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과학기술 연구환경

워싱턴-이현기 leeh@rfa.org
2017-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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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켓 발사'를 관장하는 북한의 국가우주개발국 위성관제종합지휘소.
'로켓 발사'를 관장하는 북한의 국가우주개발국 위성관제종합지휘소.
사진-연합뉴스 제공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통일문화산책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우리 조상들이 남겨준 전통문화가 광복 이후 남과 북으로 나뉘어져 지금도 생성돼 오는 서울문화 평양문화의 단면들을 살펴봅니다.

TEASER: 탈북과학자가 증언한 것을 보면 국방무기를 연구 개발하는 제2과학원 외에는 연구실 경비를 충당하고 생활비에 보태려고 이런 저런 장사에도 손을 댄다는 것입니다.

북한은 원자탄과 수소탄을 만들고 대륙간 미사일(ICBM)을 개발한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경제력에 있어서 한국의 40분의 1에 불과한데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 까 하는 의문을 갖는 사람도 많은 것 같습니다.

임채욱 선생: 네. 그렇군요. 핵과 미사일 분야뿐 아니고 사이버 능력도 눈에 띌 정도로 대단한 수준인 것 같습니다. 3년 전인가요, 김정은을 대상으로 한 미국 영화를 두고 그것을 제작한 영화사에 사이버 공격도 했고 또 어떤 외국은행을 해킹해서 8100만달러를 가져가는 짓도 했다고 합니다. 실력이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과학기술 발전에는 경제력이 물론 중요하겠지만 역량을 특정분야에 집중시키는 정책도 중요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북한당국은 과학기술자들에 대해서 아주 잘해 준다고 합니다. 우대정책을 쓴다는 것이지요. 이런 연구환경 조성도 작용하겠지요.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입니까?

임채욱 선생: 여러 증언을 보면 통치자 김정은은 과학기술자들에게 특히 잘한다는데, 최고급 아파트가 들어선 미래과학자거리를 만들어 준다든가, 전용백화점에서 생활필수품을 공급받도록 조치해 준다든가, 시설 좋은 병원에서 치료받을 수 있게 해 준다는 것이지요. 미래과학자 거리를 완성한데 이어 여명거리를 또 건설해서 대학교원 등 과학자들을 입주시켰습니다. 과학기술자들이 사는 고급 아파트 동네는 평양에 있는 맨해튼이라고 서방언론들은 평해튼이라고 부르기도 하더군요. 또 그렇게 공포정치를 하는 통치자가 과학자들에게는 관대하다는 말도 있습니다. 하는 일에 실패해도 모질게 닦달하지 않는다는 군요.

그 참 믿기 어려울 일이네요. 한국에서는 통치자가 말하기 전에 언론을 통한 여론이 연구실패를 질타하겠지요?

임채욱 선생: 여론의 비난이 무섭지요. 한 예로 몇 년 전 우주 로케트 나로호 개발 때 첫 시험발사가 실패했다고 온갖 비난여론을 들었지요. 그래서 연구개발팀은 비난여론 때문에 연구인력도 줄고 예산도 깎일 것이라고 해서 로케트를 자체 개발하는 대신 비싸더라도 러시아제를 아예 사오는 방법을 썼다고 합니다.

그래도 연구의 자율성이란 면에서는 한국의 연구환경이 월등하겠지요.

임채욱 선생: 연구기관 성격에 따라 다르겠지요. 대학에 있는 교수가 개인적 과제를 수행하는 것과 연구기관에서 공식적으로 과제를 정하고 그 목표에 따라 연구를 수행하는 것은 다르지요. 앞에서 북한 과학자들에게 관용이 베풀어진다고 했는데 실제 미사일 개발에 실패해도 문책을 하는 일은 없었다는군요. 믿기 어렵습니다만 사실인 것 같습니다.

마치 왕조시대 왕이 덕치를 베푸는 것 같군요.

