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평양의 풍수지리

워싱턴-이현기 leeh@rfa.org
2017.10.13
kumsoo_palace-620.jpg 지난 8월 평양 금수산태양궁전광장에서 청년전위들의 결의대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통일문화산책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우리 조상들이 남겨준 전통문화가 광복 이후 남과 북으로 나뉘어져 지금도 생성돼 오는 서울문화 평양문화의 단면들을 살펴봅니다.

지난 추석 명절 때 한국에서는 200여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해외로 여행을 떠났다고 하지요? 외국인들은 요즘 한국에 들어가는 것을 꺼린다고도 하는데 어떻습니까?

임채욱 선생: 글쎄요. 국제정세나 군사문제로 볼 때 지금 한반도는 불안하게 보이겠지요. 사람들 중에는 서울과 평양 어느 쪽이 지도상에서 사라지느냐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지요. 국제정세나 군사력을 둘러싼 판단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풍수지리상 어디가 더 좋을까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도 있겠지요. 하기야 지금 북한 핵실험 때문에 백두산이 폭발돼서 평양이나 서울이 다 없어질 수 있다고 하는 판입니다.

통일문화산책 오늘도 북한문화평론가 임채욱 선생과 함께 서울과 평양의 풍수지리에 대해 알아봅니다.

임채욱 선생: 풍수지리라고 하지만 그것도 그 범위가 매우 넓습니다. 자기가 사는 집이나 조상의 묘 자리가 어떻다느니 하는 것도 있고 마을의 모양이 어떻다는 것도 있고 나아가서는 한 나라의 도읍지가 어떻다느니 하는 것도 있는데 서울과 평양을 풍수적으로 본다면 이것은 도읍풍수설에 해당되는 거지요.

도읍풍수설에 대해서 설명 좀 해주시지요.

임채욱 선생: 풍수에는 집터가 어떻다, 무덤이 어떻다, 마을 터가 어떻다, 도읍 터가 어떻다, 또 나라 터가 어떻다 하는 것들이 다 들어갑니다. 이 가운데 나라의 도읍터에 대한 풍수지리적 해석이 도읍풍수라고 보면 되지요. 도읍풍수는 국도풍수(國都風水)라고도 하는데 한 나라의 국도, 즉 수도가 풍수지리적으로 어떠어떠하다 하는 것이지요. 서울과 평양 풍수지리를 보는 것은 바로 도읍풍수 또는 국도풍수를 보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이른바 나라의 수도인 도읍터 풍수가 어떻다는 것을 보는 것입니다. 조선왕조가 한양에 도읍을 정할 때 풍수설을 적용한 것이 바로 도읍풍수라고 보면 되지요.

풍수설이란 것이 미신이라고도 하는데 조선조에서 도읍을 정하면서 풍수설에 따라 정했다지요? 도대체 풍수설은 어떤 것입니까?

임채욱 선생: 풍수설을 미신으로 보면 미신이고 이론적 관점에서 하나의 학문이라고 보면 학문인데 한국에서는 학문적 접근을 하는 사람들도 많지요. 지리학에서 자연지리학 분야의 지형, 기후, 풍토, 산천에 대한 연구 분야와도 상통하는 것 같지만 풍수설은 사람의 운명이 이런 지형, 기후, 풍토, 산천에 영향을 받는다고 보는 것이 다르다고나 할까요? 현대지리학이나 풍수설이 땅에 대한 이치를 찾는 것은 마찬가지인데 풍수설은 산 사람이나 죽은 사람이 땅의 영향을 받아 운명이 결정된다고 하지요. 그래서 비과학적이라고 하는데 풍수설을 믿은 사람들은 과학적 설명이 안 된다고 해서 풍수적 사실자체가 없어지진 않는다고 보지요. 그래서 풍수설을 풍수론, 풍수사상이라고까지 말하죠.

북한에서는 풍수설을 어떻게 봅니까?

임채욱 선생: 공식적으로야 당연히 배격하지요. 이렇게 지적하죠. 풍수설은 봉건시기에도 각성된 사람들이 무시했던 유치, 허황한 미신잡설이라고 말하지요.

그럼 북한에는 풍수적인 사고를 해선 안 되는 건 물론 어떤 행위도 탄압받겠지요?

임채욱 선생: 그렇지요. 하지만 평양에 대한 풍수적인 해석에는 관심을 갖는 사례가 있어요. 한 해외동포 입을 통해 평양 풍수론을 언급한 기사가 북한 잡지에 실렸는데 이건 평양이 서울보다 더 좋은 도시라는 것을 내세우려는 의도 때문으로 보입니다.

