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걸이’와 단독선

0:00 / 0:00

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꽃샘추위도 인제는 다 물러가고 완연한 봄날이 시작된 것 같습니다. 제주도를 시작으로 한반도 남쪽에는 이미 봄꽃들이 피어나고 있습니다.

얼마 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최근 촬영한 한반도 밤 사진을 공개해 눈길을 끌었죠. 국제정거장에 있는 우주인들이 지난 1월 30일 밤 동아시아 상공을 날면서 촬영했다 네요.

그런데 진짜 깜짝 놀랄 일은 북한 전 지역이 칠흑과 같은 어둠에 덮여있는 것이었습니다. 그야말로 캄캄한 바다처럼 보였죠. 반면 남쪽지역은 전국이 대낮처럼 환하게 불이 켜져 있었습니다. 북한의 압록강과 두만강을 인접한 중국지역도 불이 환했죠.

그나마 평양지역만 바다 위 조금만 섬처럼 작은 점 크기의 빛을 내고 있었는데요, 아마도 만수대 동상과 창광거리를 중심으로 켜져 있는 불빛이 포착된 모양입니다. '혁명의 수도 평양'이 내는 불빛이 남한의 작은 마을과 비슷한 수준이라네요.

나사에 따르면 남한의 전력소비량은 시간당 1만 162kw인 반면 북한은 739kw라죠. 거의 14배차이가 나네요.

최근 남북의 소득차이에 대한 흥미로운 숫자도 발표되었는데요.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작년 북한의 1인당 명목 국내총생산액은 854달러로 남한의 1970년대 중반수준과 같다고 합니다.

현재 남한의 국내총생산액 2만 2,828달러의 약 3.8%이구요. 북한은 방글라데시 899달러, 미얀마 915달러와 유사한 수준입니다.

지금은 비록 고향을 떠나 사는 사람이지만 이 숫자를 보면 그리고 한반도 야간 사진을 보면 정말 씁쓸하네요. 결국 북한은 지난 수십 년 동안 그렇게 경제적으로 여유롭고 잘 나가던 자기의 70년대 수준에서 훨씬 후퇴한 셈이죠.

요즘 듣자니까 북한에서는 이렇게 어려운 전기사정 때문에 주민들이 일명 '코걸이'방법으로 잠시나마 전기를 해결한다죠. '코걸이'방법은 간부들의 집에 들어가는 전기선에 다른 선을 연결시켜 일시적으로 전기를 끌어 쓰는 방법이랍니다.

그래서 간부 집과 될수록 가까우면 유리하다네요. 보이지 않는 밤에는 연결하고 낮에는 다시 분리하고, 어떤 이들은 땅 속에 선을 묻고 쓰기도 한 다네요. 이 '코걸이'에 다른 주민이 또 '코걸이'하는 경우도 있답니다. 그야말로 '창에 덧창'이네요.

반면 간부들은 배전부와 짜고 전기선을 따로 끌어 쓰고 있죠. 이것을 일명 '단독선'이라고 부릅니다. 중앙당 간부들, 장령들, 보위부 요원들, 인민보안원들이 최대의 수혜자들이죠. 말 그대로 '당일군은 당당하게, 보위부는 보이지 않게, 안전원은 안전하게' 국가재산, 특혜를 마음껏 떼먹고 향유하고 있습니다.

어떤 간부들은 전기를 돼지우리에까지 써 난방을 한다면서요. 또 이를 숨기기 위해 전기불이 새나가지 않도록 담요로 문을 덮거나, 여러 겹으로 된 종이에 먹칠을 해 창문의 불빛을 막기도 한다죠.

얼마 전 김정은은 건설부문열성자대회에서 인민대중 위주를 역설했죠. 김일성, 김정일주의의 핵심도 인민대중 중심, 인민대중위주라고 했고요. 그런데 전기사용은 김일성, 김정일주의대로 하지 않는가 보죠? 고아원도 포함해서요.

그러니까 고아들은 모두 발을 벗고 추위에 떨고 있는데 '수령'과 간부들은 모두 신발을 신고 방에 들어가겠죠?

'대동강 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