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 친선특급’ 대장정

서울-노재완 nohjw@rfa.org
2015.07.15
euasia_train_b 15일(현지시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역에서 열린 유라시아 친선특급 열차 출정식에서 원정대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MC: 안녕하세요. <통일로 가는길>의 노재완입니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한반도 ‘통일의 꿈’을 안고 서울을 출발해 중국과 몽골, 러시아를 거쳐 유럽의 베를린까지 횡단하는 ‘유라시아 친선특급’ 행사가 7월 14일 발대식을 시작으로 20일간의 대장정에 돌입했습니다. 비록 남북 간의 철도가 군사분계선에 막혀 베이징과 블라디보스톡에서 출발해야 했지만, 통일의 그 날을 생각하며 힘차게 달렸다고 합니다. 이번 주 <통일로 가는길>에서는 ‘유라시아 친선특급’의 대장정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7월 14일 오전 11시 서울역 탑승장. 전광판에 새로운 열차 노선이 생겼습니다. 승차권에는 정차역으로 베이징, 모스크바, 베를린이 적혀 있습니다. 바로 ‘유라시아 친선특급’ 열차 노선입니다. 유라시아 친선특급은 한반도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거쳐 독일 베를린으로 이어지는 1만4천400km의 열차 대장정을 말합니다.

최연혜 코레일 사장: 광복 70년을 맞아서 그 의미를 국민과 함께 공감하기 위해 만든 행사인데요. ‘하나의 꿈, 하나의 유라시아’라는 구호 아래 진행되는 이번 행사는 교통과 물류를 통합해서 하나의 대륙, 평화의 대륙, 창조의 대륙을 만들어 나가자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시범사업이기도 합니다. 이번 행사를 통해 대륙으로 뻗어 나가는 한국 철도와 대한민국의 미래상을 국민과 함께 공감함으로써 국민 통합과 남북 간의 평화통일을 앞당기는 계기가 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날 서울역에서 진행된 친선특급 발대식은 국악단 ‘소리개’의 사전공연을 시작으로 주요 인사들의 격려사와 축사, 축하 행사 등으로 진행됐습니다. 비록 남북 간의 철도가 군사분계선에 가로막혀 베이징과 블라디보스톡에서 출발해야 했지만, ‘유라시아 친선특급’에 참가한 원정대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습니다.

발대식에는 조태용 외교부 제1차관, 최연혜 한국철도공사 사장, 정종욱 광복 70주년 추진위원장 등 고위 인사들이 참석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친선특급이 방문하게 되는 러시아와 중국, 몽골, 폴란드, 독일 등 주한 외교 사절들도 참석해 깊은 관심을 나타냈습니다.

주요 인사들의 축사에 이어 한국 119 소년소녀 합창단원 30명은 친선특급 주제가 ‘달려라 유리시아’를 전체 참가단원과 함께 열창해 박수를 받았는데요. 박근혜 대통령도 이날 발대식에 영상편지를 보내 참가자들을 격려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남북 간에 끊어진 철길을 다시 이어서 평화와 통일의 꿈을 이루고 지구촌의 평화와 공동발전에 기여하는 국가로 나아가야 합니다.

유라시아 친선특급은 ‘하나의 꿈, 하나의 유라시아’라는 기치 아래 외교부와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공동 주최로 7월 14일부터 8월 2일까지 총 19박 20일 동안 실시되는데요. 총 이동 거리 1만4천400km는 지구 둘레의 약 3분의 1에 해당합니다. 서울-부산 거리의 33배나 됩니다.

나희승 한국철도기술연구원 박사: 북한 경의선만 고속철로 개통을 하면 동북지역과 한반도는 고속철로 연결되고, 한반도와 동북아의 일일생활권도 가능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유라시아 친선특급’은 소통과 협력의 열차, 미래와 창조의 열차, 평화와 화합의 열차라는 3가지 주제를 갖고 있는데요. 발대식에선 한반도 평화통일과 새로운 유라시아 시대를 열어가고자 하는 한국인들의 소망과 열정을 담은 ‘꿈의 철도 점등식’도 열렸습니다. 서울에서 베를린까지 광활한 유라시아 대륙과 함께 소통하고 협력하면서 평화와 번영을 이루고자 하는 참가자들의 바람을 형상화한 것입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 유라시아 나라와 연계성을 강화하면서 경제적인 상호 의존을 도모하고, 궁극적으로는 지역 긴장을 완화해 한반도의 경우 통일을 지향하는 효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같은 시간, 유라시아 횡단철도의 동쪽 출발점이 될 부산역과 목포역에서도 발대식이 열렸는데요. ‘유라시아 친선특급’ 원정대는 발대식을 끝내자마자 곧바로 인천공항으로 향했습니다.

