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강이야기] '죽어도 공산당'

김광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원
2011-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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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5일 서해상에서 표류해 남하한 북한 주민 27명(남성 9명, 여성 18명)이 타고 왔던 5t급 소형 목선.
사진-연합뉴스 제공
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경애하는 북한의 청취자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당 창건 기념일은 잘 쇠셨습니까? 북한의 당 명칭은 조선노동당이지만 인민들의 일상에 녹아있는 말은 노동당보다는 공산당 표현이 더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인민군을 ‘공산군’으로 부른다든지, 그리고 사람들이 입버릇처럼 이야기 하는 ‘죽어도 공산당’입니다.

처음에 이 말은 말 그대로 죽어도 공산주의 길로만 가겠다는 의미로 쓰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공산주의에 충실하겠다가 아니라 죽어도 하던 일을 끝장 보겠다는 의미로 완전히 변형되었습니다.

하긴 조선노동당도 이제는 공산주의를 버렸습니다. 작년 김정은을 3대 세습 후계자로 내세우면서 당 대표자회는 규약에서 공산주의 단어를 모두 삭제했습니다.

이는 변화된 현실, 인민들의 의사를 반영했다기보다는 대대손손 북한을 김씨 가문의 것으로 상속하기 위해 나라와 민족, 헌법에 이어 당도 김씨 것으로 만들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다 같이 골고루 먹고살자는 공산주의와 3대 세습이 어울리지 않기는 않죠.

민심은 천심이라 인민들은 언제나 선구자였습니다. 그들은 벌써 오래전부터 죽어도 자기의 결심을 실천하기 위해 공산당을 해오고 있습니다.

남에게 빌려준 돈을 찾으러 다닐 때도 가망이 전혀 없지만 ‘죽어도 공산당’이고, 돈을 꿀꺽하고 도망 다니는 장사꾼의 결의도 마찬가지입니다.

보통강반에서 흥수꾼들에 둘러싸여 장기를 둘 때에도 비가 오면 ‘죽어도 공산당’이고, 여자에게 몇 번을 채워도 청춘들은 ‘죽어도 공산당’입니다.

그리고 북한을 탈출하는 사람들도 요즘 ‘죽어도 공산당’을 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일본 앞바다에서는 북한의 두 가족과 친척 9명을 태운 목조선이 발견되었는데요, 배에는 출력이 낮은 엔진이 탑재되어 있었고, 9월 8일 출항 시에 실었던 디젤유 180ℓ는 60ℓ가 남아있었습니다.

실었던 30ℓ의 물은 한 방울도 남지 않았고, 선내에는 약간의 쌀과 채소, 절임 등이 있었다고 합니다. 사람들의 건강에는 큰 이상이 없었고요.

일행 중 책임자를 자처한 한 남성은 ‘한국으로 가기 위해 지난 8일 오전 북한항구를 출항했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5일 뒤에 일본에서 발견되었죠. 이들은 인민군가족인 것으로 확인되었고, 한명은 북한의 최고인민회의 의장을 지낸 백남운의 외손자입니다.

일가족, 친척 9명이 목숨을 걸고 면밀하게 준비하여 북한을 탈출한 것 같습니다. 이들은 자기 의사에 따라 모두 한국으로 입국하였습니다.

그리고 바로 며칠 뒤 동해에서 2명을 태운 2t급 목선이 또 발견되었으며 이들 역시 귀순의사를 밝혔습니다.

아마도 북한판 보트피플(boat people)이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영어단어인 보트피플은 보트를 타고 바다로 탈출한 사람들을 말하는데 주로 월남 난민을 지칭합니다. 월남 전쟁이 끝나면서 남부월남이 공산화되자 70년대 말 많은 사람들이 무작정 배를 타고 월남을 탈출했습니다.

이 과정에 배가 침몰하거나 해적들의 공격으로 수많이 희생되었으며, 운 좋게 탈출한 사람들은 지금 세계 각국에 흩어져 새로운 삶을 살고 있습니다. 미국에만 120만 명이 살고 있다고 합니다.

1986년부터 월남 공산당은 도이모이라는 개혁, 개방정책을 폈습니다. 결과 시장경제가 많이 도입되었으며, 지금은 그 때 탈출한 보트피플들이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 시장경제를 전수하고 지휘하거나, 외국에서 번 돈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공산주의를 건설하기 위해 했던 ‘죽어도 공산당’은 지금 그 공산주의를 탈출하기 위해, 죽어도 북한을 벗어나기 위해 쓰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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