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랭전선? 또 간부들이 먹겠지’

김광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원
2015.05.11
718_cow_farm-305.jpg 강원도 안변군 제580군부대 산하 '7월18일 소목장'
사진-연합뉴스 제공

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여보게 자네 들었나?’

‘뭘 말인가?’

‘저 러시아 시베리아 쪽에서 또 한랭전선이 들어온다면서?’

‘응~~, 들어오면 뭘 하겠나. 이번에도 간부들이 먹겠지.’

‘하긴 그렇지?’

북한에서 꽤 유명한 유머입니다. 한랭전선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소박한 시골사람들의 대화내용으로 처음 시작되었는지는 몰라도 나중에는 북한간부들을 비난하는, 북한체제의 모순을 신랄히 꾸짖는 유머로 발전한 것입니다.

요 며칠 전에는 러시아에서 한랭전선이 아니라 표범과 사자가 들어갔다는 소식이 있습니다. 이걸 또 간부들이 먹어 치울 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평양시 중앙동물원에 간 다네요.

러시아 노보시비르스크 동물원이 기증했다는데요, 페르시아 표범 1마리와 아프리카 사자 2마리, 표범은 전체 서식 수가 870-1,300마리로 추정되는 희귀종이라고 합니다.

중앙동물원에 새 식구가 늘어 찾아오는 주민들을 즐겁게 하리라고 봅니다. 그러나 사육사들이나 만날 싱싱한 고기를 보장해야 하는 동물원 관리소 측에는 마냥 달가운 일이 아니겠죠. 사람이 먹을 강냉이도 부족한 판에 매일 고기를 보장해야 하니 말입니다.

언젠가 한번 소개해 드렸죠, 동물원 관련 유머를요. 어느 날 갑자기 김정일이 방문한다고 하자 모두 굶어죽은 사자우리에 사육사를 사자 옷을 입혀 들여보냈는데 미리 둘러보던 노동당 간부가 맹수가 적다고 호랑이를 더 채워 넣으라고 해 옆 우리의 호랑이를 한 마리 가져왔죠.

그 순간 사자변장을 하고 있던 최동무는 눈앞이 노래졌습니다. ‘이크! 이젠 죽었구나. 내가 고기를 너무 좋아해 사자를 모두 굶겨죽였더니 이제는 호랑이한테 잡혀먹는구나.’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죠.

진짜 호랑이인줄 알았던 놈이 가까이 다가오더니 그의 입에서 이런 귀속 말이 흘러나오는 것 아니겠습니까. ‘최 동무, 많이 놀랐지? 나야, 김 과장이야.’ 결국은 호랑이도 부족해서 김 과장을 호랑이로 가장해 우리에 투입했던 것이죠.

이와 유사한 사건은 북한에 많습니다. 언젠가 김정일은 풀과 고기를 바꿀 데 대한 방침을 내렸죠. 그래서 북한 곳곳에 집짐승 기르기, 특히 염소 기르기가 유행으로 번졌습니다.

그런데 말이 쉽지, 염소를 갑자기 많이 번식시키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죠. 사료 대는 것도 그렇고 풀도 사람 먹을 것이 없는데 짐승이 먹을 게 어디 있겠습니까?

그래도 김정일은 군부대를 다닐 때마다 염소 키우기를 점검했는데 웃기는 일이 벌어졌답니다. 남의 부대 염소를 빌려다 놓기를 시작한 거죠. 그러다나니 같은 염소가 여러 번 김정일을 ‘접견’하는 진풍경이 펼쳐졌습니다.

이러한 진풍경도 3대 세습을 하나요? 며칠 전 김정은이 조선인민군 산하 ‘7월 18일 소목장’을 현지 지도했다는 소식이 노동신문에 실렸는데, 소들은 전부 여윈 모습이고, 목장이라는 게 풀이 거의 없는 황무지처럼 보였습니다.

제가 보기엔 십중팔구 김정은이 온다니까 소들을 주변에서 모두 집합시킨 모양입니다. 앞으로 이들은 몇 번이나 김정은을 접견하게 될는지요?

‘대동강 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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