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안녕하세요. <통일로 가는길>의 노재완입니다. 지난 6일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이후 남북 간의 군사적 긴장은 점점 더 고조되고 있는데요. 개성공업지구 가동 중단으로 남한의 입주 기업들은 살길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습니다. 기업인들은 단합된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매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 모여 대책을 논의하고 있는데요. 오늘 <통일로 가는길>에서는 개성공업지구 가동 전면 중단에 따른 입주 기업들의 피해 상황과 문제점 등을 전해 드립니다.
개성공업지구의 불이 꺼진 지도 벌써 2주가 지났습니다. 상황은 지금도 변한 게 없습니다.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가 빚어낸 결과이기에 입주 기업들은 막막할 따름입니다. 기업인들은 공업지구 가동 중단으로 살길이 막혔습니다. 전 재산을 개성공업지구에 투자한 기업인도 꽤 많습니다. 한국 정부는 “일단 입주 기업들의 피해 현황을 조사한 뒤 결과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하고 경제적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석준 국무조정실장 : 개성공단 전면 중단조치로 인한 유동성의 애로를 겪은 입주 기업들에 긴급 유동성을 지원하기 위해서 남북협력기금에서 대출을 받은 입주기업들에 대해서는 기존대출 원리금 상환을 유예하고 남북경협보험에 가입한 기업에 대해서도 남북협력기금에서 보험금을 지급하는 절차를 즉시 착수하기로 하였습니다.
정부와 별개로 민간 기업들도 낙심한 개성공업지구 입주 기업들을 돕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일부 유통업체는 개성공업지구 제품들의 판로를 돕고 있습니다. 그중 롯데백화점은 매장이 가장 큰 서울 소공동 본점과 잠실점 등에서 의류 상품전을 열었습니다.
롯데백화점 점원 : 다들 싸다고 많이 사 가셨어요. 의외로 젊은층들도 많이 오셨는데요. 손자 손녀 선물 준다고 사 가시는 분들도 꽤 많았습니다.
마냥 기다릴 수 없는 기업인들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대회의실에 모여 비상대책위원회 총회를 열었습니다. 이들은 하나같이 날려버린 투자금액에 대한 대책을 요구했습니다. 정부의 철수 조치 강행으로 조업이 중단된 만큼 지원이 아닌 보상을 해줘야 한다는 겁니다. 비대위가 최근 123개 기업 중 12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고정자산과 미반입된 재고자산을 합한 총 피해액은 미화로 8억 달러에 달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추산된 피해액에서는 무형자산인 영업손실이나 거래처의 손해배상으로 인한 손실은 빠져 있어 향후 피해규모는 더 커질 전망입니다. 고정자산 피해의 경우 남북경협보험으로 대부분 보상받을 수 있지만 문제는 보험금 한도가 700만 달러로 한정돼 있다는 겁니다. 특히 경협보험은 원부자재와 완제품 등 유동자산에 대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습니다. 이러한 문제로 비대위는 이날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했습니다.
김서진 개성공단기업협회 상무 : 개성공단 전면 중단 14일이 지난 지금 아직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우리 개성공단 기업인은 악몽과 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없는 기업의 앞날을 걱정하면서 생존하게 해달라고 여러 번 하소연하였지만 정부의 대책은 우리의 요구와 너무나 거리가 있습니다. 거래업체들은 매일 같이 대금 지급 및 손해 배상을 요구해 오고 있으며 곧이어 법적인 소송 및 압류가 이어져 정상적인 기업경영이 불가능한 현실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개성공업지구는 남쪽의 자본과 기술, 북쪽의 토지와 인력이 결합돼 이뤄진 남북경제협력의 상징과도 같습니다. 2003년 6월 남북의 인사 3백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개성공업지구 착공식에서 남쪽 현대아산의 정몽헌 회장과 북쪽 중앙특구개발지도의 최현구 부총국장도 개성공업지구의 성공적 발전을 예상했습니다.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 : 꼭 이 사업을 성공시킬 것이며 그에 대한 모든 결실은 반드시 온 겨레와 함께 나눌 것입니다.
최현구 중앙특구개발지도 부총국장 : 하나의 민족, 하나의 강토를 지향하는 온 겨레의 통일 열기를 더욱 고조시켜 나갈 것입니다.