그 기사를 소개해 보시죠

임채욱 선생: 평양 금수산을 자랑하려는 의도라고 보겠는데요, 먼저 금수산 이야기부터 해야겠네요. 금수산이라면 짐작하겠지만 선대통치자 두 사람이 안치된 주석궁이 있는 곳이지요. 금수산은 대동강 오른쪽에 있는 산으로 평양 중구역과 모란봉구역, 대성구역에 걸쳐있습니다. 높이는 가장 높은 봉우리가 최승대로 95m정도이고 주봉은 모란봉입니다. 비단실로 수놓은 것처럼 아름답다고 금수산인데 평양의 진산이라고 봅니다. 자 기사에 실린 이야기를 해봅시다. 평양에서 태어난 한 사람이 전란 때문에 이리저리 떠밀려 북아메리카, 아마도 미국을 말하는 듯한데, 여하튼 북아메리카라에 있다가 늙어서 평양에 옵니다. 이 늙은이는 풍수지리를 학문적으로 연구해온 사람으로 온 세계를 다니면서 풍수와 문명발생을 연구했고 드디어 한반도를 찾아왔다는 것입니다. 먼저 서울에 와서 삼각산에 올라 사흘 동안 서울시내를 내려다봤는데 고층건물이 빼곡히 들어서고 현란한 불빛이 명멸하지만 그에게 서울은 한갓 폐허로밖에 보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서울의 지맥은 쇠하고 이지러져서 내일은 없다고 보고 평양 금수산을 보러왔다는 것입니다. 그는 대성산 장수봉에서 금수산을 보고는 금수산이 풍수상 1등진혈인 금거북 형국이란 것을 알았고 이곳이 바로 ‘민족의 진혈’이란 것을 확인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단군이 도읍을 정하고 고구려가 이곳으로 천도해 온 것도 우연이 아니라고 했다는군요.

평양을 자랑하려고 금수산의 풍수지리적 해석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것이군요.

임채욱 선생: 아니지요. 풍수적으로 어떠하니 그게 맞다는 식으로 말하지는 못하지요. 그래서 그 학자로 하여금 형국이 금거북이더라도 그게 빛을 내는 것은 대동강에 서해갑문을 만들어 대동강 흐름을 막았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는 그의 입을 통해 결국 자기는 지맥이나 산수가 뛰어난 인물을 낳는다고 봐왔는데, 금수산에서 보니 위인이 풍수지맥을 사람에게 이롭게 바꾼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하게 합니다. 풍수설로는 그런지 몰라도 결국 김일성 부자가 풍수를 좌우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럼 풍수설에서는 서울과 평양을 어떻게 봐오고 있는가요?

임채욱 선생: 국도풍수를 말하는 한 학자는 말하길 중국 북경도 풍수설에 따라 터를 잡았고 수도로 정해졌다고 합니다. 중국사람은 북경이 하늘의 천제가 사는 자미원(紫微垣)과 같은 곳이라고 말하지만 서울의 풍수가 북경보다 나은 길지로 서울이 바로 자미원이라고 주장합니다. 평양에 대해서는 일찍부터 한 나라의 도읍지로는 땅심이 모자란다고 보는 풍수적 판단이 많다고 합니다. 평양은 임시수도나 부수도급이라는 주장도 있고 오행설로 보면 금기운이 강해서 김씨가 지배한다는 설도 있다고 합니다. 이런 풍수상 이치를 알아서인지 북한에선 유난히도 서울보다 나은 평양을 내세우고 평양대세설까지 주장하고 있습니다.

평양대세설은 무엇입니까?

임채욱 선생: 북한이 평양을 한반도에서 가장 으뜸가는 ‘민족의 성지’라고 내세우는 근거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 평양부근에서 사람이 생겨나서 살았고 만달사람, 용곡사람 등 구석기 시대에도 평양 인근에는 구석기 문화가 생겨났고 신석기 문화도 태어났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평양은 단군이 태어나서 나라를 세운 곳이어서 우리민족의 첫걸음이 시작된 곳이고 세 번째는 평양을 중심으로 해서 우리민족이 형성됐고 조선족 여러 갈래 사람들이 하나로 단일성이 이뤄졌다고 합니다. 이런 주장은 평양 강동에서 단군릉을 찾아내서 크게 수축하고부터 나오기 시작합니다. 이러 주장의 연장선에서 오르는 평양, 내리는 서울이라고도 말합니다. 결국 이는 무엇을 말합니까. 서울에 대한 열등심리를 나타내는 것일 뿐일 것입니다.

집터나 마을 터, 도읍터 풍수를 말하면서 나라 터가 있다고도 했는데 그건 뭔가요?

임채욱 선생: 네. 한 나라의 위치나 지형을 두고 말하는 풍수로 국역풍수(國域風水)라고 합니다. 가령 우리 한반도는 곤륜산으로부터 온 맥이 백두산에 이르고 이 맥이 백두대간을 통해 지리산까지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어떤 풍수가는 곤륜산으로부터 이어온 맥이 백두산에 이른 다음 평양을 거쳐 개경에 이르고 다시 한양으로 옮겨왔다고 합니다.

끝으로 풍수설이 현대에도 유효한 면이 있다고 봅니까?

임채욱 선생: 그건 답하기 어렵군요. 하지만 최근 보도에 따르면 미얀마 통치자는 한 여성 점술가 말을 듣고 수도를 양곤에서 네피도란 곳으로 옮겼다고 합니다. 이 점술가, 아마도 풍수가이기도 한 이 사람이 사망하면서 수도를 옮긴 비밀이야기도 알려진 모양인데 한나라 수도를 옮길 정도로 풍수설도 위력이 있는 나라도 있군요. 그건 그렇고 풍수설이 지형과 지세가 인간에게 영향을 준다는 것이야 받아들이지만 길흉화복이나 운명에 영향을 준다면 이건 미신이 아닐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과학이 아닌 풍수설에 기대서라도 백두산 화산폭발 같은 것을 미리 알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기도 하지요.

통일문화산책 함께 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기획과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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