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강 이야기] 닭 한 마리 '땅', 소 한 마리 '쾅', 그리고 쌀 210만 톤 '쓩'

김광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원
2012-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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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인민군 제2군단의 전차부대가 지난 3월 5일 실사격 훈련하고 있다. 북한은 전차부대 훈련을 교도뉴스 등 외신기자단에 공개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경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올해는 유난히도 동장군의 심술이 짓궂은 것 같습니다. 따뜻한 봄날을 시샘해 꽃샘추위가 쉽게 가시지 않네요.

지금 서울에서는 세계 58명의 정상들이 모여 핵 안보정상회의를 갖고 있습니다. 역대 서울에서 있는 가장 큰 국제회의입니다. 무역, IT, 문화한류에 이어 외교안보분야에까지 확대된 한국의 위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25일에 도착한 오바마 미대통령은 첫 일정으로 비무장지대를 방문했습니다. 미군 장병들에게 그는 ‘여러분은 자유의 최전선에 서 있다. 자유와 번영의 견지에서 남북한만큼 분명하고 대조되는 곳은 없다. 여러분의 노고에 감사를 표한다.’고 격려했습니다.

얼마 전 판문점을 불쑥 찾은 김정은은 ‘판문점의 전초병들은 적들과 항시적으로 총부리를 맞댄 만큼 언제나 최대의 격동상태를 유지해야 한다.’고 했죠.

정전회담장, 통일각을 돌아보고 나서는 ‘앞으로 싸움이 일어나면 … 원수들이 무릎을 꿇고 정전협정 조인이 아니라 항복서에 도장을 찍게 할 것’이라고도 했고요. 자유와 폐쇄, 번영과 가난의 대조에 더해 양측 지도자들의 자질과 리더십의 대조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요즘 남과 북 사이에는 또 다른 큰 대조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한쪽에서는 지구상의 핵 물질을 줄이고 핵 위험을 통제하기 위해 중국과 러시아, 인도, 태국 등 전 세계 지도자들이 모여 머리를 맛 대고 협의를 하고 있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핵 운반체를 완성할 목적으로 광명성 3호 발사를 선언하고 동창리 발사대에 탄도미사일을 설치하고 있습니다.

‘총대에서 시작된 조선혁명, 총대로 승리하고 완성할 것’임을 주장하는 북한에서 총대는 눈 동자와 같이 지켜야 할 귀중한 것입니다. 경제와 인민생활을 희생시켜 마련한 무장력의 소중함을 이런 식으로 표현하기도 하죠.

‘총탄 한 발은 닭 한 마리, 포탄 한 발은 소 한 마리.’

근데 요즘 이 총탄, 포탄에 대한 낭비가 지나친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군 합동훈련을 자주 하지 않았는데 김정은이 최고사령관이 되면서 너무 잦아지고 있습니다. 닭과 소 낭비는 새 발의 피고 수많은 방사포탄들도 펑펑 쏟아 붓고 있습니다.

그리고 ‘태양절 100돌’을 맞아 7억-8억 달러짜리 탄도로켓을 발사한다고 하네요. 이거 한발이면 북한의 올해 식량 부족량 70만 톤을 세 번 살 수 있다고 합니다. 210만 톤을 살 수 있다는 거죠. ‘태양절’을 빛내고 김정은 체제를 축복하기 위해 210만 톤의 식량을 순간에 쓩 날려 물에 처넣는다는 얘기입니다.

2월 29일 북한과 미국은 합의를 맺었습니다. 우라늄농축을 중단하고,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유예하고, 국제원자력기구의 사찰을 복귀시키는 대가로 24만 톤의 영양식을 미국이 주기로 한 약속입니다.

한쪽으로는 7-8억 달러짜리 로켓을 쏘아 210만 톤의 식량을 낭비하고, 다른 한쪽으로는 동냥의 손을 내밀고, 이게 선군정치, 인민을 위한 정치인가요?

북한에는 이런 말도 있습니다. ‘재미나는 곳에 범이 난다.’ 북한은 반세기가 넘게 국제사회에 ‘우리를 믿지 말라'를 변함없이 외치고 있습니다. 합의를 맺고, 침도 마르기 전에, 보름 만에 그 합의를 깨니 아마도 지금이 이 ‘Don't trust us’외침의 절정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만하면 이제는 ‘재미나는 곳에 범이 나올 때’가 되지 않았을까요?

‘대동강 이야기’에 김광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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