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의 전통 무예관

워싱턴-이현기 leeh@rfa.org
2016.09.30
martial_arts_b 서울 종로구 광화문 세종대로 보행전용거리에서 택견 시범이 펼쳐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통일문화산책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우리 조상들이 남겨준 전통문화가 광복 이후 남과 북으로 나뉘어져 지금도 생성돼 오는 서울문화 평양문화의 단면들을 살펴봅니다.

TEASER: 앞으로 남북한이 말 타고 활쏘기라든가, 말 타고 공치는 격구 같은 것도 현대적인 스포츠로 개발할 수도 있는 것이지요.

세계인의 스포츠 잔치인 하계 올림픽대회가 끝나면서 그 성대했던 충만감 때문에 사람들은 허전하다고도 말합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그 허전함을 달래 주기라도 하는 듯 곧이어 또 다른 크고 작은 국제경기들이 열렸습니다. 통일문화산책 오늘도 북한문화평론가 임채욱 선생과 함께 한국에서 최근 열린 크고 작은 국제 스포츠 경기들의 이모저모와 함께 남북한의 전통 무예에 관해 알아봅니다.

어떤 경기들이 열렸는가요?

임채욱 선생: 네. 8월 말 강원도 동해시에서는 세계 삼보대회가 열렸고 9월 초 부산에서는 2016세계 여자야구월드컵대회가 열렸으며 또 청주에서는 세계무예마스터십대회가 열렸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성격의 대회인지요?

임채욱 선생: 동해시 국제 삼보대회는 국제 삼보연맹이 두 번째로 주최한 것으로 주관은 대한삼보연맹이 했지요. 아주 큰 대회는 아니고 20개 나라에서 한 300명쯤 되는 선수가 참가한 대회인데, 삼보경기가 러시아 국기이다 보니 러시아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거두었지요. 삼보는 낯설다고 하겠는데 유도와 같은 기술을 많이 쓰는 러시아 격투기라고 보면 됩니다. 무기를 가지지 않은 호신술이지요. 여자야구대회도 세계야구연맹이 주최하는 국제대회인데 한국을 비롯해서 미국, 일본, 쿠바, 캐나다, 네덜란드, 호주 등 12개국이 겨뤘지요.

여자야구대회에서는 일본이 우승했지요. 그럼 청주에서 열린 세계무예마스터싶대회를 소개해주시지요.

임채욱 선생: 87개 나라에서 선수 2262명이 참가한 비교적 큰 대회였지요. 이 대회에서는 각국이 내세우는 전통무예가 한 자리에서 겨뤘다는 것이 뜻이 매우 큰데, 한국의 태권도, 씨름, 택견, 합기도, 태국의 무에타이, 킥복싱, 중국의 우슈, 러시아의 삼보, 브라질의 주짓수, 일본의 카라테, 검도 우즈베키스탄의 크랏쉬 등이 주 종목이었습니다. 이 대회도 주최는 세계무예마스터위원회가 제1회 대회로 열고 주관은 한국의 충청북도가 맡았지요. 금메달이 173개가 걸린 이 대회에서 세계 각 나라의 무예, 무술의 진수가 펼쳐졌는데 성과가 아주 좋았다고 합니다. 다만, 이 대회가 서양 중심의 올림픽을 뛰어넘어 동서양의 무예 또는 무술을 하나로 아우르는 세계무예올림픽을 지향하는 것인데, 이런 대회에 전통 무예에도 관심을 갖는 북한이 참가하지 않아서 유감이었어요.

북한도 전통무예에 대해 관심을 기울일 텐데, 북한에서는 이런 전통 무예를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임채욱 선생: 북한에서는 무예를 무도 또는 무술이라고 합니다. 북한에서 지난 7월 우리나라 전통무술을 기록한 ‘무예도보통지’라는 책을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기록유산으로 등록시킨 것을 보면 이 내용을 파악하고 있다고 보겠습니다. 말하자면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지요. 북한에서는 전통무예나 무술이 다 고구려에서 생겨나서 전해온다고 보면서 아주 중요한 유산으로 봅니다. 조선조 초기까지는 이런 무술들이 민간에서도 활발하게 실행됐는데 조선 중기 이후 유교이념이 강화되면서 문존무비, 다시 말해서 문은 높이고 무는 낮추는 사상 때문에 이런 전통무술이 쇠퇴했다고 보지요. 북한에서 파악하는 전통무술은 대강 이렇습니다. 크게 활쏘기, 창쓰기, 격구, 말을 타고 채로 공놀이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힘쓰기와 달리기, 돌팔매, 돌팔매는 돌싸움을 말하지요. 돌을 던지는 석전이지요. 또 수박치기, 이건 오늘날 태권도 같은 거지요. 또 대장기를 뺏으려는 집단전투경기인 합전(合戰)이란 것도 있지요.

