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강 이야기] 호랑이는 죽어 가죽을, 사람은 이름을, 수령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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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요즘 북한은 장거리로켓발사 성공으로 그야말로 축제분위기인 것 같습니다.

위성발사에 성공했다고는 하지만 백성들은 하루하루 살기가 바쁘고, 먹을 것이 없어 굶주리는데 천만금을 김정일 유훈관철과 김정은 업적 쌓기에 쏟아 붓고 있으니 그 대가가 앞으로 엄청날 것 같습니다.

세월은 유수와 같다고 하죠. 김정일이 사망한지 벌써 1년에 지나고 있고, 북한에서는 지금 대규모 추모대회에 이어 금수산태양궁전에 김정일 시신을 미라로 안치하는 행사를 치른다고 합니다.

북한이나 남한에 공통된 말이 있습니다. '호랑이는 죽어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 이름을 남긴다.' 그런데 수령은 무엇을 남길까요?

역대 사회주의, 공산주의 수령들을 보면 사람마다 차이가 납니다. 구소련을 호령했고, 전 세계 공산주의를 지배했던 스탈린은 사회주의 붕괴와 소련의 해체 결과 냉혈한 독재자로 낙인찍혔습니다. 그의 시신은 레닌처럼 영구보존 되었다가 1991년 매장되었습니다.

레닌의 시신도 자칫 같은 운명에 처할 번했으나 러시아 근대화에 이바지한 아버지로 인정 받아 아직까지 모스크바 붉은 광장에 보존되어 있습니다. 그의 이름과 업적이 크게 기억되고 남아 있는 셈이죠.

공산당 일당 지배, 사회주의 정치체제를 고수하는 중국에서는 모택동이 여전히 인민의 위대한 수령으로, 우상으로 존경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1960-70년대의 무모한 '문화대혁명'에 대한 비판은 비판대로 받고 있죠. 그런 의미에서 중국의 사회주의는 비교적 합리적인 것 같습니다.

해당 나라에서뿐 아니라 사회주의권은 물론 자유세계에서도 존경받는 지도자가 2명 더 있습니다.

중국의 주은래 총리, 그리고 베트남 지도자 호지명인데요, 주은래는 자식도 남기지 못하고 시신은 화장하여 본인의 유언대로 대지에 뿌려졌습니다. 자신의 청렴함과 업적, 이름만 남겼죠. 그가 사망했을 때 유엔에도 조기가 걸렸다고 하죠. 그리고 자유세계의 수많은 지도자들도 애도를 표시했고요.

베트남의 호지명은 자국 인민들에게 전설적이고 위대한 지도자로 남아있습니다. 그는 죽으면서 이런 유언을 남겼다고 합니다. '내가 죽으면 무덤을 만들지 말라. 그리고 우상화를 하지 마라. 시신은 화장하여 온 대지에 뿌려라, 친미, 자본주의세력을 보복하지 마라. 마지막으로 전쟁에서 남편을 잃은 가족을 국가가 돌보아라.'

베트남 국민들은 이후 그의 시신을 미라로 영원히 보존해 온 국민들이 존경하고 따르도록 하였습니다.

다음은 북한의 '위대한 수령'들인 김일성, 김정일입니다. 이들은 무엇을 남겼을 가요? 우선 금수산태양궁전이라고 새로 명명된 어마어마한 궁전에 영원한 모습으로 안치되었습니다. 궁전을 꾸리는데 만도 수억 달러가 지출되었고, 이들 시신 유지에도 해마다 백수 십만 달러가 소요된다고 하네요.

이들이 남긴 유산은 또한 전국에 수풀처럼 서 있는 수만 개의 동상들, 명승지들마다에 새겨진 천년구호와 글자들, 주체의 혁명위업, 김일성민족, 김정일조선입니다. 나라도 이들의 것, 민족도 이들의 것, 자연도 이들의 것, 북한의 미래도 이들의 전유물이 된 셈이죠.

유훈의 유산도 있습니다. 김정일은 죽기 전에 올해 김일성 생신 100돌을 계기로 꼭 광명성 위성을 쏘라고 했다 네요. 그래서 사망 1주년을 넘기기 전에 며칠 전 발사해서 성공도 했고요. 북한인민들은 꼼짝없이 더 많은 유훈관철을 위해 앞으로 허리띠를 더 졸라매야 할 것 같습니다.

김일성의 유훈에는 한반도 비핵화도 있다던데, 이건 관철하지 않아도 되는지 모르겠네요. 북한헌법에 핵보유국을 명시했던데 수령의 유훈관철도 그때그때 다른가 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