원정대는 남선인 베이징과 북선인 블라디보스톡으로 나눠 출발했습니다.

박철민 외교부 유럽국장: 200여 명이 참가하는 본선은 특별 전세 열차로 운행됩니다. 7월 15일부터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톡, 이르쿠츠크, 예카테린부르크, 모스크바, 그리고 폴란드의 바르샤바를 거쳐 독일 베를린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50여 명의 인사가 참가하는 지선의 경우 일반 정규 열차로 운행되며, 7월 15일 중국 북경을 출발하여 몽골, 울란바토르를 거쳐 러시아 이르쿠츠크에서 본선과 합류할 예정입니다.

이르쿠츠크에서 합류하는 이들 원정대는 현지 시민은 물론 재외동포들과 함께 유라시아 화합을 위한 대축제를 가진 후 베를린까지 남은 여정을 함께 할 예정인데요. 이번 행사가 한국과 방문국 간의 인적교류와 우의를 돈독히 하는 데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입니다.

박철민 외교부 유럽국장: 러시아, 폴란드, 독일, 중국, 몽골, 5개국의 10여 개 도시에서 물류네트워크, 경제협력, 차세대교류, 학술 등 다채로운 행사를 함으로써 우리나라와 유라시아 대륙 간 문화를 정진시키는 데에도 기여할 것입니다. 주요 거점 도시별로 유라시아대축제, 지역 설명회, 독립유적지 탐방, 한국영화제, K팝 공연, 관광홍보 사진전 등도 개최할 예정입니다.

친선특급 원정대는 대학생부터 파독 간호사에 이르기까지 국내외 각계각층의 다양한 인사들로 구성됐는데요. 이 중에는 이준 열사와 안중근 의사 등 독립운동가의 후손들도 있습니다.

조근송 (이준열사 후손): 분단된 걸 빨리 하나로 만들어서 우리 자손들이 마음대로 다닐 수 있도록..

안현민(안중근 의사 후손): (할아버지께서) 독립운동을 하셨던 곳이 블라디보스토크라고 들었습니다. 그곳에서 통일의 염원을 되새겨보겠습니다.

또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영웅 손기정 선수의 외손자 이준승 씨도 함께했습니다.

이준승: 일본이 전 세계 귀빈을 대상으로 축하 파티를 할 때 손기정, 남승룡 선수는 안봉근 선생님 댁에서 조선인들 만의 축승회를 했습니다. 79년 전 나라를 잃었던 손기정은 거기서 태극기를 보면서 감격을 했고요. 저는 이번 여정에서 그 부분을 짚어보고 싶습니다.

또한 10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뚫고 선정된 일반 국민 76명도 각자의 재능을 기부하는 방식으로 6개국 10여 개 도시에서 개최되는 친선특급 주요 행사에 직접 참여해 한국 국민의 역량과 열정을 선보일 계획입니다.

일반 참가자: 제가 러시아어를 배우고 있는데요. 이번 여정을 통해 견문도 쌓고, 미력하나마 도움을 주려고 참가하게 됐습니다. 저는 이번 여행에서 문화공연에 관심이 많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대학생이다 보니까 현지 대학생들과의 교류에 가장 기대가 됩니다.

중간 기착지에서 하루 이틀 머무는 날도 있지만 8일 정도는 기차에서 숙식을 해결해야 해 쉽지 않은 여정이 될 전망인데요. 특히 러시아 동부인 하바롭스크에서 이르쿠츠크로 가는 길은 이번 원정대의 최대 고비입니다. 3천여 km를 이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무려 62시간, 2박 3일 동안 열차 안에서만 생활해야 합니다.

친선특급의 마지막 종착지인 베를린에서는 한반도 분단 70주년과 독일 통일 25주년을 맞아 한-독 대학생 통일 대토론회, 평화통일 기원행진 등이 열리는데요. 독일 통일의 상징인 브란덴부르크문 광장에서는 야외 특별공연도 준비돼 있다고 합니다.

최연혜 코레일 사장: 종착역인 베를린에서는 우리보다 먼저 통일의 꿈을 이룬 독일의 경험을 되새기면서 통일을 염원하는 마음에서 공연도 하고, 소원도 빌고, 학술세미나도 하려고 합니다.

‘친선 특급노선’은 아시아 유럽을 잇는 물류 동맥인 시베리아 횡단철도, 중국 횡단철도, 몽골 횡단철도와 모두 연결이 가능합니다. 장래에 한반도 종단철도가 연결될 경우 부산과 목포에서부터 베를린까지 열차노선이 중단없이 이어질 수 있습니다. 참가자들은 러시아나 중국에서 출발하는 대신 부산발 열차에 몸을 싣고 곧바로 북한과 중국, 러시아를 거쳐 유럽까지 갈 수 있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통일로 가는길>, 오늘 순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노재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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