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의 연호

워싱턴-이현기 leeh@rfa.org
2018-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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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연호와 서기를 함께 사용한 북한 2018년 달력.
주체연호와 서기를 함께 사용한 북한 2018년 달력.
사진-연합뉴스 제공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통일문화산책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우리 조상들이 남겨준 전통문화가 광복 이후 남과 북으로 나뉘어져 지금도 생성돼 오는 서울문화 평양문화의 단면들을 살펴봅니다.

TEASER: 북한은 1997년 7월 8일 그 해 9월 9일부터 주체연호를 쓴다고 공포하면서 김일성이 태어난 1912년을 주체1년으로 잡는다고 했습니다

2018년입니다. 단기로는 4351년이지요? 한 해를 시작하면서 서기와 단기, 그리고 북한에서 쓰는 주체연호에 대해 북한문화평론가 임채욱 선생과 함께 살펴 보겠습니다.

임채욱 선생: 네, 2018년 올해는 단기 4351년이기도 하죠. 주체연호는 낯설겠지만 북한에서 쓴다니까 어떤 것인지는 알아봐야겠지요.

먼저 연호는 무엇인지 말씀해 주시지요.

임채욱 선생: 연호는 한 나라나 한 왕조의 연도를 셀 때 쓰는 이름이나 칭호인데, 쉽게 말해서 햇수를 세기 위해 한 시기를 나타내는 이름이라고 보면 되지요. 대체로 동양의 군주국가에서 쓰던 것이지만 지금은 서기나 단기도 연호로 보고 있지요. 햇수를 나타내기 위해 붙이는 이름이란 뜻으로 보면 서기나 단기도 연호라고 할 수 있지요. 군주국가에서는 한 임금이 임금 자리에 오르면 그 해부터 시작되는 이름을 짓는데 이걸 칭호라고 하지요. 정해진 칭호는 다음 임금이 시작되면 다른 것으로 고치게 되지요. 그러면 연호가 바뀌게 되는 거죠.

동양의 군주국가의 연호, 연호의 유래는 어떻게 됩니까?

임채욱 선생: 가장 첫 기록은 중국 한(漢)나라 때 무제가 사용한 것인데 서기로 치면 서기전 142년이군요. 그 뒤부터 연호가 사용되는데, 한 임금이 2개 연호를 가진 경우도 있고 더 이상도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명나라 때부터 한 임금에 한 연호를 쓰게 됩니다. 우리나라는 고구려 광개토대왕이 처음으로 연호를 씁니다. 그 전까지는 중국 연호를 사용했지만 광개토대왕은 “천하의 중심이 우리 고구려인데 어찌 남의 나라 연호를 쓸 것인가”하면서 영락(永樂)이란 연호를 지었지요. 길영자 즐길 락, 영락은 백성들과 오래도록 즐거움을 누리겠다는 뜻이 담겨있지요. 이것이 서기로 391년입니다.

그럼 우리나라 연호 사용에 대해서도 설명해 주시지요.

임채욱 선생: 고구려뿐 아니라 신라에서도 법흥왕 때 연호를 지어 사용하는데 그게 서기 536년입니다. 백제도 태화(泰和)라는 연호를 사용한 일도 있고 고려를 세운 왕건도 중국과 다른 연호를 쓰면서 시작했지요. 그러나 고려 4대왕인 광종 때부터 중국연호를 쓰게 됩니다. 그게 조선조까지 이어져서 중국 왕조 연호를 썼습니다. 그러다가 청나라가 일본에 전쟁에서 지는 1896년부터 독자적인 연호를 사용하게 됩니다. 그러나 얼마 안 있어 나라를 잃으니 광무나 융희라는 연호도 사라졌지요. 하지만 우리 역사에서 독자적인 연호는 고구려, 백제, 신라뿐 아니라 발해, 후고구려도 중국왕조와 다른 연호를 사용했습니다. 물론 사대주의적인 연호사용도 봅니다. 명나라가 망하고 청나라가 들어섰는데도 명나라 마지막 황제 연호를 계속 사용하는 사대부들도 있었습니다.

광복 후 연호사용은 어떻습니까?

