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군인들의 ‘콩 휴가’

김광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원
2014.08.18
nk_guard_305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해물마을 북한군 초소에서 인민군이 남한땅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8.15가 지나면 정말 귀신같이 더위가 물러가고 저녁공기가 선선해지는데, 올해도 역시 자연의 법칙은 틀림없이 반복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렇듯 법칙적인 날씨가 반복되는 속에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선물, 곡식도 다시 한 번 가을을 향해 무럭무럭 익어가고 있습니다.

최근 북한에서는 군인들과 콩에 엮인 사연으로 큰 화재가 되고 있는 것이 하나 있죠. 바로 6개월짜리 장기 ‘콩 휴가’인데요, 소식통에 따르면 강원도에 주둔하고 있는 북한군 5군단 소속 사단들이 병사들에게 콩 확보 목적으로 이런 휴가를 주고 있다고 하네요.

1인당 최대 500kg의 콩을 마련해오는 조건으로 최장 6개월 휴가를 준다고 하는데요, 콩 값이 원래 쌀값과 거의 같으니 요즘 시세로 250만 원 정도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일반 노동자의 20년 치 월급이라네요. 결국 돈 많은 당 간부들, 권력자들 자식들만 또 호강하게 됐습니다.

이 방침이 급속히 퍼지게 된 것은 군인들에게 콩을 보장해 그들의 영양실조, 식량난을 해결하라는 김정은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데요, 김정은도 단백질 보충에 가장 효과적인 콩의 가치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모양입니다.

사실 콩은 우리 한민족에게 있어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귀중한 보배죠. 30-50%의 단백질과 13-25%의 지방이 들어 있어 오래전부터 우리 민족의 식탁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입니다. 된장, 간장, 두부, 콩나물 등도 콩이 없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식료품들이죠.

그래서인지 우리 인민들 속에는 콩과 관련된 숙어, 표현들도 풍부합니다. ‘번개 불에 콩 볶아 먹는다.’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곧이 안 듣는다.’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 ‘가뭄에 콩 나듯 하다.’ ‘콩 한쪽도 나누어 먹는다.’ ‘남의 밥의 콩이 언제나 굵어 보인다.’ ‘콩 볶아 먹다가 가마솥 깬다,’ 등이 있죠. 너무나 통속적이기 때문에 척 들어도 그 내용을 바로 알 수 있습니다.

또 사람들의 일상, 혹은 특이한 현상을 표현한 은어, 지혜들도 수없이 많습니다.

‘콩났네, 팥났네 한다.’ 또는 ‘콩이야 팥이야 한다.’는 말은 그리 대수롭지 않은 것을 가지고 다툴 때 또는 남의 일에 참견이 심할 때 쓰죠. 분명하고도 객관적인 논리성을 가지고 시비를 가려야 하며, 남을 보기 전에 자신과 스스로의 주변을 먼저 가다듬어야 한다는 숨은 가르침도 있습니다.

‘하루에 콩 한줌을 먹으면 다른 약이 소용없다.’는 말도 있는데 그래서인지 옛날부터 감옥에서는 콩 밥을 조금씩 준 모양입니다. ‘콩밥’ 또는 ‘콩밥을 먹다.’는 옥살이를 한다는 은어로 쓰입니다.

너무 급한 사람을 두고는 ‘콩밭에 서슬 치겠다.’ 또는 ‘콩밭에 가서 두부 찾는다.’라고 합니다. ‘콩죽은 내가 먹고 배는 남이 앓는다.’라든지, ‘콩나물 시루 같다.’ ‘눈에 콩깍지가 씌웠다.’는 표현도 모두 무슨 뜻인지 아시죠?

‘꼬투리 잡다’도 콩 열매를 싸고 있는 껍질인 꼬투리에서 유래했죠. 아마도 이번엔 북한의 시대상을 반영한 ‘콩 휴가’가 하나 더 추가된 것일까요?

‘대동강 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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