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같은 BBC

김광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원
2017-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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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북한 열병식 현장을 생중계 하는 영국 BBC 방송.
사진은 북한 열병식 현장을 생중계 하는 영국 BBC 방송.
사진-BBC 방송 캡처/ 연합뉴스 제공

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아마도 북한주민들은 영국의 BBC 방송에 대해서 대부분 알고 계실 겁니다. 외국인 전용 호텔들에서는 대부분 라디오, TV를 통해 접할 수 있고요, 영어를 전공으로 배우는 학생들이나 어학자들은 늘 귀에 익힌 방송입니다.

세계적인 이 뉴스 방송사가 다음 달부터 북한주민들을 대상으로 단파 라디오 방송을 하기로 하였습니다. 매일 30분씩 한밤중에 방송될 예정인데요, 북한당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BBC는 주민들에게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할 목적이라고 밝혔습니다.

최근 미북사이 말 폭탄이 서로 오고가고 긴장이 고조된 지 몇 주 만에 출범하는 의미에서 주목을 더 받고 있습니다.

BBC가 얼마나 유명하냐면 구 소련시대 유머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데요, 내용은 이렇습니다.

‘영국의 BBC 방송이 소련 내부 기밀을 너무나도 귀신같이 알아내기 때문에, 소련 정치국은 정기회의 중 회의장 이탈을 금지했다. 갑자기 코시긴이 배를 움켜쥐더니 화장실에 좀 나갔다 오게 해달라고 했다. 그러나 내보내주진 않았다. 몇 분이 흘렀을까, 누군가 회의장 바깥에서 회의실에 노크를 한다. 문을 열었다. 그랬더니 청소부 아줌마가 서서 양동이를 내미는 게 아닌가. ‘방금 BBC 방송을 들었는데요, 알렉세이 니콜라예비치 코시긴 동지가 바지에다 설사를 지렸다면서요.’’

사회주의 소련에서의 언론통제와 관련해 ‘신문이 유죄’라는 이런 유머도 있네요.

‘알렉산드로스 대왕과 율리우스 카이사르,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모스크바를 방문하여 군대를 시찰하게 되었다. 탱크를 보더니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한숨을 쉬었다. ‘나한테 이런 수레 1대만 있었어도 전 아시아를 정복하는 건데.’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미사일을 보더니 한숨을 쉬었다. ‘나한테 이런 화살 1개만 있었더라면 세계를 정복할 수 있었는데.’ 그러자 소련 신문을 읽고 있던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도 한숨을 쉬었다. ‘나한테 이 신문만 있었더라면, 내가 워털루 전투에서 패한 걸 눈치 못 채게 했을 텐데.’’

사회주의에서는 말도 심하게 통제합니다.

‘소련 어부들이 험악한 캄차카 바다에 나갔다가 조난을 당했다. 구조신호는 타전했지만, 구명정에 탄 어부들은 구조선이 올 것 같지 않아서 불안에 떨고 있었다. 그러나 무전사만은 구조선이 틀림없이 올 거라고 느긋한 표정을 짓고 있다. 그는 SOS를 발신 할 때마다 ‘우리 당의 제1서기는 악질 중의 악질’이라는 말을 덧붙였던 것이다.’ 즉, 이 말 반동을 꼭 잡아 처벌해야 하기 때문에 당국이 조난당한 배를 꼭 찾고야 말 것이라는 유머입니다.

실제 이와 유사한 사실도 있었다네요.

제정 러시아시대. 한 겨울에 빙판을 걷던 사내가 얼음이 깨져 물속에 빠지자 지나가던 군인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만, 군인은 그냥 지나간다. 그러자 사내는 기지를 발휘해 ‘니콜라이 2세 빌어먹을 개XX!’라고 욕하자, 군인들이 분기충천해 사내를 체포하기 위해 그를 손수 물 속에서 꺼내어 준다.

더 많은 북한주민들이 앞으로 이불속에서 BBC 방송을 듣고 말 반동이 될 텐데, 북한당국이 이에 어떻게 대처할지 주목됩니다.

'대동강 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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