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추석 명절 표정

워싱턴-이현기 leeh@rfa.org
2017.10.06
chuseok_nk_calendar_b 북한의 10월 달력. 북한에서는 추석에 연휴가 없고 추석 당일만 공휴일이다. 사진에서 추석 당일인 4일이 빨간색으로 표시돼 있다. 또 노동당 창건일인 10월 10일도 공휴일로, 빨간색으로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통일문화산책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우리 조상들이 남겨준 전통문화가 광복 이후 남과 북으로 나뉘어져 지금도 생성돼 오는 서울문화 평양문화의 단면들을 살펴봅니다.

TEASER: 한국에서는 올해 그 황금 같은 열흘 휴일을 즐기려고 일부 사람들은 아마도 차례보다 해외 여행하는데 더 신경 쓰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인천공항은 북새통을 이뤘다지요.

추석을 잘 쇠셨는지요? 민족최대명절이라는 추석을 쇤 남북한 표정을 북한문화평론가 임채욱 선생과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임채욱 선생: 한국에서는 추석이 든 한 주 내내 그리고 그 앞뒤 토요일 일요일 해서 휴일이 열흘이나 돼서 속된 말로 신나게 놀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추석에는 놀이도 있지만, 조상제사를 모시는 것도 큰일 중 하나지요?

임채욱 선생: 그렇지요. 추석에는 차례를 올리지요. 그런데 한국에서는 올해 그 황금 같은 열흘 휴일을 즐기려고 일부 사람들은 아마도 차례보다 해외 여행하는데 더 신경 쓰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인천공항은 북새통을 이뤘다지요. 추석에 지내는 차례는 새로 나온 햅쌀로 밥을 지어 조상에게 인사를 드린다는 것이

큰 뜻인데 여행을 가려니까 추석 차례 때문에 중간에 끊겨서 포기한 사람도 있지만, 아예 차례를 여행지 호텔 방에서 모신 사람도 있다고 합니다.

북한에서도 제사를 지내고 성묘를 했다지요?

임채욱 선생: 북한 주민들도 나름대로 차례를 모시고 형편에 따라 성묘도 다녀왔지요. 차례는 집에서 모시면 되지만 성묘는 가까운 곳에 갈 수도 있고 아주 먼 곳일 수도 있으니 그야말로 형편대로 해야지요. 올해 추석날에는 그 어느 때보다 화제가 많았지요. 핵실험 한 이야기, 미사일 쏘아 올린 이야기로 자랑스러워했겠지요.

저는 제사라고 하는데 차례라고 하시니 제사와 차례가 다른 개념인지요?

임채욱 선생: 차례도 제사의 하나인 것은 틀림없습니다. 다만 조상이 죽은 날 지내는 기제사나 조상들 묘지에서 지내는 묘제와 달리 설이나 추석, 한식, 단오, 중양절, 동지 같은 명절에 지내는 것이 차례입니다. 차례라고 하는 것은 차를 올린다고 해서 차례인데 차 대신에 술을 올리고 있지요. 형식에서도 제사와는 달리 무축단헌이라고 해서 차례를 지낼 때는 축문을 읽지 않고 술잔도 한 번으로 끝냅니다. 제사 때는 조상 혼백을 불러오는 축문을 읽고 술잔도 초헌, 아헌, 종헌 이렇게 세 번을 올리지요. 무엇보다 기제사를 밤에 지낸다면 차례는 아침에 지내지요. 차례도 다 뜻이 있어서 설명절 차례는 조상께 새해 인사를 드리는 것이고 추석차례는 새로 나온 햇곡식으로 밥을 지어 올린다는 뜻이 있고, 다른 명절 차례에도 시식(時食)이라고 해서 그때 먹는 음식, 그러니까 단오에는 쑥떡을, 동지에는 팥죽을, 또 시루떡이나 수단, 경단을 올린다든가 하지요. 이렇게 시식을 올리는 것을 천신(薦新)이라고 하죠. 명절차례는 지금 남북한 다 같이 설명절과 추석만 남은 것 같습니다.

추석명절에는 차례도 지내지만 놀이도 많이 했지요?

