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강이야기] 아우슈비츠와 아오지탄광에 필요한 건 과자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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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미국북한인권위원회 김광진 객원연구원이 전해드립니다.

현대 인류사에 새겨진 가장 끔찍한 치욕 중 하나를 꼽으라면 많은 사람들은 주저 없이 뽈스까 (폴란드)에 세워 졌던 나치 수용소 오슈벤찜 (아우슈비츠)을 가리킬 겁니다. 인간이 인간을 멸살시키기 위해 살육을 목적으로 만든 수용소이기 때문입니다.

총살로는 더 많은 사람을 죽일 수가 없어 샤워실로 위장된 좁은 공간에 한 번에 2,000명씩 수감자를 채워 넣고 독가스로 무자비하게 살해하였습니다. 시체는 소각로에서 대량으로 불태워졌고 그들의 머리카락은 주단 (카펫)과 가발로 변신했습니다.

이렇게 처참하게 희생된 수는 수백만에 달합니다. 그들 대부분은 유대인, 뽈스까의 양심수, 쏘련 (소련)군 포로, 집시민족 그리고 노동력이 부족한 노인, 여성, 어린이였습니다. 죽어야 하는 이유는 한 가지, 정복 때문이었습니다. '민족의 민족에 의한 정복,' '이념의 이념에 의한 정복,' '땅의 정복'을 위해 죽였습니다.

인류에게 남긴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우리는 또 하나의 거대한 수용소, 오슈벤찜을 가지게 됐습니다. 그것도 다름 아닌 우리의 지척, 우리의 땅, 우리의 민족에게 말입니다. 이번에도 이유는 정복입니다. '민족의 민족에 의한 정복'이 아니라 개인의 민족에 대한 정복입니다.

사람을 그냥 죽일 수가 없어 아오지탄광, 요덕관리소 등 수많은 수용소를 만들어 노예노동을 강요하며 굶겨 죽이고, 때려 죽이고, 말려 죽이고 있습니다. 얼마나 무섭고 끔찍했으면 북한에서 조차 공공연히 아기들의 울음을 달랠 때면 '아오지탄광에 보낸다'고 했겠습니까. 반세기를 훨씬 넘긴 김 씨 일가의 야망으로 북한은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수용소, 독가스실로 변했습니다.

이 수용소는 벌써 총 한방 쏘지 않고 수백만의 인민들을 굶겨 죽였습니다. 2천 4백만의 생존자들은 지금도 서로 다른 방법으로 죽어가고 있습니다. 누구는 화폐관리를 잘 못했다고 '탕,' 누구는 3대 세습 좋아 안한다고 '탕,' 누구는 하나님을 믿는다고 '탕,' 누구는 수용소를 탈출한다고 '탕'.

또한 수용소 북한은 인민들의 키도 몇 cm 줄여 놓았고 수명도 확실히 단축시켰습니다. 그들의 말과 생각 그리고 혼도 더는 그들의 것이 아닙니다. 어린이들은 천진함과 웃음을 잃었고 피지도 못한 채 독재자의 비만과 식탐을 위해 외화벌이 아리랑공연에 매일과 같이 시달리고 있습니다.

김일성의 무모함으로 수백만이 전쟁에서 목숨을 잃었고 온 나라가 잿더미로 변했지만 그것도 모자라 오늘 북한수용소 소장은 헤어진 1천만 이산가족을 반세기가 넘도록 자유롭게 만나지도, 생사확인도 못하게 합니다.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를 비롯한 수십만의 현대판 이산가족들도 간이 마르고 정이 찢기여 그 혼을 달랠 길이 없습니다.

민족의 아픔과 고통은 어디 그뿐입니까. 몇달 전 서해바다에서는 수용소 소장 김정일의 명령으로 남한의 초계함이 어뢰공격을 받아 46명의 꽃다운 청춘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개인의 민족에 대한 정복야망으로 북한에 실오라기 연이라도 닿은 모든 사람들, 민족의 일원들은 그 한 '인간' 때문에 끝없는 고통을 당하고 있습니다.

북한판 오슈벤찜은 인간에게만 고통을 주는 게 아닙니다. 자연도 사탄의 저주로 신음하고 있습니다. 산들은 벗겨져 민둥산이 됐고 얼마 남지 않은 나무들도 '백두산 4대 장군' 칭송의 칼질로 푸름을 잃고 있습니다. 바위는 체제선전의 낙서로 깊게 패이고 새들도 독재자 찬양 곡의 단골메뉴로 희생되고 있습니다.

며칠 전 북한의 오슈벤찜소장은 또 한번 명령을 내렸습니다. 남한이 원하는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의 대가로 쌀 50만t, 비료30만t, 외화벌이 원천인 금강산관광 재개를 받아내라고. '3대째 아들에게 수용소를 제대로 물려주려면 그래도 교형리들은 먹여 살려야 하지 않겠나.' '일단 급한 불은 끄고 약속한 이산가족상봉은 금강산 관광객 한명 죽인 것처럼 적당한 도발로 흔들었다가 또 다시 지원을 갈취한 다음 하는 척 하면 될 것을,,,' 분명히 이런 심사일 겁니다.

수용소 북한에서 신음하는 인민들의 고통을 덜어주고 쌀 한 톨이라도 그들의 밥상에 진정 도움이 된다면 50만t이 아니라 100만t, 쌀자루를 톡톡 털어서라도 주고 싶은 것이 남한정부나 국민의 심정일 겁니다. 그러나 그 쌀이 굶주리는 인민에게가 아니라 수용소 소장이나 교형리들에게 간다면 사정은 달라집니다. 왜냐면 그 쌀은 더 이상 쌀이 아니라 살인병기가 되기 때문입니다.

민주주의 국가인 남한에서는 이외에도 대규모 지원을 하려면 북한의 '천안함' 폭침, 핵개발 전용가능성, 납북자와 국군포로, 국민여론, 인도주의, 남북관계의 전체적인 그림 등 고려해야 할 측면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에 앞서 훨씬 더 중요하고 본질적인 것이 있지 않을까요. 그것은 오슈벤찜의 영혼들, 아오지 탄광 수감자들에게 직접 묻고 답을 들어보는 것입니다. '당신들이 원하는 것은 무었입니까?'

'대동강 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