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1월 6일 새해벽두 북한에서 단행된 '수소탄 실험'으로 전 세계의 시선이 평양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이례적으로 핵실험을 승인한 김정은의 자필서명을 공개하기도 했죠. 구체적인 날짜까지 확인가능하게 말이죠.
지난해 12월 15일 보고문서에는 이렇게 썼습니다. '력사적인 조선로동당 제7차대회가 열리는 승리와 영광의 해 2016년의 장엄한 서막도 첫 수소탄의 장쾌한 폭음으로 열어제낌으로써 온 세계가 주체의 핵 강국, 사회주의 조선, 위대한 조선로동당을 우러러보게 하라!'
이번 사건을 계기로 기계공업부가 군수공업부로 다시 명칭이 바뀐 것도 확인이 되었고, 1호보고 문건을 타자가 아닌 자필로 쓰는 것도 확인이 됐네요. 그리고 보고 날짜를 정확히 명기하지 않고 12월, 1월로 한 것도 새롭고 김정은이 휴식일인 1월 3일 일요일에 최종문건에 사인한 것도 이례적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북한지도부의 유별난 숫자사랑도 확인이 됐죠. 2016년 1월 6일, 숫자 16이 두 번 겹치고 어찌 보면 2016년도 김정일생일 2월 16일로 해석이 되네요.
장거리로켓발사 시험도 북한은 2012년 12월 12일에 한 적이 있죠. 미신을 절대 믿지 말라고 하는 조선노동당의 미신적인 숫자사랑에는 끝이 없는가봅니다. 하긴 공화국창건일도 9월 9일, 노동당 창건일도 10월 10일이니 북한정권이 탄생할 때부터 잉태된 미신전통이죠.
김정은이 '핵 강국, 사회주의조선, 조선노동당을 우러러보게 하라'고 사인한 날은 공교롭게도 자기가 직접 파견한 모란봉악단이 공연을 취소하고 평양으로 복귀한 뒤 3일째 되는 날입니다. 모란봉악단은 핵과 최고 존엄 권위훼손 때문에 결국 철수하게 됐죠.
결국 이번 '수소탄 시험'은 북한의 핵무장화 시간표에 따른 결정, 그리고 5월에 있게 될 역사적인 7차당대회를 맞으며 김정은 치적을 과시하고 리더십을 보여주기 위한 쇼도 돼지만, 중국을 겨냥해서 북한 마음 내키는 대로 가겠다는 핵폭탄 선언이나 같다고 보입니다.
북한영화, 그리고 혁명역사에는 이런 내용이 기록되어 있죠. 김일성이 중공업 우선, 경공업․농업 동시발전 전략을 채택하자 종파분자들이 '기계에서 밥이 나옵데?'라고 반대했다는 거죠.
지금은 '핵에서 밥이 나옵데?'하면 당연히 종파분자로 몰리겠죠. 어찌됐건 북한의 핵개발에는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고 있습니다. 북한주민 3년 치 식량분인 15억 달러가 들어갔다는 평가도 있고 8년 치 식량분이 들어갔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북한은 미국의 대북적대시정책 때문에 핵을 개발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오바마대통령은 임기 2기 때 북한을 포함해 누구와도 마주 않아 대화하겠다고 했거든요. 그리고 수십 년간 적대시관계에 있던 쿠바와는 최근 수교도 했고요. 미국은 북한에 핵이 없어도 절대로 쳐들어가지 않을 겁니다. 오히려 핵을 포기하면 엄청난 경제적 투자를 할 겁니다.
북한의 구호였던 '쌀은 곧 공산주의'가 이제는 '핵은 곧 사회주의'라는 구호로 바뀌었을까요?
'대동강 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
0:00 / 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