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벌이는 곧 교화벌이

김광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원
2015.10.05
smuggling_ivory_305 2012년 10월 11월 모잠비크의 세관 당국은 코끼리 상아 조각 130점을 밀반출 하려던 북한인을 모잠비크 마푸토 국제공항에서 적발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태국 당국이 적발한 나이지리아에서 밀수된 상아.
Photo: RFA

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에는 이런 유머가 있죠. ‘외화벌이는 곧 교화벌이이다.’ 누구나 다 외화벌이를 좋아하지만 그리고 당에서도 충성의 외화벌이, 혁명자금마련을 장려하지만 실지 돈을 좀 많이 벌면 벌떼처럼 달려들어 뜯어먹으려고 하고, 또 힘이 없거나 잘 못 걸리면 한 방에 날아가기 쉽기 때문에 생긴 말입니다.

지금까지 잘 나가던 무역업자들, 장사꾼들이 외화벌이를 하다 교화벌이를 한 예는 수도 없이 많습니다. 평양시당에서 운영하는 능라총국의 한 여성은 얼마나 수완이 뛰어났던지 수입담배장사를 하면서 수만 달러의 현금을 챙겨 흥청대다 사법당국의 검열에 걸려 날라 간 적도 있습니다.

그리고 무역성에서 일하던 한 간부는 부정축재를 많이 해 수사망이 좁혀오자 무역성 사무실에서 떨어져 자살하는 사건까지 있었습니다. 물론 성에서는 지금까지의 공로를 생각해 그리고 높은 간부들과의 관계를 의식해 반역자로 몰진 않았지만 이 사람은 교화벌이를 넘어 죽음까지 감수해야 했죠.

외화벌이 일꾼들은 혁명자금에도 눈독을 들입니다. 평양시에 도입한 체코 산 궤도전차 수입 때도 무역상이 욕심을 내 가격을 부풀려 뜯어먹었다 훗날 들켜 큰 곤경을 치렀죠.

교화벌이에서 아직까지는 예외적인 사람들도 있습니다. 일명 ‘봉화조’로 불리 우는 북한의 고위급 자녀 그룹에 속한 사람들인데요, 차철마라고 사망한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이제강의 사위인 이 사람은 벌써 수백만 달러의 현금을 벌어들였다고 하죠.

과거 금 제련으로 혁명자금을 마련하는 39호실 소속 금강총국에서도 일한 경험이 있는 그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만수대의사당 고위직에 있으면서도 돈을 많이 벌어 신흥재벌로 불린답니다. 마약에 손을 대 법적 처벌을 받았지만 아버지 영향력으로 남들보다 일찍 풀려나기도 했다죠.

‘봉화조’에는 또한 빨치산 원로인 오극렬 국방위 부위원장 차남 오세현,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의 장남 김철, 리수용 외무상의 장남 리일혁, 강석주 노동당 국제담당 비서의 장남 강태성, 조명록 전 국방위 제1부위원장 장남 조성호 등도 포함됐다죠. 이들은 부모들을 등에 없고 권력을 휘두르며 온갖 이권사업에 뛰어들고, 또 더 많은 돈을 벌기위해 이권싸움도 벌인다죠. 그러나 과거 사례를 봐서는 크게 돈을 벌면 언젠가는 권력의 타깃이 되어 교화벌이 하는 게 일쑤더라고요.

최근 쿠바와 중남미에 나가 있는 북한외교관들은 노동당에서 할당한 혁명자금 마련과제, 자신들의 돈주머니를 채우기 위해 쿠바 산 시가밀수를 한다고 합니다.

한번 출장에 5천 달러씩 떨어지고 중남미에서 3년 근무하면 20만 달러씩 번다니 참 대단한 수입인 것 같습니다. 원래 공식적으로는 50개비만 반출가능하다고 하는데 외교행랑에 100kg씩 나른 다네요.

북한외교관들의 외화벌이는 이뿐이 아닙니다. 아프리카에서는 법적으로 금지된 서각 장사를 하다 단속돼 망신당한 사례가 한 두 번이 아니죠. 그리고 얼마 전에는 방글라데시 주재 외교관이 금괴를 밀수하다 적발돼 추방당한 사례도 있습니다.

당에서 할당한 충성자금과제, 또 국가에서 주는 보잘 것 없는 월급 때문에 외교관들의 외화벌이는 평양의 국경을 넘어 전 세계적인 교화벌이로 변질되고 있습니다.

‘대동강 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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