임채욱 선생: 민족항일기 때는 일본 연호를 사용하다가 광복이 되자 서기와 단기를 함께 사용하게 됩니다. 그리고 대한민국이 건국되고 단군기원을 공용연호로 제정해서 1948년을 단기 4281년으로 정합니다. 이것은 단군관계 기록을 근거로 계산한 결과이지요. 그러다가 1961년 12월에 다시 서력기원을 공용연호로 법률로 정하게 됩니다. 하지만 서기와 함께 단기도 함께 쓰자는 주장도 계속 나옵니다. 북한도 서기와 단기를 혼용하다가 단기는 곧 사라집니다. 단군을 신화로 보는 사관의 영향이지요. 북한은 지금 서기와 함께 주체연호를 쓰는데 주체연호를 서기보다 먼저 씁니다.

주체연호에 대해서 설명 좀 부탁합니다.

임채욱 선생: 북한은 1997년 7월 8일 그 해 9월 9일부터 주체연호를 쓴다고 공포하면서 김일성이 태어난 1912년을 주체1년으로 잡는다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올해는 주체 107년인 것 같습니다.

어째서 주체연호를 사용하게 됩니까?

임채욱 선생: ‘주체의 태양’이 높이 솟아 오른 해인 1912년을 원년으로 하는 주체연호에는 김일성의 혁명생애와 불멸의 업적을 계승하는 조선인민의 염원이 반영돼 있다고 주장합니다. 한마디로 김일성 우상화 최 정점을 찍으려는 것이지요.

주체연호가 사용되는 양상은 어떻습니까?

임채욱 선생: 1997년 9월 이후 출판물이나 보도는 주체 몇 년을 반드시 밝히고 있지요. 주체 몇 년 다음에 괄호로 서력기원을 밝히고 있습니다. 문제는 1912년 이전의 역사사실이나 사건은 주체 전 몇 년 하듯이 하기는 어렵지요. 그래서 역사기록은 어쩔 수 없이 서기로 표기된 채로 두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최근 단군연호를 서기와 함께 쓰자는 주장도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통일문화라는 관점에서 단기와 주체연호가 함께 쓰는 일을 상상할 수 있겠습니까?

임채욱 선생: 네, 지난 10월 서울에서 열린 단군관계 학회에서는 서기와 단기를 함께 쓰는 것이 합리적이란 주장이 나왔어요. 단기는 1910년 우리나라가 일본에 강점된 이후 민족주의 성향의 학자들에 의해 사용되어 오다가 광복 후 남쪽에서는 당연한 것으로 사용되었고 또 대한민국 건국 후에는 법령으로 단기사용이 결정됐던 역사를 살리자는 것입니다. 단기를 사용하다고 해서 현재 사용 중인 서기를 쓰지 말자는 것도 아니고 병행하자는 것이니 한 번 검토해 볼만한 문제이지요. 단기는 아주 오래된 연호이지만 사용한 것은 근세에 들어와서인데, 이보다 더 최근인 주체연호는 무슨 왕조시대 한 임금의 연호처럼 김씨왕조가 끝나면 사라질 것이 아닐까요?

단기에 대해서는 근거를 두고 부정적인 견해도 있지 않습니까?

임채욱 선생: 단기는 단군기원인데 단군을 신화의 인물로 보느냐 역사상의 실제 인물로 보느냐 하는 문제가 있지만 현재 남북한 역사학계는 다 같이 역사상의 실제인물로 보는 견해가 우세한 편입니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1994년 단군이 5011년 전에 무덤에 묻힌 실제 했던 인물로 본다고 하니까 한국에서 단기를 보는 것과는 시간적으로 몇 백 년 차이가 나지요. 하지만 단기는 한 인물의 태어난 해를 기준으로 한 것이 아니고 나라를 세운 해를 기준으로 한다는 면에서는 의의가 크지요. 우리나라 최초의 국가인 고조선은 단군이 건국한 것으로 돼 있는데 그 건국이 중국의 당요가 즉위한지 50년이 되는 해라고 한 것을 계산한 것이지요. 이런 계산을 처음 한 사람은 고려 말 백문보라는 문신이고 그 뒤 우리나라 역사책을 보면 여러 사람들이 이런 주장을 해 오다가 본격적으로 내세운 것은 1909년에 창설된 대종교 사람들이지요.

단기사용 가능성은 전망이 어떻습니까?

임채욱 선생: 한국에서는 일반국민들 중에서도 단기사용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고 학자들도 주장하고 있어서 언젠가는 공론화돼서 논의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현재 서기 외에 자기나라 연호를 사용하는 나라들도 많지요. 일본은 천왕의 연호를 쓰고 중화민국(대만)은 중화민국력, 이스라엘은 유대력, 사우디아라비아는 헤지라력, 태국과 네팔은 불교력 등 자기나라의 고유한 연호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통일문화산책 함께 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기획과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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