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 대보름 달맞이 행사

워싱턴-이현기 leeh@rfa.org
2017.02.10
jan_fifteen_b 정월 대보름을 하루 앞둔 10일 서울 양재천에서 시민들이 쥐불놀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통일문화산책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우리 조상들이 남겨준 전통문화가 광복 이후 남과 북으로 나뉘어져 지금도 생성돼 오는 서울문화 평양문화의 단면들을 살펴봅니다.

TEASER: 대보름이 왜 설 못지않은 명절이냐 하면 음력을 쓰던 시대에는 대보름이 새 해 첫 보름달이기 때문이지요

우리 선조들은 대보름도 설명절의 연장으로 봤다고 합니다. 오늘은 대보름을 하루 앞두고 남북한에서 대보름을 어떻게 쇠는지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북한에서는 대보름날도 명절이라고 하루 쉰다지요? 통일문화산책 오늘도 북한문화평론가 임채욱 선생과 함께합니다.

임채욱 선생: 대보름은 북한뿐 아니라 우리나라 전통시대부터 설날 못지않은 명절이지요. 북한은 한국과 달리 이날 대보름을 쉬는 날로 정해서 주민들에게 즐거운 하루가 되게 하려 했지요. 2003년 음력설을 기본명절로 정하면서 대보름도 휴무일이 되게 했지요. 이때 청명과 단오까지 기본명절로 정해버렸어요. 명칭도 우리말로 단오는 수릿날, 추석은 한가위로 바꿔 부르기로 했고요. 그런데 한 2년 뒤 단오는 휴무일에서 제외됩니다. 그래서 지금 북한에서 민족 명절은 설날, 대보름, 청명, 추석이 4대 민족 명절로 되고 있습니다. 한국에선 대보름 달맞이 행사가 전국 곳곳에서 풍성하게 열립니다.

먼저 정월 대보름이 왜 설명절과 비중이 같은 명절인지를 말씀해 주시지요.

임채욱 선생: 대보름이 왜 설 못지않은 명절이냐 하면 음력을 쓰던 시대에는 대보름이 새 해 첫 보름달이기 때문이지요. 1년 열두 달 중 첫 보름달인 만큼 달이 나타내는 여성, 출산, 물, 식물과 연결돼서 풍요함을 상징하는 날이지요. 첫 보름달이 뜨는 시간은 대지의 여신에게 풍요를 비는 시간이기도 하고요.

그러니까 대보름은 달의 상징성으로 인해 명절이 된 것이군요.

임채욱 선생: 그렇지요. 해는 서쪽으로 넘어갔다가도 다음 날 아침에 또 떠오르지요. 원시인들이야 해가 지는 것도 두려웠겠지요. 하지만 밤이 지나자 해가 또 떠올랐을 때 내일도 떠오른단 믿음을 가지기 시작하지요. 한데 달은 떠오르다가 며칠 동안 안 보이기도 하지요. 달은 음력으로 초하루에는 보이지 않다가 초사흘이 되면 초승달로 떠오르고 보름이면 완전히 둥글게 되지요. 태양은 늘 같은 모양인데, 달은 커졌다가 작아졌다가 또 없어지기도 하니까 옛날 사람들은 달을 보면서 달 모양에 따라 동식물이나 사람 생활의 변화가 이뤄진다고 보게 되었지요. 대보름은 달이 가장 크게 차오르는 날이므로 활동이 왕성하게 되는 날로 상징성이 굉장히 크지요.

그럼 대보름에도 명절 풍속이 많이 있겠군요

임채욱 선생: 그럼요. 한 민속학자가 전통시대 세시풍속을 조사해봤더니 1년에 189건이었다고 합니다. 이 가운데 정월 한 달이 78건으로 전체의 절반 가까운데, 이 78건 중에서도 보름날 하루에 행해지던 것이 40건이더라고 합니다. 그러니 대보름 행사가 대단하게 행해졌는지를 알 수 있겠지요?

어떤, 어떤 풍속이 있었는지요?

임채욱 선생: 쥐불놀이, 달집태우기, 다리밟기, 지신밟기, 별신굿, 안택고사, 사자놀이, 관원놀이, 고싸움, 오광대탈놀음, 용알뜨기, 닭울음점치기, 제웅치기, 모깃불놓기, 볏가릿대세우기, 나무조롱달기 등등 아직 많지만 이정도 만 하지요. 보름 하루에 40건이라는데 반이나 말했는지요?  일일이 설명을 못해도 보름날 연날리기는 말 좀 해봐야겠어요. 보름날에는 그 동안 띄우던 연에 “액을 보낸다”는 뜻의 글자를 써서 띄우다가 해질 무렵이 되면 그 연줄을 끊어버리는 것이지요. 이 연을 액연이라고 하지요.

지금은 이런 것들 중 얼마나 살아있는지요? 남북한 통 털어서 말씀해주시지요.

임채욱 선생: 관습이나 풍속 같은 것은 시대에 따라 있다가도 없어지고 새로 생겨나기도 하는 것 아닙니까? 지금 말씀드린 이런 것 중 한국에서는 지금도 행해지는 것도 있고 없어진 것도 있지요. 북한에서는 점을 친다든가 복을 비는 것과 관련되는 풍속은 거의 없어졌어요. 미신을 용납하지 않으려는 정책때문이지요. 북한이야말로 세계 200개가 넘는 나라 중에서 종교와 미신이 없어진 유일한 나라라고 자기들 자랑을 하고 있잖습니까? 다만 보름날 행해지던 민속놀이 중에는 더러 살아있지요. 윷놀이, 연날리기, 제기차기, 남승도놀이 등 어린이들이 즐기던 놀이는 행해집니다. 보름 절식은 해 먹는 집도 있고 못해먹는 집도 있겠지요.

참 보름날 먹는 절식이 있지요? 그것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임채욱 선생: 분단이전에야 보름 절식이 남북한에서 다르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달라도 지방마다 다르듯이 조금씩 특색 있는 것이 달랐다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남쪽은 전통시대 절식대로 해먹으려고 하는데 북쪽은 새로 개발한 음식도 먹는다고 보겠습니다. 본래 보름날 먹는 절식은 오곡밥, 약밥, 묵은 나물, 부럼, 귀밝이술이 있었지요. 부럼은 밤 잣 호두 땅콩 등 견과류인데 아침에 이를 먹어야 일 년 동안 부스럼을 앓지 않는다고 하지요. 귀밝이술은 귀가 밝아지라고 마시는 술이지요.

다른 나라에서도 대보름을 명절로 봅니까?

임채욱 선생: 양력을 쇠는 일본도 대보름만은 소정월(小正月), 즉 작은설로 보면서 공휴일로 하고 있습니다. 북유럽 나라 중에는 정월 대보름날을 일 년 시작 날로 보는 데도 있습니다.

남북한 주민들은 달맞이 행사에서 무엇을 기원할 것 같습니까

임채욱 선생: 북한에서 오랫동안 잊혀왔던 대보름을 찾아 명절로 쇠는 것은 반가운 일입니다. 하지만 북한에서 달맞이 행사가 있더라도 달보고 기원하는 행위는 하지 못하게 하겠지요. 우리의 가장 큰 소원이 무엇입니까? 올해에는 대보름 달을 보며 소원을 빌 때 남쪽 사람들뿐 아니라 북한사람들도 통일을 가장 큰 소원으로 빌었으면 합니다.

통일문화산책 함께 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기획과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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