임채욱 선생: 추석 때는 날씨가 좋지요. 또 농사도 다 지어 둔 상태라서 5월 농부, 8월 신선이라고 할 정도로 농부로서 5월, 물론 음력입니다만 5월에 농사꾼으로서 활동했다면 농사를 다 지은, 아 참 벼 베기 등 추수하는 일이 아직 많이 남았지만 마음이 팍 놓이는 때니까 신선 같은 기분을 가질 수 있지요. 5월 농부, 8월 신선이니까 놀이에도 눈을 돌릴 수 있는 것입니다. 노래와 춤이 있고 이는 주로 농악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만, 농악패가 집집마다 돌기도 하는데 먹을거리가 풍족하니 인심도 좋아서 대접을 잘하지요. 일 잘하는 농사꾼을 소에 태워 마을을 도는 놀이도 하고 거북이 시늉을 하면서 노는 거북이놀이도 하고 씨름도 합니다. 또 마을에 따라서는 줄다리기를 하는 마을도 있고 전라남도 서남해안 마을에서는 부녀자들이 강강술래 놀이도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도 남북한에서 이런 놀이가 남아있는가 하는 것이지요?

임채욱 선생: 한국과 북한을 두고 보면 한국에는 이런 놀이가 잘 안 보입니다. 마을에 따라 놀이를 조직해서 하는 곳도 있습니다만 개인적인 놀이도 많이 바뀌고 놀이보다 여행을 하는 면이 높은 것 같지요. 하지만 북한에서는 추석날 집단적으로 하는 놀이를 조직해서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도록 이끄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집단으로 참여하는 장기 대회라든가, 그네타기 대회가 열리고 학생들도 집단적인 놀이를 합니다.

추석이 농사를 다 지은 다음 새로 나온 햅쌀로 밥을 짓고 한다지만 실제로 이때 과일이나 곡식은 다 익지 않은 상태이기도 하지요?

임채욱 선생: 그래서 어떤 학자는 추석이 우리 조상들이 저 멀리 북방지역에서 살았고 그때 행하던 풍속을 한반도로 오면서 그대로 가져와서 지내는 것이 아닐까 하는 가설도 세우고 있습니다만 어떻든 북한에선 최근 추석이 고구려 풍속이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추석은 본래 신라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하는 것이 교과서에 실린 사실 아닙니까?

임채욱 선생: 그렇지요. 김부식이 지은 <삼국사기>에는 신라 제3대 유리왕 때 도읍 안에 사는 부녀자를 두 패로 나눠 음력 7월 보름부터 8월 보름까지 길쌈짜기 시합을 해서 마지막 날 심사를 하는데 진편은 이긴 편에 음식을 내오면서 함께 먹고 즐겼다고 합니다. 이때 회소곡이란 노래도 부르면서 어울려 놀았다는 기록을 보면 신라에서 시작된 것으로 됩니다. 그러나 북한 한 학자는 추석이 고구려 풍속이고 그 근거는 <동동>이란 가요를 들고 있습니다. <동동>에서 “팔월이라 보름을 아으 가배 날이라 이르지만 님을 모서 지내니 오늘이 과연 명절이로다. 아으 동동다리”라는 구절인데 문제는 <동동>이 고구려 가요가 아니라 학계에서는 <고려사>에서 처음 등장하는 고려가요로 보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북한에서 최근 어느 학자가 <동동>은 고구려 때부터 내려오는 가요라고 주장합니다. (민족문화유산, 2016. 제3호) 이런 문제는 앞으로 남북한 학자들의 연구결과에 따라 바르게 정해 질 것임으로, 당장 이렇다 저렇다 할 것 없이 추석을 즐기면 되는 것입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차례나 제사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되는데 왜 좋은 명절에 차례를 지내는지, 그리고 꼭 해외여행을 안 가면서까지 차례를 지내야 하는지 궁금하군요.

임채욱 선생: 차례를 포함해서 제사를 지내는 목적은 죽은 사람과 교감을 한다는 것이 가장 큰 뜻이 아닐까 합니다. 그 교감 속에는 자기 안에 깃들어 있는 조상을 의식한다는 것입니다. 그 조상이 출세했다거나 훈장을 받았다거나 하는 것은 이 교감 속에서는 없는 것입니다. 다만 제사라는 행위를 통해서 한 번 더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시간을 갖는다는 의미가 중요합니다. 그래서 한국의 한 학자는 제사가 “죽은 가족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을 실어 나르는 매체”라고 까지 말합니다. 그러니 제사란 형식을 통해 조상에 대한 그리움이란 내용을 음미하는 기회이므로 해외여행을 안 가면서까지 조상을 위한 차례 형식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여행지에서도 꼭 차례 형식이 아니더라도 간단하게 치르는 마음의 차례를 올린다면 되지 않을까도 생각합니다.

통일문화산책 함께 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기획과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

댓글 달기

아래 양식으로 댓글을 작성해 주십시오. Comments are moder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