그럼 이런 무술들이 앞에서 말한 ‘무예도보통지’에는 다 실려 있겠네요?

임채욱 선생: 네. ‘무예도보통지’에는 지금 말한 무술들은 물론이고 이를 포함해서 24가지가 소개되고 있지요. 먼저 창 쓰는 법이 6가지인데 장창, 죽장창, 기창, 당파, 낭선, 기창이고 칼 쓰는 법이 10가지인데 쌍수도, 제독검, 본국검, 쌍검, 협도, 월도 등등이고 말 위에서 벌이는 무예도 4가지입니다. 그밖에 권법, 편곤, 격구 등등해서 모두 24가지입니다. 아시다시피 전통적으로 우리나라는 활을 쓰는 궁술은 뛰어난데 창이나 칼을 쓰는 창검술은 다른 나라에 비해 떨어졌다고 해요. 임진왜란 이후에는 창검을 사용하는 무술도 장려했다고 합니다.

한국에서는 전통 무예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까?

임채욱 선생: 한국에서는 국가기관에서 보다 민간에서 전통 무예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요. 실제로 수원시립공연단에서는 이제 말한 ‘무예도보통지’에 실린 24가지 무예를 시범 보일 수 있을 정도로 실기연습을 늘 해오고 있지요. 하지만 아주 대중적으로 보급된 것은 앞에서 말한 권법에서 이어진 택견이 비교적 활발하게 보급되고 있지요.

택견은 태권도와 다릅니까?

임채욱 선생: 오늘날 세계적인 스포츠가 된 태권도는 본래 이제 말하려는 택견에서 나와서 광복 후 한국에서 개발한 것이고 택견은 전통적인 모습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고 보면 되겠군요. 택견은 태껸이라고도 하는데 우리나라 전통 무술의 하나이지요. 고구려 고분벽화무덤 중 무용총 벽화에 나오는 그림이 바로 택견이지요. 삼국시대 고구려뿐 아니라 신라에서도 택견이 화랑도 무술로 자리잡은 기록이 나온다는 것입니다. 이게 삼국시대를 거쳐 고려 시대에는 수박희란 이름으로 발전했고 조선조에서는 민중의 오락행사처럼 행해지기도 했지요. 지금 한국에서는 충청북도 충주를 중심으로 택견이 널리 보급되고 있습니다. 이미 올림픽 종목이 된 태권도는 바로 이 택견에서 나온 것이지요. 택견은 동작에서 태권도와 완연히 다릅니다. 택견 동작은 섬세하고 부드럽게 움직이는 그 동작이 마치 실바람에 하느작거리는 수양버들처럼 보이는데 절대 주먹을 쓰지 않고 손바닥이나 손아귀로 밀어서 공격하고 방어하는 것을 특징으로 하지요. 대신 발을 많이 쓰는데 걸음걸이, 몸짓, 활갯짓 등의 동작이 어떻게 보면 우리 민족이 가진 어떤 멋을 풍기고 드러내는 듯도 하지요.

무예가 스포츠로 끝나지 않고 전투무술로 진화하기도 하지요?

임채욱 선생: 각 나라의 특수부대는 당연히 나름대로의 전투무술을 갖지요. 이스라엘군의 크라브 마가, 러시아군의 시스테마, 북한군의 격술, 한국군의 특공무술 등등 많지요. 하지만 이는 무예라는 스포츠를 벗어난 전투무술이라서 언급할 필요가 없군요.

그럼 앞으로 전통 무예 또는 전통 무술을 남북한이 함께 개발시켜서 세계스포츠로 발전시키면 좋겠군요.

임채욱 선생: 그럼요, 이번 무예마스터대회가 왜 뜻있느냐 하면 이 대회에서 선보인 여러 종목 중에서 앞으로 올림픽 종목으로 선정될 것이 유망한 종목이 많기 때문입니다. 러시아 국기인 삼보, 중국이 자랑하는 우슈, 일본에서 잘하는 검도, 카라테 같은 것이지요. 앞으로 남북한이 말 타고 활쏘기라든가, 말 타고 공치는 격구 같은 것도 현대적인 스포츠로 개발할 수도 있는 것이지요. 이런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통일문화산책 함께 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기획과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

댓글 달기

아래 양식으로 댓글을 작성해 주십시오. Comments are moder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