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강 이야기] '딴게 없시요, 거저 밭에 나가 살았시요'

김광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원
2012-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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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 탄생 100주년을 맞이한 15일 경기도 파주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은 평소와 다름없는 일상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딴게 없시요, 거저 밭에 나가 살았시요.’ 어떻게 해서 농사를 그렇게 잘 지을 수 있었는가 하는 중앙텔레비죤(조선중앙TV) 기자의 질문에 어느 한 소박한 농장원이 한 대답입니다. 평양에 있을 때 중앙TV에서 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 그의 말에는 주체농법대로 농사를 잘 했다거나, 마라톤 선수 정성옥처럼 언제나 장군님만 그리며 농사지었다는 거창한 표현은 없었습니다. 만일 그랬다면 당장 팔자에 없는 관리위원장이나 리 당 비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이 됐을지도 모릅니다.

그는 정치인도, 선동원도 아닌 소박한 농사꾼, 땅을 사랑하고 땅과 함께 평생을 살아온 순박한 백성의 한사람이었습니다. 그랬기에 그의 말에는 솔직함이 그대로 묻어있었죠.

세계적으로 유명한 체육인들의 인터뷰도 이 소박한 농장원과 별반 다를 게 없습니다. 어떤 골프선수는 그냥 마음을 비우고 쳤더니 잘 맞더라 하기도 하고, 어떤 야구선수는 팔에서 힘을 빼고 편하게 쳤더니 되더라고 말하곤 하죠.

나라의 대통령을 그리며 달렸다거나, 주체전법대로 경기에 임했다거나 하는 사람은 제 알기에는 단 한명도 없습니다. 그래도 있다면 이것저것을 지적해 주던 감독님 지시대로 했더니 잘 풀리더라, 경기가 끝났을 때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이 어제 돌을 쇤 딸의 얼굴이더라 뭐 이정도입니다. 이런 게 진짜 인간의 모습이겠죠.

그렇다면 나라를 이끌고 백성들을 책임진 임금이나 지도자의 ‘딴게 없시요’는 뭘까요.

예로부터 농사는 천하지대본이라 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 농사라는 뜻이죠. 더 해석하면 먹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사람 사는데서 최우선이라는 얘기입니다.

그래서인지 오래전부터 천하를 통치하면서도 만민의 존경을 받고 위인으로 떠받들려온 통치자들의 공통점은 백성들의 등을 따스하게 하고, 배를 곯지 않게 한 것입니다. 농사를 천하지 대본으로 여기고 백성들을 이민위천으로 섬긴 사람들이죠.

예나 지금이나 지도자들의 최고의 덕망, ‘딴게 없시요’는 백성들을 잘 먹이고, 잘 입히고, 잘 살게 하는 것입니다.

어제 평양에서는 김일성생일 100돌 기념 열병식이 성대하게 열렸더군요. 3대 세습으로 권력을 승계한 김정은의 육성도 처음으로 공개되었고요.

김정은체제가 들어서면서 처음으로 자기의 입장을 공식 밝히는 자리라 정말 주의 깊게 연설내용을 들었습니다. 핵심은 김일성 ․ 김정일주의 따라 주체혁명위업을 대를 이어, 한 치의 드팀도 없이 완성하는 것이더군요.

또한 자주의 길, 선군의 길, 사회주의 길로 끝까지 가겠다고도 했습니다. 인상적인 대목은 다시는 인민들이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 하겠다는 것, 사회주의 부귀영화를 마음껏 누리게 하는 것이 자기의 확고한 결심이라고 한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평화도 중요하다. 그러나 민족의 존엄과 나라의 자주권은 평화보다 더 귀중하다’라는 대목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열병식의 총체적인 주제가 이 논리더라고요.

물론 틀린 말은 아니죠. 그러나 인민들의 생존권, 국민들의 자존심은 어떻게 되나요. 제가 대외사업하면서 제일 낯 뜨거웠던 일은 제가 맡은 외국관광단을 위해 만경대 유희장을 통째로 내주고, 지하철 전동차를 전용으로 보내줬던 일입니다. 평양시민들은 다 내 쫒고요.

월급을 받지 못하는 해외 대사관들에서는 국가연회 한번 변변히 차리지 못합니다. 돈이 없어 다른 나라 행사들에 끼우지도 못하고요. 식사 한번 초청하기도 힘듭니다. 외교관들은 술, 담배, 콩나물 장사도 합니다. 주재국 외교부들에서는 잘 만나주지도 않죠.

한쪽에서는 백성들이 굶주리는데 8억 달러짜리 탄도로켓을 시험하다 쾅 터뜨리고, 또 다른 쪽에선 생일축포로 천만 달러를 씽씽 날려 보내고,,,

아마도 북한지도부의 ‘딴게 없시요’는 좀 다른가 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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