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꽁꽁 숨어라, 머리카락 보인다!' 북한에서 어린이들이 숨바꼭질할 때 가장 많이 쓰는 말입니다.
며칠 전 파키스탄에 5년 동안 꽁꽁 숨어있던 9•11테러의 주범 빈 라덴이 미 해병대의 특수작전으로 황천객이 됐습니다. 10년간의 끈질긴 추적 끝에 이뤄낸 쾌건데요,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이를 세계에 알리면서 '정의는 이뤄졌다, 세상은 더 안전해졌다'고 말했습니다.
전설의 미국인디언 추장 '제로니모'의 이름을 딴 이번 작전은 파키스탄의 동의 없이 미국 독자적으로 실행됐습니다. 아파치헬기 2대가 동원되고 무적의 해병대 전투원 25명이 침투해 40분 내에 끝냈으며 실시간으로 위성을 통해 미국 고위정부 관리들에 중계되었습니다.
빈 라덴은 그 자리에서 사살됐고 시체는 아라비아 해 북부에 취역 중이던 항공모함 칼 빈슨호로 옮겨져 이슬람 종교의식 후 바다에 수장했습니다. 그를 땅에 묻지 않은 것은 혹시 그의 묘지가 '테러의 성지'로 될 것을 우려해서입니다.
지금 미국전역은 축제분위기인 동시에 빈 라덴의 시신사진을 공개해야 한다느니, 이번 작전이 파키스탄의 주권을 침해했다느니, 다리에 총상을 입고 현재 병원에 입원중인 그의 부인을 심문해야 한다느니, 파키스탄의 비호로 빈 라덴이 군사기지 가까이에 그렇게 오랫동안 숨어 있을 수 있었다느니 하는 논의가 분분합니다.
이번 작전의 단서는 9•11 테러 직후 관타나모 수용소에 수감된 포로 2명으로부터 빈 라덴의 측근이자 연락책의 정보를 손에 넣는 것으로 시작됐습니다. 가장 결정적인 것은 그가 실수로 빈 라덴의 은신처부근에서 전화를 하는 바람에 꼬리가 잡혀 위치추적당한 것이죠.
미 당국은 빈 라덴의 은신처가 다른 집들에 비해 8배나 크고 경계가 삼엄하다는 점, 쓰레기를 전부 내부에서 소각 처리한다는 것, 외부와의 통신연결이 전혀 없는 점을 미루어 3층짜리 호화주택에 중요한 인물, 즉 빈 라덴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산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번 사건은 북아프리카와 중동에서 인민들이 독재자들을 자기 손으로 몰아내고 나토가 리비아 가다피를 축출하기 위한 군사작전을 벌이고 있는 시기에 발생한 것으로 더 큰 의미가 있습니다.
미국의 손에 사라진 국제테러리스트, 독재자는 이렇게 이라크 사담 후세인에 이어 또 한 명 추가됐습니다.
북한의 독재자 김정일이 무서워 꽁꽁 숨어 다니는 것도 일리가 있습니다. 얼마 전 남한의 천안함을 공격하여 46명의 군인들을 죽였고 연평도에 무차별 포격을 가하여 민간인을 사살하고 남한, 일본을 포함하여 전 세계 12개국에서 약 18만 명을 납치, 납북해 갔으니 잠자리가 편할 리 있겠습니까.
오는 11일 미국 북한인권위원회는 미 의회에 12개국 대표들을 초청하여 납북자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입니다. 이는 연방의회에서 납북자관련 결의안을 추진하는 발판이 될 것이며 김정일에게는 또 한 번 국제범죄자, 테러리스트의 딱지가 붙겠죠.
자기의 죄가 무거워선지 '강철의 영장,' '백전백승의 무적의 장군' 김정일의 숨바꼭질도 장난이 아닙니다. 숨어 다니기가 그의 상습 특기가 됐습니다. 지난 한미훈련 때도 미국 스텔스기 F-22가 뜨자 9일 동안 지하벙커에 숨어 지냈으며 현지지도도 위성을 피해 저녁에만 다니고 있습니다.
이라크 사담 후세인을 제거할 때는 몇 달 동안 숨어 있었고 2006년 미사일 발사시험 후에는 제 방귀에 놀랐는지 40일간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꽁꽁 숨어도 대명천지인 이 세상에서 빈 라덴처럼 머리카락이 보이지 않을 리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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