양에서 대규모 공동행사를 여는 방안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이는 북한의 동의 없이는 실현될 수 없습니다. 이 때문인지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이 호응할 수 있는 대화 여건을 마련하라고 관련 부처에 지시했습니다. 한반도 통합철도망 연결사업은 개성공업지구, 금강산관광과 함께 3대 경제협력사업입니다. 남북 철로 연결의 1단계는 개성, 금강산 등 남북 접경지역 기반시설 건설입니다. 경의선, 동해선 철도와 도로는 이미 완공돼 있습니다. 합의만 되면 곧바로 왕래가 가능합니다. 경의선의 경우 개성공업지구 생산품 수송뿐 아니라 교역물자 수송, 남북 근로자 통근, 개성 관광열차 운행까지 확대할 수가 있습니다.

옥성석 개성공단기업협회 부회장: 개성공단이 현재 인력이 많이 부족한 상태인데요. 철도를 통해 통근 열차를 이용하면 인력 수급에도 도움이 될 것 같고요. 또 개성공단에서 만든 제품이 철도를 통해 중국으로 수출하게 된다면 이것이 진정한 남북협력사업이 아니겠습니까. 그런 점에서 남북 철도 운행이 기대됩니다.

그리고 2단계는 북한 철도의 개보수와 현대화입니다. 현재 북한의 철도노선 길이는 총 5천224km로 남한의 3천899km보다 더 깁니다. 하지만 철도가 대부분 일제 강점기 때 만들어져 너무 오래됐고, 곡선이 심해 속도를 내지 못합니다. 그래서 운행 평균속도도 시속 30~50km에 불과합니다.

생산성 있는 운행속도로 끌어올리기 위해선 철도시설 개량이 필수적입니다. 남한처럼 고속화 철도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시속 80km 정도는 나와야 한다는 게 철도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이를 위해선 북한 철도의 복선화도 필요한데, 문제는 돈입니다. 그러나 북한의 노동과 남한의 자본ㆍ기술이 결합하면 사업비가 4분의 1 정도밖에 들지 않는다고 합니다.

윤갑구 한국기술사회 통일준비위원장: 남측과 북측의 철도는 괘도의 폭이 같습니다. 그래서 비용은 생각보다 많이 들지 않습니다. 다만 전압 방식에서 차이가 있고, 또 북측의 전기 사정이 좋지 않아 운행하는 데 다소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하게 된다면 금방 개선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10월 박근혜 대통령은 주변국과의 경제협력과 북한의 개혁·개방을 위해 유라시아를 철도로 묶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제시했습니다. 한반도를 대륙으로 연결하는 철도는 통일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사업입니다. 한반도 종단철도가 완료되면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중국횡단철도(TCR)를 통해 유럽까지 연결됩니다. 주변 환경과 전망은 무척 밝습니다. 동북아는 전 세계 3대 교역권중 하나로 최근 물동량이 30% 이상 급증하였습니다. 역내 지역에서의 물동량은 매년 10%씩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한국도 교역 1조 달러 시대를 넘어섰고, 동북아 역내 국가간 교역도 40%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2016년이면 중국의 동북3성 고속철이 신의주와 나진 인근까지 운행됩니다. 그때쯤이면 한국의 호남고속철도도 개통되고, 동북아 일일생활권을 준비해야할 시점이 다가옵니다. 이 때문에 남한의 한국철도공사는 남북 철도 연결의 경제적 효과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나희승 한국철도연구원 대륙철도연구팀장: 실제로 중국이라든가 러시아 물동량을 겨냥한 것입니다. 이로 인해 북한 철도가 현대화되기도 하고요. 또 한 가지는 북한의 경제특구가 또 활성화되기도 합니다.

작년 3월 한국철도공사가 유라시아 대륙 국가의 철도협의체인 국제철도협력기구(OSJD)에 제휴회원으로 가입했습니다. 이로써 남북철도와 대륙철도의 연결에 필요한 아주 기본적인 준비는 끝냈습니다. 한국철도공사 최연혜 사장은 작년 4월 베이징에서 열차를 타고 평양에서 개최된 국제철도협력기구 사장단 회의에 참석한 데 이어, 올해 5월에는 서울에서 사장단 원탁회의와 물류분과회의가 개최됩니다. 이 회의에는 국체철도협력기구 정회원 국가인 북한의 철도상도 참석할 예정입니다. 때문에 중국, 북한, 러시아를 시베리아 횡단철도와 연계하여 굉장한 경제적 이익을 가져올 날도 얼마남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최연혜 사장은 러시아 철도공사가 요청한 나진-하산 개발계획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최연혜 한국철도공사 사장: 철도화물 분야는 코레일에 매년 4천억 적자를 안겨주는 취약분야입니다. 그러나 남북철도가 연결된다면 가장 각광받고 전략적 우위를 점하는 분야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화물철도 분야만 개방해도 ‘대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습니다. 나진-하산 철도연결은 북한 나진항과 러시아 하산을 철도로 잇는 것으로 한반도와 대륙을 연결하는 중요 사업입니다. 총 길이 54km로 전체 사업 중 비중은 작지만 북한과 러시아 뿐 아니라 한국 정부의 투자가 선행되어야 하는 민감한 사업입니다. 러시아 철도공사는 북한 나진항과 합작회사를 설립해 철도 기간시설 구축에 3억 6천만 달러를  투자했고, 이 중 1억 달러 정도의 투자를 한국 정부에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김영윤 남북물류포럼 회장: 동해쪽으로는 러시아와 바로 연결됩니다. 나진을 통해 러시아 하산으로 들어가게 되는 건데요. 우리쪽에서는 강원도 간성과 거진에서부터 시작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거기가 바로 동해선 남북출입사무소가 있는 곳이죠. 그런데 그렇게 해서 나진까지 올라간다고 해도 열차가 바로 러시아 쪽으로 넘어갈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괘도가 다르기 때문에..

부산에서 출발하여 동해선을 타고, 시베리아 횡단 철도를 이용하여 유럽여행을 하는 일이 지금은 꿈같은 얘기 일지 모릅니다. 그렇지만 옛날에 꿈 같았던 일이 지금 우리의 일상이 된 것처럼 부산에서 북한을 거쳐 유럽으로 향하는 여행이 가능하게 될 날도 곧 있으리라 봅니다. 거꾸로 유럽 사람들도 철도 여행만으로 서울과 부산에 올 수 있습니다. 그 길목에 평양이 있고, 세계로 뻗어갈 수 있는 한반도의 길이 있습니다. 대화와 소통을 통하여 남북한이 함께 꾸는 통일의 꿈! 상상만으로도 가슴 벅차고 활력이 넘치는 일입니다. 남쪽 혼자만의 생각이 아닌 북쪽의 적극적인 동참으로 대륙철도 연결 사업이 꼭 이뤄지길 기대해 봅니다. <통일로 가는길>, 오늘 순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노재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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