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면 너부러지고 쏘면 죽는다’

김광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원
2015.05.25
flashmob_kimjongun-305.jpg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북한인권단체 및 대학생들이 북한 김정은의 세습독재ㆍ로켓 발사를 비판하는 플래시몹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에는 이런 말이 있죠. ‘적은 치면 너부러지고, 쏘면 죽게 돼있다.’ 어느 영화에서 나온 대사 같은데, 혹시 김일성이 한 교시나 ‘명언’일 수도 있습니다.

하도 북한에서 많이 하는 말이고 언젠가 천안함 폭침 주범인 김영철 정찰총국장도 국방위위원회 성명을 낭독하면서 공식적으로 이런 주장을 했으니 꽤 유명한 말이라 하겠습니다.

비공식적으로는 유머로 많이 쓰이죠. 체육경기나 카드게임을 할 때 상대편에게 자주 날립니다.

최근 외부에서는 이렇게 ‘치지도, 쏘지도’ 않는 방법으로 독재정권을 무너뜨리는 방법을 담은 책이 다시 소개돼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미국의 원로 정치학자인 진 샤프가 1993년에 쓴 책인데요, ‘독재에서 민주주의로’입니다.

이 책은 이미 30여개 언어로 번역됐고 독재자들은 ‘폭도들의 책’이라고 무서워하고 있습니다. 비폭력방법의 저항을 제창하는 이 책은 이미 ‘재스민 혁명’으로 불리는 아랍의 최근 혁명을 인도하기도 했죠. ‘중동의 미친 개’로 불리던 리비아 독재자 가다피도 결국 이 책 덕분에 독재의 운명을 고했다고 하겠습니다.

책에는 ‘원숭이 주인’이라고 하는 오래된 우화도 소개됐습니다.

초나라에 어떤 노인이 원숭이를 키우며 생계를 유지했답니다. 초나라 사람들은 그를 저공(원숭이 주인)이라고 불렀습니다.

저공은 매일 아침 앞마당에 원숭이들을 모아놓고 가장 나이 많은 원숭이에게 원숭이들을 데리고 가서 덤불이나 나무에 있는 과일을 따오게 시켰습니다. 원숭이들은 따온 과일의 십 분의 일을 노인에게 바쳐야 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무자비하게 매질을 당했죠.

원숭이들은 모두 치를 떨었지만 감히 아무도 대들거나 불평하지 못했습니다. 어느 날 작은 원숭이 하나가 다른 원숭이들에게 물었답니다. ‘이 과일나무와 덤불을 전부 저공이 심었나?’

‘아니. 그냥 자란 거야.’ 작은 원숭이가 계속해서 물었습니다. ‘저공의 허락 없이 우리가 과일을 딸 수는 없는 거니?’ 나머지가 대답했습니다. ‘물론 그럴 수 있지.’

작은 원숭이가 계속했습니다. ‘그러면 왜 우리가 저공한테 허락을 받아야 하지? 왜 우리가 그를 섬겨야 하는 거니?’ 말이 끝나기도 전에 원숭이들이 갑자기 깨닫고 각성하게 되었습니다.

그날 밤 노인이 잠든 후 원숭이들은 우리를 부수고 울타리를 완전히 허물었습니다. 그들은 저공이 모아놓은 과일을 전부 가지고 숲속으로 가버렸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저공은 결국 굶어 죽고 말았답니다.

14세기 중국의 유기가 남긴 이 우화는 정치권력에 대해 흔히 간과하고 있는 것을 잘 그려내고 있죠.

우화의 저자는 ‘세상에는 정의로운 원칙이 아니라 잔꾀를 가지고 백성을 부려 무도하게 법을 쓰는 자들이 있다. 그야말로 저공과 같은 자가 아닌가? 그 사람들은 자신들이 멍청하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그들의 백성이 이 사실을 깨닫게 되는 순간 그들의 잔꾀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고 했죠.

이 우화를 포함해 책은 비폭력으로 저항하는 방법을 198개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치지 않아도 너부러지고, 쏘지 않아도 독재가 죽는’ 그런 방법들이죠.

‘대동강 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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