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북한 식량 수급엔 문제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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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여러분 안녕하세요. <통일로 가는길>의 노재완입니다. 9월 초 북한 함경북도 일대에서 최악의 큰물 피해가 발생하면서 북한의 식량난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곡창지대인 황해도와 평안도 지역의 농사가 잘돼 우려할 정도는 아니란 관측도 있습니다. 오늘 <통일로 가는길>에서는 북한 농업전문가죠. 권태진 북한동북아연구원장과 전화로 연결해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기자: 원장님, 안녕하세요?

권태진: 네, 안녕하세요.

기자: 지난달 함경북도 지역의 큰물 피해로 수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고 하는데요. 아무래도 농촌 지역의 피해가 크다고 볼 때 북한의 식량 수급에는 문제가 없겠습니까?

권태진: 네 지난 8월 말부터 9월 초까지 함경북도와 일부 양강도에서 홍수가 났는데요. 이번 홍수의 특징은 인명 피해라든가 가옥 침수 등 재산 피해가 컸습니다. 이에 비해 농업 부문에서는 생각보다 피해가 크지 않았습니다. 물론 발표 자료에 의하면 농경지 피해 면적이 2만 7천 헥타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 면적은 북한 전체 농경지 면적의 2% 정도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면적 전체가 피해를 본 것은 아니거든요. 일부는 농경지가 매몰되거나 유실됐습니다만 대부분은 침수에 그친 경우가 많아 피해가 부분적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기자: 이번에 곡창지대인 황해도와 평안도 지역은 농사가 잘됐다고 들었습니다. 그렇게 되면 곡물 생산량도 증가할 것 같은데요. 올해 곡물 생산량 증가의 원인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요?

권태진: 사실 북한은 지난 3년간 봄 가뭄으로 곡물 생산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특히 작년 가을 작황은 썩 좋지 못했습니다. 지금까지 나온 정보를 종합해 보면 금년 작황은 작년보다 나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사실 올해 기상 상황이 좋았습니다. 물론 부분적으로 수해 피해가 있었지만 대체로 생육 초기와 중기에 날씨가 무난했고요. 적절한 강우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는 올해 초 7차 당대회 등 정치 행사를 준비하면서 비료라든가 농자재 등을 제때 공급한 것이 좋은 결실을 본 것 같습니다.

기자: 북한 장마당의 물가 변화를 알 수 있는 지표가 쌀 가격인데요. 최근까지도 비교적 쌀 가격이 안정세를 보였다고 들었습니다.

권태진: 네, 지금 북한의 쌀 가격은 상당히 안정적입니다. 조금 전에 함경북도 지역의 수해 피해를 얘기했습니다만 이 지역은 일시적으로 쌀 가격이 폭등하긴 했지만 1~2주 이내에 금방 안정세로 돌아섰습니다. 지난 6월까지는 쌀 1kg당 가격이 5천~5천100원 사이에 머물렀다가 7월 들면서 약간 상승세가 있었는데요. 현재는 지역에 따라 약간 차이는 있지만 5천300~5천500원 선에서 유지되고 있습니다.

기자: 북한의 경우 단위 면적당 곡물 수확량이 어느 정도 됩니까? 청취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남한과 비교해서 말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권태진: 북한의 대표적인 곡물이라고 한다면 쌀과 옥수수인데요. 옥수수의 경우 남한에서는 많이 재배하지 않으니까 비교하기가 어려울 것 같고요. 쌀은 도정 후 헥타 당 3.5톤 정도 되고요. 반면 한국은 5톤이 넘습니다. 이 정도 같으면 북한의 단위 면적당 곡물 수확량은 한국의 65% 수준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기자: 북한은 국영농장과 협동농장 외에도 개인이 경작하는 뙈기밭 등에서 수확하는 식량도 꽤 되지 않습니까. 그 규모는 어느 정도로 추산하고 있습니까?

권태진: 지금 FAO(유엔 식량농업기구)에서는 경사지와 텃밭 면적을 합쳐서 57만5천 헥타로 보는데요. 구체적으로 경사지 55만 헥타, 텃밭 2만5천 헥타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이 면적은 전체 면적의 30%를 차지하는 건데요. 5~6년 전만 해도 경사지 면적을 이렇게 높게 보지 않았습니다. 2010년까지만 해도 32만5천 헥타로 봤었습니다. 그 당시에도 추정이었기 때문에 이후에 정밀 조사를 해보니까 그 당시에 추정했던 것보다 훨씬 넓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사실 57만5천 헥타라고 말하지만 곡물량은 30만 톤이 안 됩니다. 면적으로는 30% 정도 되지만 실제 생산량으로 보면 5% 정도 밖에 되지 않는 겁니다.

기자: 북한의 경우를 보면 군인과 학생 등 농촌 지원 노력으로 농사를 많이 짓는데요. 북한에서는 농장원 자체 힘으로 농사를 지을 수는 없는 건가요?

권태진: 과거 1970년 중반까지만 해도 북한의 농업 기계화가 잘 돼 있었습니다. 수준도 꽤 높았고요. 그 당시만 해도 외부 인력의 지원이 많지 않더라도 농장원의 힘만으로도 농사를 지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그때도 노력 지원은 있었습니다만 지금의 상황과는 다릅니다. 지금 같은 경우 농촌에 기계 보급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고 그나마 보유하고 있는 농기계도 제대로 가동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일단 부품 공급이 원활하지 않는 데다가 연료 사정마저 좋지 않아서 현재 보유하고 있는 농기계의 절반 정도만 가동되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래서 모내기 철이라든가 추수 때 북한 농촌에 가보면 농기계를 찾기가 어렵습니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여전히 소를 의존하고 농촌 지원 노력에 기대될 수밖에 없습니다.

기자: 북한 농장원 1인당 얼마만 한 땅을 경작하고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권태진: 지금 북한에서 농장원에 대한 수치가 몇 년째 발표되지 않고 있습니다. 일단 북한 주민의 30%가 농장원으로 본다면 농장원은 약 800만 명 정도가 되겠죠. 전체 재배 면적을 농장원 수로 나누면 농장원 1인당 경작지가 나오는데 계산해 보면 0.2헥타 정도가 나옵니다.

기자: 끝으로 해마다 반복되는 북한의 자연재해,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이 말씀 들으면서 오늘 회견 마치겠습니다.

권태진: 자연재해를 줄이기 위해선 어느 나라든 기본적으로 조림사업 등 국토관리를 잘해야 합니다. 조림은 조림사업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식량문제와 땔감, 연료 문제 등과 연관돼 있어 이를 동시에 해결하지 않으면 조림사업을 해도 효과가 없습니다. 수해와 관련해서는 용배수가 잘 돼야 한다는 점을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또 수해가 와도 복구하지 않고 그냥 방치하면 하천의 바닥이 높아져 조금만 비가 와도 범람하게 됩니다. 또한 중요한 것은 정확한 기상 예보 시스템이 갖추어져야 하는데 이런 것들이 종합적으로 이뤄져야 북한이 수해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기자: <통일로 가는길>, 오늘은 GS&J연구소 북한동북아연구원 권태진 원장을 만나봤습니다. 원장님,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권태진: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