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병

김광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원
2015.03.30
leesuljoo_luxury_bag-305.jpg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부인 리설주가 명품지갑을 들고 김정은 제1위원장과 함께 여자배구 경기를 관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세계가 조선의 유행을 따르게 하라.’ 김정은의 국산품 세계화 방침을 옹호하여 노동신문이 게재한 정론 ‘사랑하라 우리의 것을’에 소개된 내용입니다.

지난 1월 류원신발공장을 방문하면서 강조했다죠. 신문은 북한의 ‘위성발사’, 철갑상어 양어, 핵 실험을 언급하면서 ‘우리 세대가 과연 세계를 압도하는 조선의 인기상품을 내놓지 못한단 말인가’라고 역설했습니다.

또한 ‘수입 만능주의자는 매국노’라며 ‘자기의 것이 없어 남의 것을 통째로 받아들여야 하는 나라, 모든 것을 남에게서 수입해서 쓰는 사람들이 바로 현대판 속국이고, 새 세기의 노예들’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계속하여 ‘남의 것을 쳐다보는 것은 노예가 되겠다는 것이나 다를 바가 없다. 수입 만능주의가 혁명의 독버섯이라면 거기에 젖어 있는 사람은 침략자들을 신성한 조국 땅에 서슴없이 끌어들이는 매국노’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이쯤 되고 보면 정론을 쓴 기자가 나가도 너무 나간 것 같은데요. 김정은의 국산품 사랑, ‘김정일 애국주의’를 홍보하는 것처럼 하면서 오히려 김정일에 이어지는 김정은과 그 일가의 외제사랑을 정면에서 비난하고 귀싸대기를 후려갈기니 말입니다.

김정일은 외국제를 너무나도 많이 사랑했습니다. 후계자시절 가장 좋아한 것은 일본산이었죠. 간부들에게 수차에 걸쳐 히타치, 도시바, 쏘니 등 브랜드의 컬러TV, 냉동기, 전축을 선물했습니다. 일본산 모 내의, 양복지, 손목시계, 벽시계도 있었죠. 벽시계는 평양시 전 세대에 공급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자기 측근 간부들에게는 세계최고의 스위스 산 고급시계를 줄곧 선물했습니다. 로렉스, 오메가, 랑꼬였죠. 그리고 ‘인민군 창건 60돌’을 맞은 1992년에는 군인들 전체에게 중국산 별시계도 선물했죠.

당시의 상황을 소개하면 김정일은 학습장이나 고급만년필을 주자는 측근들의 제의를 물리치고 ‘전체 인민군 군인에게 손목시계를 하나씩 채워주자. 그렇게 하자면 많은 자금이 들 수 있지만 혁명의 무기를 잡고 조국보위 초소를 튼튼히 지켜가고 있는 인민군 군인들을 위해서라면 천만금을 들여도 아까울 것이 없다’고 하면서 전체 군인에게 시계 선물을 결정했죠.

그러면서 그는 ‘오늘 우리 인민군대에는 위대한 수령님(김일성)을 따라 항일의 혈전만리를 헤쳐 온 로혁명가들도 있고, 조국해방전쟁(6.25전쟁)에 참가한 노병들도 있으며, 손에 총을 잡은 새 세대 청년들도 있다. 나는 그들 모두에게 줄 손목시계에 붉은 오각별을 새겨 넣어 그들이 늘 시계를 들여다보면서 별처럼 영원히 당과 수령을 위하여 빛나게 살 각오를 갖게 하자는 것’이라고 했답니다.

이 시계가 공급된 후 많은 군인들이 이를 장난감으로 갖고 놀았죠. 깨지는지 보자고 서로 떨어뜨리기를 하고, 방수인지 보자면서 물속에 잡아넣곤 했습니다. 수만금을 들여 중국에서 사온 시계들이 1년도 안 돼 거의 다 폐기되었죠.

김정은은 시계도 외국 명품시계, 차도 독일의 최고급 벤츠를 타고 있습니다. 그의 부인 리설주도 수입품에 환장하고 있죠.

북한에는 ‘수입 병’을 풍자하고 그의 부작용을 경고하는 영화도 있습니다. 그러나 수입 병에 걸린 환자, 매국노는 인민들이 아니라 김정은을 위시한 엘리트 계층이 아닐까요?

‘대동강 이야기’에 김광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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