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중시와 총대중시

워싱턴-이현기 leeh@rfa.org
2017-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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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화성-15형 미사일을 살펴보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사진은 화성-15형 미사일을 살펴보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제공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통일문화산책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우리 조상들이 남겨준 전통문화가 광복 이후 남과 북으로 나뉘어져 지금도 생성돼 오는 서울문화 평양문화의 단면들을 살펴봅니다.

TEASER: 지금 북한을 떠받치는 사상은 주체사상과 선군사상이라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올 한해도 다 갑니다. 한 해 동안 남쪽에선 대화를 하자는 제스츄어를 북쪽에 보냈는데 북쪽에서는 핵과 미사일 도발로 답해 온 것 같습니다. 통일문화산책 오늘은 남한의 대화중시와 북한의 총대중시에 관해 북한문화평론가 임채욱 선생과 함께 알아봅니다.

임채욱 선생: 올해 새로 들어선 남쪽 새 정부는 북한에 군사분계선에서의 적대행위 중지, 남북대화 재개, 이산가족 상봉, 평창올림픽 참가 등을 제의했습니다.

반응은 있었습니까?

임채욱 선생: 북한은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군사분계선에서의 적대행위 중지 문제를 다루자고 군사당국 회담을 제의 했지만 반응이 없었고 추석을 앞두고 남북이산가족 상봉문제를 논의하자고 적십자회담을 제의했지만 반응을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런 대화제의는 한국 새 정부의 대북정책에서 나온 것이지요?

임채욱 선생: 남쪽의 새 정부는 이른바 ‘베를린 구상’이란 것을 통해 북한에 비핵화를 전제로 체제를 보장하는 문제,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민간교류 추진 등을 통해 남북관계를 개선하려는 대북한정책 구상을 밝혔습니다. 앞에서 나온 대북제의도 이런 정책의 일환으로 나온 것입니다.

한국정부가 국제기구를 통해 북한의 어린이라든가 임산부를 지원하겠다고 한 것도 실시되지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임채욱 선생: 네. 남쪽에서는 북한의 영아와 유아, 그리고 임산부 등에게 영양제를 공급하고 치료제를 제공하겠다고 했지만 핵문제와 미사일 때문에 미루고 있지요.

그래도 올해 스포츠분야에서는 교류가 있었지 않습니까?

임채욱 선생: 아 네, 이 시간에도 언급한 일이 있습니다만 4월에 북한의 여자 아이스하키 팀이 강릉에서 열린 국제대회에 참가했고 7월에는 무주에서 열린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 북한선수가 주축이 된 국제 태권도 시범단이 온 일이 있지요. 이 초청을 계기로 9월 평양에서 열린 국제태권도연맹의 선수권대회에 세계태권도연맹 선수단이 시범공연을 하기로 했으나 이건 성사되지 못했지요. 북한의 잇따른 핵과 미사일 실험으로 분위기가 나빴지요.

또 있었지요. 평양에서 열린 여자축구대회에 한국대표팀이 참가한 바 있지요?

임채욱 선생: 맞습니다. 그것도 4월이군요. 2018년 여자아시안컵대회 예선전이 평양에서 열렸는데 한국 여자축구팀이 북한 팀과 1대1로 비겨서 본선 행을 얻었지요. 그런데 국제체육단체가 주최하는 시합에 출전한 것은 교류라고 보기는 어렵지요. 남북한 체육단체가 합의해서 서로 오고가는 게 교류지요.

그렇다면 전반적으로 남북한 간에 교류가 없었다고 보겠네요? 남쪽에 새 정부가 들어서고 해서 대화국면이 열릴 것으로 기대했는데 그렇지 못했군요. 가장 주된 이유가 뭣이라고 봅니까?

임채욱 선생: 제 생각으로는 북한이 총대중시 사상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서라고 봅니다. 총대중시는 북한의 핵심정책인 선군정치를 뒷받침하는 것입니다. 선군정치는 총대로 개척되고 총대로 전진한다고 합니다. 올해 남쪽의 대화제의를 눈 감고 외면하면서 계속해서 핵실험을 하고 미사일을 쏘아 올린 것도 총대중시 사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을 반증합니다. 그런데도 남쪽은 기회가 되면 대화제의를 하려고 했지요. 한쪽은 대화중시 문화를 보여주고 또 다른 한쪽은 총대중시 문화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총대중시 문화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말해주시지요.

임채욱 선생: 지금 북한을 떠받치는 사상은 주체사상과 선군사상이라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주체사상은 북한체제를 유지시키는 이념이라면 선군사상은 이념을 실현시키는 실천전략이라고 하겠습니다. 김일성시대에 ‘주체’가 나왔다면 김정일시대에 ‘선군’이 나오는데, 선군을 뒷받침하는 것이 총대중시 문화라고 하겠지요. 총대중시는 총대철학이라고도 하는데, 6.25 당시 어느 날 김일성이 김정일에게 권총 2자루를 내놓으면서 아버지 김형직으로부터 받은 것이고 이것으로 항일투쟁을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총대중시 사상의 연원이라고 합니다. 무슨 연극적인 연출 같은 이야기 이지요.

문제는 아무리 연극 같은 총대이야기로 다스리더라도 3대 세습까지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요?

임채욱 선생: 그걸 극장국가 식 통치에서 찾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북한을 극장국가라고 명명한 문화인류학자가 있습니다.

극장국가란 무엇인가요?

임채욱 선생: 극장국가란 이런 것입니다. 반드시 물리적 강제가 아니더라도 화려한 의식행사와 공연 같은 것으로 주민들이 통치자의 힘을 초인적인 것으로 믿게 합니다. 이러한 의식행사나 공연은 규모도 크고 화려하게 펼쳐집니다. 이를 통해 자부심과 희망을 심어줍니다. 대체로 독재국가나 공산국가에서 그런 경향이 있었지요. 북한은 특히 더 심한 편인데 가령 우리도 아는 <아리랑>공연 같은 것으로 김일성을 추모하면서 그리워하게 연출을 합니다. 이렇게 되면 주민들은 물질적 보상이 좀 모자라더라도 정신적 충족감으로 복종하게 되는 것이지요.

아리랑 공연에 그런 의도가 담겨 있었군요.

임채욱 선생: 비단 아리랑 공연뿐이겠습니까? 북한의 모든 예술작품이 지도자의 신격화에 초점을 두고 끊임없이 생산되고 연출되니까 주민들은 그 과시적인 힘에 빨려 들어가 버리지요. 이런 것이 극장국가의 모습입니다.

총대중시 사상은 극장국가에서는 어떻게 작동됩니까?

임채욱 선생: 극장국가인 북한에서 연극의 장막 뒤에서 연출하는 세 가지 포인트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겉으로 아직 사회주의 국가라고 하는 북한에서 총대로 상징되는 폭력이 권력세습을 정당화하게 하고 두 번째는 과학적이라고 하는 주체사상으로 대중의 합리성을 얻게 한 다음 세 번째는 김일성, 김정일을 초월적 존재로 인식시켜서 흠모하게 합니다. 이런 통치기술로 어려운 세월을 견뎌냈던 것이지요.

물론 이런 연극이 끝날 줄 모르고 계속되지는 않겠지요?

임채욱 선생: 끝나지 않는 연극이 어디 있겠습니까? 소수의 사람에게 긴 시간 동안 속일 수 있고, 많은 사람을 짧은 시간 동안은 속일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을 긴 시간 동안 속일 수는 결코 없습니다. 연극은 끝나고 극장은 문을 닫아야 할 때가 오겠지요.

통일문화산책 함께 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기획과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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