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된 말’ vs ‘평양문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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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화창한 봄이 시작됐지만 남북, 미북 사이 관계는 여전히 차가운 겨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계속되는 위기고조로 남북경협의 상징, 작은 남북통일의 축소판인 개성공단도 지금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북한의 출입차단으로 현재 13개 기업이 생산중단상태이고, 현 상황이 며칠 더 이어질 경우 대부분의 기업들이 피해를 입을 형편입니다.

5만 명이 넘는 북한근로자들도 마찬가지겠죠. 이들의 생계도 위협받고 있습니다. 북한으로 흘러들어가는 9천만 달러의 현금도 차단되겠죠.

이뿐이 아닙니다. 북한은 며칠 전 평양주재 외교대표부들에 10일 이후부터는 대사관원들의 생명안전을 담보하지 못하게 될 것이고, 철수계획을 알려달라는 통지도 했습니다. 전쟁이 언제 일어날지 모르니 안전보장을 할 수 없다는 얘기죠.

개성공단 출입차단의 이유로는 남한의 이른바 '못된 말'때문이라고 하는데요, 그렇다면 현재 남북이 주고받고 있는 남한의 '못된 말'과 북한의 '평양문화어'를 한번 비교해 볼까요?

올해 2월 출범한 남한의 박근혜정부는 대북정책 슬로건으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제시했습니다. 남북관계가 어렵고 험난해도 차분하게 신뢰를 쌓아가는 일을 포기하지 않고 하겠다는 내용입니다.

신임 류길재 통일부장관은 북한의 계속되는 위협 속에서도 대통령업무보고에서 인도적 문제의 실질적 해결, 당국 간 대화추진 및 합의이행 제도화, 호혜적 교류협력의 질서 있는 추진, 개성공단의 국제화, 남북관계 진전을 통한 북핵문제 해결 기여, 북한이탈주민 맞춤형 정착지원, 국민통합에 기여하는 통일교육, 통일정책에 대한 국민적 합의 강화, 통일외교를 통한 국제적 통일공감대 확산 등 9대 중점 추진과제를 보고했습니다.

북한이 남북 간의 마지막 공식접촉 채널인 군 통신선을 끊은 날에도 그는 개성공단을 국제화해 더 발전시키겠다고 했죠. 이 때문에 언론사들로부터 많은 욕을 먹기도 했습니다. 물론 정부나 외부눈치를 보지 않는 남한의 자유언론들은 개성공단을 걱정하는 '못된 말'을 많이 했죠.

'북한은 황금알을 낳는 개성공단을 폐쇄하지 않을 것,' '정부는 혹시라도 있게 될 개성공단에서의 대규모 억류사태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할 것' 등이었죠.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지켜야 하는 정부는 당연히 있을 수 있는 위기에 대한 대응책들을 제시했죠.

남한의 이런 '못된 말'에 북한의 '평양문화어'반응은 이렇습니다. '남조선 괴뢰패당과 보수언론이 못 된 입질을 계속하면 개성공업지구에서 우리 근로자들을 전부 철수시키는 단호한 조치를 취하게 될 것,'

'개성공단에 들어와 있는 남조선 인원을 북침전쟁의 인질로 삼으려는 것은 다름 아닌 괴뢰 패당임,' '괴뢰 보수패당과 어용언론은 우리가 개성공단을 어쩌지 못할 것이라는 고약한 나발을 계속 불어댐,' '우리 군대는 그에 대처해 개성공단에 대한 남조선 인원의 통행을 차단하는 조치를 취했다,'

'개성공단에 대한 군사적 도발은 곧 역적패당의 자멸을 의미한다,' '괴뢰패당은 개성공단에서 서울이 불과 40km도 안 된다는 것을 명심하고 입을 조심하는 것이 좋을 것'이었습니다.

이건 약과죠. 김정은이 직접 나서 '적들을 모두 벌초해 버리라'고 하는가 하면, 조선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항복서에 도장을 찍을 놈도 없게 원쑤들을 쓸어버릴 것'이라는 제목의 기사도 실었습니다.

그리고 인민군 총참모부는 '우리 혁명무력의 무자비한 작전이 최종 검토, 비준된 상태에 있음을 정식으로 백악관, 펜타곤에 통고한다.'면서 '이 땅에서 전쟁이 일어나겠는가 말겠는가가 아니라 오늘 당장인가, 아니면 내일인가 하는 폭발전야의 분분초초를 다투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지금까지 뱉어낸 '평양문화어'는 한도 끝도 없습니다. 몇 년 사이 '평양 문화어'사전이 두툼해졌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