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방석이 아닌 탄 방석

김광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원
2014.09.08
12_mandatory_education_nk-305.jpg 북한에서 지난 4월 1일 새 학기와 더불어 '12년 의무교육제'가 시작됐다. 전반적 12년제 의무교육은 2012년 9월 최고인민회의 법령 제정으로 도입됐으며 북한은 그동안 새로운 교육 강령을 만드는 등 12년제 의무교육의 시행을 준비해왔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난 5일 북한에서는 10년 만에 전국교육일군대회가 열렸죠. 김정일 시대인 2004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교육자 대회입니다. 여기서 북한은 교육 강국건설, 인재대국건설을 역설했습니다.

노동신문에 소개된 내용을 보면 이번 대회에서 북한은 ‘혁명 발전의 요구에 맞게 교육 사업을 결정적으로 개선•강화하기 위한 과업과 방도들을 토의한다’고 했습니다.

또 오늘날 인재 중시는 모든 나라와 민족의 주되는 전략으로 되고 있다며 교육 사업에서 결정적인 전환을 일으켜 북한을 하루빨리 교육 강국, 인재대국으로 전변시켜야 한다고 독려했습니다.

이뿐이 아닙니다. 중•고등학교에 해당하는 중등일반교육에서는 일반기초과학교육과 기초기술교육을 강화하고, 대학 교육에서는 김일성종합대학, 김책공업종합대학, 평성 리과대학 등 주요 학교를 과학교육중심기지와 국제학술교류의 거점으로 만들어 세계적인 대학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도 강조했습니다.

김정은 정권은 2012년 9월 최고인민회의 법령으로 전반적 12년제 의무교육을 도입하는 등 교육체계 개선에 힘을 쏟고 있으며 이번 전국교육일꾼대회도 그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북한의 이런 한 자구책에도 불구하고 교원들의 실지 처지는 개선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정일은 생존에 교사들을 금 방석에 앉히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교원들은 금 방석은커녕 쌀 방석에 앉지도 못하는 실정이죠. 요즘은 탄 방석을 마다하지 않고 최고의 실력을 갖춘 교사들이 학교를 떠나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나 김정은이 강한 교육개혁의지를 갖고 야심차게 12년제 의무 교육제도를 실시하고 있지만 북한교사들의 처지는 개선될 기미는 전혀 보이질 않고 더 나빠지고 잇다네요.

일부 지역에선 경제적인 어려움을 견디지 못한 교사들이 학교를 그만두고 석탄수출 외화벌이 회사에 들어가 ‘자토’로 일하고 있다는데요, ‘자토’란 석탄 생산 지시 및 조직관리 책임자라고 합니다.

더욱이 김일성종합대학을 졸업한 1급 교사가 탄광 자토로 일하고 있다는데요, 교육제도만 바꿔놓고 해결책과 교사에 대한 우대가 없으니 교사들이 학교를 떠나 시장에서 전망을 찾으려 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하긴 평안남도 고급 중학교 교사들에 대한 월급과 배급이 제대로 이뤄져도 한 달 배급량이 통 강냉이 15kg이라고 하고 또 평균 월급은 2500~5000원 수준이니 전적으로 국가배급과 월급에 의존해야 하는 형편에서는 한 달 월급으로 장마당에서 쌀 1kg도 살 수 없는 수입이죠.

반면 석탄 생산부터 판매•유통까지 모두 개인이 경영하는 석탄수출 외화벌이 회사들은 능력 있는 관리자를 학교를 떠나는 1급 교사들로 선호해 뽑으며, 여기에 채용될 경우 교원 직보다 훨씬 더 윤택한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하네요.

김정일이 약속했던 금 방석보다 현실의 탄 방석이 훨씬 더 유력하고 값진 선택이 되고 있는 셈이죠.

‘대동강 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

댓글 달기

아래 양식으로 댓글을 작성해 주십시오. Comments are moder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