개성공업지구는 2004년 12월 생산된 제품의 첫 반출을 시작한 이후 11년 동안 운영됐습니다. 개성공업지구 1호 제품인 ‘통일 냄비’를 생산했던 기업인 김석철 씨는 “북한의 풍부한 노동력을 이용하면 값싼 노동력을 찾아 굳이 멀리 해외로 나갈 필요가 없다는 기대감 속에 개성공업지구에 진출했다”고 말합니다.
김석철 소노코쿠진웨어 대표 : 제 기억에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이죠. 그때는 개성에 가면 사업 경쟁력이 좋다고 해서 우리 통일부와 토지공사 등 관계기관에서 개성공단 분양을 대대적으로 홍보했었죠. 그때는 정말 개성공단에 가기만 하면 살길이 열리는 줄 알았어요. 당연히 그때는 이런 가동 중단 같은 위험 요소에 대해선 전혀 언급이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이 지경이 된거죠.
개성공업지구는 당초 1단계 100만 평에 이어 2단계 250만 평, 3단계 550만 평 등 총 2천만 평을 개발한다는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2, 3단계는 아예 시작도 못 했고 진행된 1단계 사업도 절반에 못 미쳤습니다. 개발 면적으로만 봤을 때 당초 목표했던 계획의 5%, 업체 수로는 6% 내외에 불과한데요. 비록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를 만들어냈지만 남북경협 활성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개성공업지구가 매력적이라고 말합니다.
임병수 남북경제인총연합회 사무총장 : 남북경협은 북한의 경제적 여건을 상승시켜 차후 통일을 대비한 비용의 절감을 도출해 내고 즉 통일 비용을 줄일 수 있고요. 개성공단의 예처럼 중소기업의 경쟁력 회복 및 회생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우리 경제에도 적지 않은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나아가 북한 주민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어 남과 북의 거리감으로부터 마음의 문을 여는..
경제적 관점에서만 보면 개성공업지구 운영으로 남한은 2005년부터 10년간 32억6천 만 달러의 내수 진작 효과를 봤습니다. 지난해 123개 입주 기업에서 창출한 연간 생산액은 5억 달러에 육박했으며 이는 남북교역액의 99%를 차지했을 정도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개성공업지구 철수는 남북교역의 완전한 중단을 의미합니다.
남북경협 전문가들은 지금의 사태 추이를 봤을 때 공업지구가 완전히 폐쇄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북한은 개성공업지구에 있는 남한 자산을 모두 몰수하고 동결했습니다. 나중에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지금의 상황에선 조업 재개가 어려워 보입니다. 개성공업지구 재가동의 조건으로 남한 정부가 북한의 핵 포기를 요구했기 때문입니다.
박근혜 대통령 : 이제 기존의 방식과 선의로는 북한 정권의 핵개발 의지를 결코 꺾을 수 없고 북한의 핵 능력만 고도화시켜서 결국 한반도에 파국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 명백해졌습니다. 이제 더 이상 북한의 기만과 위협에 끌려다닐 수는 없으며 과거처럼 북한의 도발에 굴복하여 퍼주기식 지원을 하는 일도 더 이상 해서는 안 될 일이라 생각합니다.
남한 정부는 2010년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포격, 그리고 2013년 북한의 3차 핵실험이 있었을 때도 개성공업지구를 유지했습니다. 약자인 입주 기업들과 북한 노동자들 때문에 공장 가동을 멈출 수 없었다는 겁니다. 그러나 북한의 계속되는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앞에 남한 정부의 이러한 노력도 물거품이 되고 말았습니다.
북한 정권 입장에서 보면 개성공업지구는 마르지 않는 샘물입니다. 북한은 10년간 이곳에서 3억8천만 달러의 외화를 벌어들였습니다. 개성공업지구에서 근무한 북한 주민들만 5만여 명이 넘습니다. 이번 개성공업지구 가동 중단으로 이들도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게 됐습니다. 그렇다면 이들은 누구를 원망해야 할까요?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을 쏜 북한 당국일까요? 아니면 공업지구 철수를 제재 수단으로 삼은 한국 정부일까요? <통일로 가는길> 오늘 순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노재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