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치의 관계

김광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원
2013-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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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제3차 핵실험을 강행한지 하루가 지난 13일 북한과 접경한 중국 랴오닝성 단둥해관의 한산한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유난히도 추었던 겨울도 어느덧 물러가고 있습니다. 입춘에 이어 우수, 이제 한두 차례 꽃샘추위가 가면 화창한 봄날입니다.

봄은 어김없이 이 땅에 다시 찾아오고, 온갖 추위를 이겨낸 대지도 꽃망울을 터치고 있지만 북한에서만은 핵 실험과 국제사회와의 대결로 차가운 기운이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2월 12일에 단행한 또 한 차례의 핵실험으로 형제나라 중국과의 관계도 큰 금이 가고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북-중 관계를 순치의 관계라고 표현하죠. 입술과 치아처럼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라는 뜻입니다.

북-중과의 순치의 관계는 항일전쟁, 6.25전쟁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일제의 식민통치에 저항해, 조국광복을 위해 많은 조선인들이 중국 동북지방에서 중국인들과 함께 동북항일연군을 만들어 일제침략을 종식시키는데 큰 기여를 하였습니다.

이에 대한 보답인가요, 아니면 사회주의 진영의 공통의 이념을 위해서인가요, 중국은 김일성이 일으킨 6.25전쟁에 개입해 한반도 통일의 기회, 자유민주주의의 확산을 저지하였습니다. 당시 모택동주석의 아들 모안영도 전쟁 중에 폭격으로 사망했죠.

이로서 북-중 관계는 ‘피로서 맺어진 관계, 순치의 관계’로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등소평의 흑묘 백묘론으로 개혁, 개방을 통해 경제적 번영을 이루고 있는 중국과 북한과의 관계는 지금 예사롭지가 않습니다.

특히 이번 핵 실험을 계기로 네티즌들과 시민들의 불만이 폭발되고 있는데요, 인터넷에서는 ‘북한 사망 노래’까지 창작돼 퍼지고 있고, 일부 시민들은 북한영사관 앞에서 시위까지 벌리고 있습니다.

노래 가사를 소개하면 이렇습니다. ‘북한 함경도 길주군 지하 핵 지진으로 수천 톤의 폭발물이 터진다. 김 씨 일가 세 돼지가 위풍을 떨친다. 동북삼성 주민들은 두려움에 떠는데, 베이징의 큰 형은 안심하라고 한다. 북한 핵실험은 안전하고, 위험물질 수치는 0이라고 한다.’

이 곡은 작사가 서눠가 인기 드라마 주제곡을 개사해 만들었다 네요. 중국이 북한을 공식적으로 부르는 ‘조선’ 대신 ‘북한’이라는 용어도 사용했고요. 노래영상에는 김정은의 얼굴에 스모 선수 몸을 합성한 사진과 함께 굶주려 쓰러져가는 북한 어린이들과 꽃제비들의 사진도 곁들였습니다.

중국의 유명 여가수 리빙빙도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를 통해 비판 대열에 합류했는데요, 그는 핵 실험을 마지막 순간까지 막으려 했다는 중국 외교부를 비꼬는 북-중간의 대화내용의 글을 이렇게 올렸습니다.

‘큰형님, 핵실험을 하겠습니다. 언제? 5. 5일 후란 말이군. 4. 4일? 3. 언제 하겠단 말이야? 2. 두 번 하겠다고? 1. 폭파! 우리는 이렇게 마지막 1초까지 북한 핵실험을 막으려고 노력했다.’

이 뿐이 아니라 중국 선양 북한영사관 앞에서는 선양과 푸순, 단둥 등의 누리 꾼이 북한이 중국 접경 지역에서 야만적인 핵실험을 했다면서 유엔 안보리와 국제사회가 북한 군사정권에 대해 더욱 강경한 경제, 군사 제재를 해야 하며, 중국 정부도 북한에 대한 일체의 원조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시위를 벌였습니다.

같은 날 광둥성 광저우에서도 시위가 벌어졌는데요, 이들은 ‘북한의 핵실험은 은혜를 원수로 갚는 것,’ ‘평화를 원한다, 핵무기는 필요 없다’는 등의 구호가 적힌 종이를 들고 시위했습니다.

러시아의 한 과학자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시도를 자살행위로 평가하기도 했죠.

앞으로 북한의 4차, 5차 핵실험이후,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시험이후 순치의 관계가 어떻게 더 변할지 궁금해집니다.

‘대동강 이야기’에 김광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