임채욱 선생: 그렇지요. 왕조시대에는 덕을 베푸는 왕에게 신하들은 자기 몸이 한가해도 임금의 은혜고 자기 몸이 춥지 않는 것도 임금의 은혜로 생각했지요. 북한과학자들도 그런 은혜의식과 충성심으로 최선을 다해서 연구에 몰두하겠지요. 다른 잡일에 신경 쓰지 않고 주어진 연구과제에만 매진하면 되니까요. 과학자 우대정책은 김일성 시대부터 있던 일이지요. 김일성은 평양 서북쪽에 있는 과학도시 평성에 과학원을 설립했는데 이 지역 과학자들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행정구역을 평양시 은정구역으로 변경하면서 지하철을 연결시키고 직통버스가 다닐 수 있게 해줬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북한이 과학분야 전반에 걸쳐 한국보다 앞섰다고는 할 수 없겠지요?

임채욱 선생: 물론이지요. 과학기술은 결국 경제가 뒷받침하는 연구역량이 결정합니다. 정책방향이든가, 연구성향 등 여러 요소들이 있지만 연구환경을 결정하는 것은 연구개발비죠. 앞에서 나로호 이야기를 했습니다만 그것도 개발비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연구행정문제에 부딪쳤다는 것이지 그런 장애요인을 무시한다면 당연히 연구개발비가 풍부한 쪽이 유리하지요. 실제로 북한 과학기술 분야를 보면 발전된 분야는 대단히 발전했지만 발전이 덜 된 분야도 많지요. 그러니까 북한에 과학원과 제2과학원이 있는데 국방과학 개발을 맡은 제2과학원에만 연구비가 집중적으로 배정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다른 분야 연구환경은 아주 열악하다고 알려집니다.

그 내용을 조금이라도 들어 볼까요?

임채욱 선생: 탈북과학자가 증언한 것을 보면 국방무기를 연구 개발하는 제2과학원 외에는 연구실 경비를 충당하고 생활비에 보태려고 이런 저런 장사에도 손을 댄다는 것입니다. 어떤 연구원은 가정 집 TV 고쳐주는 일을 해서 돈을 벌고 CD를 복제해서 몰래 파는 사람도 있고 한 연구기관 한 부서는 대담하게도 PC방을 운영해서 학생들이 게임을 하도록 해서 돈을 벌기도 합니다. 도자기 연구실 연구사들은 도자기를 옛날 것으로 보이게 가짜를 만들어 팔러 나가고 약제연구실 사람들은 복어 알에서 독성물질을 뽑아서 약제를 만든다고 연구보다 복어잡이에 나서 돌아다닌다는 것입니다. 서해 바다의 바지락조개, 대합조개, 전복, 소라를 캐서 파는 연구기관도 있었다고 합니다. ‘고난의 행군’ 시기에는 연구기관 대부분이 연구활동 보다 시장에 나가서 생계유지에 필요한 활동을 해야만 먹고 살 수 있었다고 하지요. 올해 평성이과대학 출신 엘리트 엔지니어가 가족들을 이끌고 탈북한 것도 북한 과학기술자들의 생활환경이 얼마나 열악한지를 단적으로 나타내고 있는 것입니다. 이 정도로 끝내지요.

한국과 북한은 핵폭탄이나 미사일 같은 군사무기 분야에서는 비대칭적이지만 한국은 전자분야를 비롯해서 세계가 알아주는 수준으로 올라선 분야도 많찮았습니까?

임채욱 선생: 과학분야 총량면에서 보면 한국은 북한보다 우위에 있지요.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산하에 있는 과학기술분야 학회만 해도 387개가 있습니다. 문제는 과학기술 현장의 목소리가 해당 정책당국에 잘 전달 안 되는 경우도 해결돼야 하고 5년짜리 단임정권과 무관하게 중장기 과제를 연구할 수 있도록 하는 연구환경이 돼야하고 과학기술분야 규제가 철폐돼야 할 것도 있겠지요.  올해 4월 초 북한에서는 제32차 과학기술축전이 과학기술전당에서 성대하게 열렸다고 합니다. 한국에서는 4월 21일 50번째 맞는 ‘과학의 날’ 기념행사를 하는데 글쎄, 영향력 있는 원로 과학기술인들은 거의가 참석을 안했다고 합니다. 대통령선거 같은 시국 탓도 있겠지만 과학기술인들의 사기가 많이 떨어진 게 이유라고 합니다. 과학자들의 사기를 진작시키는 환경을 만드는 일도 중요하겠네요.

통일문화산책 함께 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기획과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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