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이 매를 들다

김광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원
2017.10.09
URIMINJOK_kaesong_b 북한의 대남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가 6일 개성공단 내 한국 소유의 의류공장을 몰래 가동하고 있다는 보도에 대한 첫 반응 기사.
사진-우리민족끼리 웹사이트 캡쳐

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사회주의, 공산주의 경제는 동원경제, 계획경제, 만성 결핍경제로도 불리고 있습니다. 사실 계획경제 목표는 '능력에 따라 일하고, 수요에 따라 공급하는' 이상사회를 꿈꾸었지만, 인간은 태생적으로 악하고 죄를 지은 존재이고, 무임승차를 본성으로 한다는 것을 망각한 이론이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는 것이었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이를 꼬집는 다음과 같은 유머들도 있네요.

사하라에 공산국가가 건설된다면!

'사하라 사막에 있는 국가들이 공산주의 국가가 되면 어떻게 될 것 같아?'

'아마 그 나라들은 만성적 모래 부족에 시달리게 되겠지.'

이 유머의 원조는 시카고 학파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의 다음과 같은 말에서 유래했다죠.

'만약 당신이 사하라 사막의 관리를 연방정부에 맡긴다면, 5년 안에 사막에서 모래가 부족해질 것이네.'

사회주의를 포함해 정부 위주로 돌아가는 모든 계획 경제에 대한 강한 불신을 표현한 것입니다. 원래 경제는 시장에 맡겨야 하고, 정부가 개입하면 할수록 결국 망친다는 원리도 내포하고 있습니다. 수령이 계속 개입하면 더 빨리 망하겠죠.

쿠바와 관련해서는 이런 것도 있네요.

쿠바 혁명의 결과!

'이보게. 신문 좀 보라고. 쿠바에서 공산주의 혁명이 일어났어!'

'이럴 수가. 곧 쿠바는 설탕을 수입하는 나라가 되겠군!'

실제 쿠바는 혁명이 승리한 후 설탕을 수입하는 나라가 되지는 않았지만 소련에 우대가격으로 수출해 이득을 보면서 그럭저럭 생산을 유지해 왔죠. 그러나 이것도 1980년대 이후 공산주의 블록이 무너지면서 생산량이 급격히 감소했고, 아직까지 전성기 때의 생산량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사회주의, 공산주의 경제는 결핍수준이 아니라 수백만의 아사자가 나오고 대대로 가난을 벗어나지 못하는 수준으로 전락했죠. 이런 북한에서 이제는 공개적으로 개성공단 일부 공장들을 재가동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네요.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이 북한이 개성공단을 재가동했다고 보도한 후 남한 통일부는 재산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북에 경고했습니다.

이에 대해 북한은 '개성공업지구는 명백히 우리 주권이 행사되는 지역이고 따라서 거기서 우리가 무엇을 하든 괴뢰들이 상관할 바가 아니다'라며 '우리의 공업지구 공장들은 더욱 힘차게 돌아갈 것'이라고 노골적으로 주장했습니다. 그야말로 옛날 말 그른데 없이 도둑이 매를 드는 격이죠.

또한 '여론을 오도하기 위한 흉칙한 수작질'이라느니, '개성공업지구공장 운영, 누구를 탓할 것인가'느니 하면서 '우리 근로자들이 지금 어떻게 당당하게 일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눈이 뜸자리(뜸을 떠서 생긴 흉터)가 아니라면 똑똑히 보일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심하게는 '개는 짖어도 행렬은 간다. 적대세력들이 아무리 악을 써도 개성공업지구의 공장들은 더욱 힘차게 돌아갈 것'이라고까지 했습니다.

북한의 '사회주의 사하라 사막 경제, 설탕경제'는 언제면 모래와 설탕이 부족하지 않는 경제가 될까요?

'대동강 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

댓글 달기

아래 양식으로 댓글을 작성해 주십시오. Comments are moder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